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슈츠' OST로 대중의 마음을 녹인 가수 로라(LAURA). 로라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로라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녹이고 싶어요"
[더팩트|이진하 기자] 최근 브로맨스로 안방극장의 즐거움을 전한 드라마 '슈츠'에서 깊고 진한 목소리로 드라마 속 주인공은 물론 대중을 적신 가수가 있다. 바로 신인가수 로라(본명 김소라·25)가 그 주인공이다. OST 'Calling You'으로 대중에게 처음 목소리를 알린 그를 만나봤다.
로라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목소리 하나로 많은 사람에게 울림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란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마광수의 책 '로라'(구 '별것도 아닌 인생이')에서 이름을 따왔다던 가수 로라는 이름처럼 당당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이 돋보였다.
로라는 유치원 시절 부모님이 보내주신 '유아체육진흥단'에서 수영, 발레, 합창 등의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로라는 어렸지만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도 생활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지금의 길을 택하게 된 영향이 있다고 고백했다. 특히 '학예회'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는 무대에서 센터를 도맡아 하며 남다른 끼를 분출하기도 했다.
타고난 재능을 쉽게 숨길 수 없던 로라는 남다른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전했다. "크고 나서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제가 돌이 조금 지났을 무렵 집에 있던 장난감 피아노를 보고 달려갔대요. 그리고 여느 아이처럼 피아노를 쿵쿵쿵 치지 않고, 마치 진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처럼 행동에 엄마가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고요. 아마 그때부터 끼가 있던 것 아닐까요?"라며 미소 지어 보였다.
로라는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꾸며 꾸준히 한 길만을 걸어왔다. /이선화 기자 |
그렇게 운명적으로 다가온 음악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로라는 고등학교 진학도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바로 박효신, 휘성, 양요섭, 환희 등 가창력 좋은 가수를 배출한 '아현고등학교'였다. 로라는 이곳에서 보컬 공부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 공부와 춤 실력 등을 고루 갖추며 가수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
"학교 다닐 때 가장 기억의 남는 것 중에 하나는 보컬 시험을 보면 나오는 순위표에 관한 거예요. 당연히 모든 아이들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등수를 궁금해하죠. 종종 선생님 교탁에 올려있는 시험 등수 표를 보면 제가 대부분 1등을 했어요. 너무 좋아서 수업도 더 열심히 듣게 됐죠."
하지만 순탄할 것 같았던 로라의 삶도 좌절의 순간이 있었다. 여러 번 도전했던 대학교 실기는 최종 면접에서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로라는 "꼭 대학을 가야지만,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과감히 포기했고, 대신 고등학교 때 쌓아왔던 실력을 다듬었어요. 이후에 제 노래를 듣고 제게 음악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은 고배를 마셨지만, 보컬 교육을 받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는 많아졌다. 때문에 로라는 보컬 강습을 하면서 또 다른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친한 친구의 제안으로 중국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당시 중국어에 대해 하나도 몰랐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중국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로라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방송을 하면서 처음에는 그냥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만 불렀어요. 그러다가 댓글이 생기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죠. 꽤 오랜 시간 방송을 했더니 나중에는 제가 공부하는 것을 알고 한 중국 팬은 손수 적은 한글과 한자를 찍어서 SNS로 보내준 적이 있어요. 너무 고맙게 느껴졌어요. 감동 그 자체였죠."
로라는 중국 인터넷 방송과 국내용 모바일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꾸준히 알려왔다. /로라 SNS |
로라에게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로라의 독특한 음색과 가창력을 높이 산 몇몇의 소속사는 로라를 걸그룹 멤버로 영입을 원했다. 하지만 로라는 그런 유혹들을 멀리하고 '나만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고집과 각오로 임했다. 오랜 도전의 시간을 보내온 20대의 로라, 힘들지 않았을까.
"늘 불안함을 가지고 살았죠. 가끔 억울하기도 해요. 저는 유치원 때부터 이 길만 걸었는데, '왜 안될까'란 생각이 들면 우울하죠. 그래도 지금은 '잘 되겠지'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악으로 꼭 유명해지고 싶단 생각보다 꾸준히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장 커요. 그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볼 수 있겠죠?"
힘든 마음을 보였지만, 오랜 시간을 보내오면서 단단해진 내면도 엿볼 수 있었다. 로라는 우울함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집에서 다양한 코어 운동도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서 그런지 자세가 바르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과거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가끔 트레이너냐는 소리를 들어요. 그럴 땐 내가 운동을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운동 덕분인지 춤도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는 운동 배운 것이 너무 감사해요."
섹시한 비주얼과 깊고 진한 목소리와 달리 로라는 말을 할 때는 20대의 청량감과 귀여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노래를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섹시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런 자신의 장점을 잘 아는 로라는 화려한 기교나 웅장한 사운드보다 목소리 하나로 울림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 목소리가 예전 노래랑 잘 어울린데요.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도 그렇지만, 외국 가수 중에는 아델(Adele),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 등 보컬이 돋보이는 가수들이 좋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요. 한국에서는 이소라의 노래도 많이 불렀고, 헤이즈의 노래도 좋아해서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예요"
아직 정식 데뷔는 이뤄지지 못했으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가수 로라. 흔들리는 바람을 잘 이겨내어 올해가 가기 전 로라의 깊고 진한 음색을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는 한 장의 앨범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jh311@tf.co.kr
[대중문화이슈팀|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