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인기비결:시사·뉴스-JTBC 썰전①] '귀에 쏙쏙' 고급 수다 한 판
입력: 2018.07.23 05:00 / 수정: 2018.07.23 10:45

썰전 출연진. JTBC 썰전 에서는 개그맨 김구라가 MC(가운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왼쪽), 박형준 교수(오른쪽)가 진보-보수 논객으로 활약하고 있다. /JTBC 제공
'썰전' 출연진. JTBC '썰전' 에서는 개그맨 김구라가 MC(가운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왼쪽), 박형준 교수(오른쪽)가 진보-보수 논객으로 활약하고 있다. /JTBC 제공

요즘 방송가는 토크프로그램이 대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까지 예능과 연예정보, 시사는 물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토크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분야별 이슈와 화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 패널들이 참여해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 눈길을 끈다. 연예정보프로그램도 뉴스보다 스토리텔링에 점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 시대를 맞아 단순 뉴스 소개보다 뉴스 이면의 숨은 얘기를 더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더팩트>는 방송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들 토크프로그램을 △시사·뉴스 △예능 △연예정보로 나눠 인기비결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시사 토크, 정치 평론 프로그램의 판도를 제대로 뒤집어 놓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지난 2013년 2월 21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종합 편성 채널 JT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썰전'이다.

'썰전'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신개념 이슈 리뷰 토크쇼'를 내세우고 있다. 매주 한 주간 뉴스를 뜨겁게 달군 주제를 놓고 진보 논객과 보수 논객이 과감한 대담을 펼친다.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전 국민의 정치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2016년 11월 3일, '썰전'은 최고 시청률 9.29%(닐슨코리아·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최근에도 3~5% 오가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썰전'은 시사 토크 프로그램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채로운 매력 포인트를 지닌 '썰전'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인기 요인 1: 정치 이야기를 재밌게

일명 '뒷담화'는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정치 '뒷담화', 정치색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은 토크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었고, 비주류 매체의 산물로 여겨졌다. 정치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도 은연 중에 터부시됐다. 방송심의규정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팟캐스트에 대중의 청각이 자연스레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포맷을 보기 좋게 다듬어 텔레비전으로 끌고 온 것이 바로 '썰전'이다. KBS 예능제작국에서 JTBC로 이적한 이동희 CP와 예능 PD-작가들이 의기투합해 제작한 '썰전'은 본래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1부 시사 토크, 2부 예능 토크로 나뉘어 시작했으나 2부가 삭제되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이동희 CP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썰전' 기획 의도에 대해 "딱딱한 정치 사회 이슈를 시청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하는 것"이라며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지 않는 대중의 시선까지 잡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사회 이슈가 나랑 무관하지 않다는 것,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어렵다는 이유로 시선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 개인의 선택이지만 옳은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분류 아래 형성된 말랑말랑한 기조, 예능 프로그램 식의 편집과 자막 등도 한몫 했겠으나 MC 김구라를 주축으로 한 출연자들의 재미난 입담이 프로그램의 유연한 분위기를 구축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양 진영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덕에 '썰전'은 특정 성별, 연령대가 아닌,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게 됐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뉴스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녹화방송'은 부득이 불리한 부분을 안고 있는데 그럼에도 초기 프로그램 포맷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정치 프로그램은 중장년 남성들이 주로 시청했다. '썰전'은 다른 정치 프로그램과 타깃 시청자에 차별화를 둬서 젊은층도 좋아한다. 젊은층의 식견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썰전 이미지. 종합 편성 채널 JT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썰전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이슈 리뷰 토크쇼다. /썰전 홈페이지
'썰전' 이미지. 종합 편성 채널 JT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썰전'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이슈 리뷰 토크쇼다. /'썰전' 홈페이지

◆ 인기 요인 2: 환상의 출연자 조합

'썰전'은 환상의 출연자 조합을 자랑한다. 개그맨 김구라가 MC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보수-진보 양 진영의 저명한 인사들이 논객으로 나서 대담의 품격을 높인다. 1기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출연 당시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강용석 변호사(전 국회의원), 2기 유시민 작가(전 장관, 국민참여당 대표)-전원책 변호사, 3기 유시민 작가-박형준 교수(전 국회사무총장), 4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박형준 교수로 진보-보수 논객이 꾸려졌다.

연예계 호사가로 통하는 김구라는 '썰전'의 분위기 메이커다. 특유의 호방한 기운과 박학다식한 면모는 자연스럽게 정치라는 소재와 어우러졌다. 또한 수준 높은 논객 사이에서 정통 정치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한 '썰전' 특유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구라는 더불어 각자의 의견이 뚜렷한 진보-보수 논객 사이에서 든든한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나름 요령이 생겼다"면서 "그분들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다 보면 간혹 토론이 과열되는 건 사실이다. 그럴 때 큰형님들이시니깐 우스갯소리로 손잡으면서 적당히 하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또한 "'복면가왕'이나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과는 달리 '썰전'에서는 더욱 패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다. 그게 균형 잡힌 토론을 위한 최고의 중재라고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썰전' 진행 노하우를 밝혔다.

지난달 유시민 작가가 '썰전'에서 하차하고 노회찬 의원이 이달 초 '진보 논객'으로 새로 합류했다. 노회찬 의원-박형준 교수 조합으로 4막이 열린 셈이다. 두 논객의 조합은 어떨까.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에 대해 "기존 논객 못지않게 '역대급'이다"고 표현했다. 그는 "노회찬 의원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유시민 작가와 정당활동도 함께 했고, 팟캐스트 방송도 했다. 유시민 작가를 능가하는 입담꾼이다"고 말했다. 박형준 교수에 대해서는 "팟캐스트형 캐릭터는 아니지만 MB정부 시절 청와대에 몸을 담았고, 학자이기도 하기에 정치평론 이상의 깊숙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유시민 작가. 유시민 작가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 반 JTBC 썰전에서 진보 논객으로 활약했다. /JTBC 제공
유시민 작가. 유시민 작가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 반 JTBC '썰전'에서 진보 논객으로 활약했다. /JTBC 제공

◆ 인기 요인 3: 수준 높은 논객, 뛰어난 분석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지녔으며, 실제로 정치에 몸담으며 깊숙이 관여했거나 저명하게 통하는 이론가를 논객으로 구성하는 게 '썰전'의 매력이다. 각 논객은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사안의 내면을 분석하고, 향후 흐름까지 예측한다.

시청자는 귀에 쏙쏙 들리는 정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견문을 넓히고 각 주제들에 대한 흥미와 공감을 만끽한다. '썰전' 방송 초기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는 30대 초반 여성 애청자 A 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썰전'을 보면서 정치에 관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정치라는 것이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고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썰전'을 열심히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나에게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청자들은 유시민 작가의 탁월한 분석력에 감탄하고 갈채를 보냈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 반 '썰전'과 함께했다. 그 사이 대한민국 정치계에는 20대 국회의원 총선, '국정 농단' 사건, 대통령 탄핵, 19대 대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7대 지방선거 등 여러 이슈가 이어졌다.

유시민 작가는 탁월한 언변을 바탕으로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가는 면모, 현역 정치인 시절과 달리 따뜻한 서민적 인상을 앞세워 시청자들의 큰 호감을 얻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떠나며 "이제 정치에서 더 멀어지고 싶어서 정치 비평의 세계와 작별하려 한다"면서 "앞으로는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본업인 글쓰기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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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이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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