이병헌이 외도 논란에 휩싸인 지 채 1년도 안 돼 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던 데는 다름 아닌 그의 빛나는 연기력 덕분이다. 사진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제작발표회 포토타임. /배정한 기자 |
[더팩트|강일홍 기자] 배우 이병헌이 전도연 김고은 등과 연기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3년 전인 2015년 8월 개봉됐다. 당초엔 2014년 12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부득이 해를 넘겨야 했다. 이른바 이병헌의 '음담패설 동영상 협박사건'이 불거진 뒤 벌어진 일이다. 영화계에서 종종 있는 일로, 핵심 주연배우가 논란과 구설에 오르면서 작품에까지 불똥이 튄 케이스다.
'협녀'는 이후에도 개봉날짜가 대책없이 미뤄지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8개월 연기 끝에 개봉은 됐지만, 우려했던 대로 최악의 결과를 내는 굴욕을 맛봤다. 순제작비 90억 원을 들인 작품임을 감안하면 불과 43만명이란 관객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할리우드 무대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난 대한민국 대표 남녀배우에게는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구긴 결과였다.
당시 분위기만 보면 모든 실패의 원인은 이병헌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광고 불매 운동이 일어날 만큼 후폭풍도 거셌다. '협녀'를 포함해 이병헌의 작품들에 평점 테러와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 '50억 원 협박사건'은 대중의 호기심이 확산되면서 파장이 커지긴 했어도 법적으로만 따지면 이병헌도 피해자다. 깊이 고개를 숙였음에도 '굴레'를 벗지 못했다.
영화 '내부자들' 통해 존재감 확인. 이병헌은 '협녀 굴욕' 3개월만인 그해 11월 개봉된 '내부자들'이 대흥행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 |
◆ '사면초가' 내몰린 이병헌, '내부자들'로 국내 영화 티켓파워 증명
사면초가에 내몰린 이병헌은 뒤늦게 개봉이 결정된 '협녀'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큰 실망감을 드리고 뉘우침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그 소중함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어떤 비난도 스스로 감당해야할 내 책임이고, 나 때문에 영화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분들의 노고가 가려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또 한 번 사과했다. 이병헌만의 잘못이었을까.
설사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결과는 크게 뒤집어지지 않았을 것이란게 필자의 판단이다. 아마도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협녀'의 흥행 실패가 이병헌만의 문제가 아님을 금방 알아챘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배역 설정이나 구성 등에서 기존 무협물 짜깁기 수준이란 혹평이 잇달았지만, 이병헌이 자초한 반복된 사생활 및 스캔들 논란에 모두 가려지는 모양새가 됐다.
아무튼 이병헌에 의한 개봉연기 탓으로 흥행 실패를 탓할 수 없을 재미없는 영화였음에도 제작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실패에 대한 핑계거리가 생겨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불과 3개월 뒤에 개봉된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확인된다. 그해 11월 개봉된 '내부자들'은 본편에 이은 감독판까지 821만명을 동원하며 흥행기록을 썼다. 그리고 바라보는 시선도 바뀐다.
이병헌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완벽한 카리스마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스터' '협녀, 칼의 기억', '터미네이터5' '지아이조2'(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 /영화 스틸 |
◆ '미스터 션샤인' 이병헌, '아이리스' 이후 9년 만의 강렬한 여운
대중스타는 일단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면 충분히 사과하고 반성하고 자숙해도, 스타라는 위치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이병헌이 외도 논란에 휩싸인 지 채 1년도 안돼 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던 데는 다름아닌 그의 빛나는 연기력 덕분이다. 영화 속 정치깡패를 열연한 그는 구수한 사투리와 욕설 등 리얼 애드리브까지 구사하는 극적 캐릭터로 찬사를 받는다.
영화 속 라면 먹는 신은 이병헌이어서 실감나게 볼 수 있는 명장면으로 꼽히고, '우리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는 장난처럼 해본 즉흥 애드리브가 숱한 패러디를 양산하는 명대사로 화제를 뿌렸다. 이 작품에서 이병헌은 누구보다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완벽한 카리스마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스로 자초한 도덕적 치부를 강력한 연기력으로 덮었다.
최근 안방극장 화두는 이병헌이다. 시청자들은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아이리스'의 강렬한 여운을 또다른 느낌과 모습으로 9년 만에 만끽하고 있다. 배우는 연기로 모든 걸 말한다. 시작부터 이병헌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특유의 무게감과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화면을 압도했다. 이병헌의 '질리지 않는 연기'가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