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변산' 박정민 "'쇼미' 출연 정준하, 정말 대단해"
입력: 2018.07.08 05:00 / 수정: 2018.07.08 05:00
배우 박정민은 영화 변산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극중 래퍼 학수 역을 맡은 그는 영화에서 수준급 랩 실력을 펼쳤다./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배우 박정민은 영화 '변산'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극중 래퍼 학수 역을 맡은 그는 영화에서 수준급 랩 실력을 펼쳤다./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박정민, '변산'으로 영화 첫 주연

[더팩트|종로=박슬기 기자] 모든 것이 짜증투성이다. 어찌나 불만도 많은지, 사람과 만날 때마다 투덜거린다. 웃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래퍼로 성공해보겠다고 나고 자란 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죽어도 돌아가기 싫은 고향으로 강제소환됐는데 '흑역사'까지 강제소환됐다. 참담한 현실에 어두운 과거까지 더해졌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막막함만 있을 뿐이다.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 속 학수의 이야기다.

학수를 연기한 박정민은 지난달 29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나도 학수처럼 잠깐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 더 많은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친한 사람들이나 가족에게 유독 더 짜증을 내지 않나. 저도 평소에 짜증이 많은 편인데(웃음) 그런 부분이 와 닿았다"며 "관객도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래퍼 학수 역을 연기하기 위해 1년간 랩에 매달렸다. 영화에 나온 모든 랩의 가사를 직접 썼다. 한 마디를 위해 한, 두 시간을 공들였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래퍼라서 힘들었어요. 다른 직업이었으면 기술적으로 '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랩은 아니잖아요. 능숙한 래퍼처럼 가사를 쓰고 래핑을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했죠. 제가 가장 신경을 썼던 건 '학수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였어요. 학수의 인생을 완벽히 알아야 랩에 잘 담을 수 있으니까요. 상상을 많이 했죠. 그 상상 덕분에 연기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고요."

박정민은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출간한 적 있을 정도로 수준급 글솜씨를 갖고 있다. 덕분에 랩 가사를 쓰는 데 꽤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글을 써보지 않았다면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랩 하는 박정민. 박정민은 변산의 래퍼 배역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했다. /영화 변산 스틸
랩 하는 박정민. 박정민은 '변산의 래퍼 배역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했다. /영화 '변산' 스틸

박정민의 필모그래피는 참 다양하다. 하나의 색깔로 정의할 수 없다. 서번트 증후군(한 분야에 특출한 능력을 가진 자폐증)을 앓는 천재피아니스트부터 변호사, 시인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특색있는 캐릭터를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정민은 좀 더 쉬운 길을 걸어갈 수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욕심을 냈다.

"작품을 볼 때 느낌을 보는 것 같아요. 그 느낌 안에 여러 가지가 있겠죠. 시나리오가 재밌다든지, 감독님이 누구인지, 어떤 선배 배우와 함께하는지, 캐릭터가 좋은지 등을 보죠. 특히 상상했을 때 괜찮으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전 도전적인 성격의 인간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는 도전의식이 강하게 느껴지겠지만 그저 연기를 잘하고 싶을 뿐입니다."

최근 충무로에 '핫'한 배우로 꼽히는 박정민은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그는 '변산' 뿐만 아니라 영화 '사냥의 시간'과 '사하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삶의 낙'은 무엇일까.

"영화를 만드는 일이 재밌어요. 저에게는 이게 낙이죠. 또 다른 낙을 꼽자면 '무한도전'이예요. 지금은 끝났지만, 옛날 에피소드를 돌려보고 있어요. 사실 마지막 방송했을 때는 엉엉 울었거든요. 그만큼 골수팬이에요. '무한도전'을 보면서 배우는 게 참 많거든요. 정해진 콘셉트 안에서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대단해요. 특히 '무한상사'는 경이로울 정도였죠."

박정민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박정민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무한도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변산' 속 학수의 모습과 정준하가 '쇼미더머니'에 도전한 에피소드가 교차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꽤 닮았다.

"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정준하 선배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구나'라는 느꼈죠. 무반주에 랩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랩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출연한다는 자체가 부담이거든요. 제가 어디 가서 무반주 랩을 잘 안 하는 이유도 힙합이 희화화 될까 봐서죠. 어떤 분들은 '음원 내 볼 생각 없냐'고 하는데 '변산'에서 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박정민에게 '변산'은 큰 도전이자 첫 주연작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또 이준익 감독과 재회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는 "주연의 자리는 정말 힘들다"며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민에게 '변산'은 어떤 작품"이냐고 물었다. 그는 "'변산'은 참 벗어나고 싶다가도 막상 벗어나면 쓸쓸할 것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애증이냐"고 묻자 그는 "'증'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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