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 메인 포스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6년 간 관부 재판을 그린 영화 '허스토리'는 27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허스토리' 포스터

김희애·김해숙 주연 '허스토리', 27일 개봉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민족의 아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 아픈 역사의 자취에서 '관부 재판'은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안긴다.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관객의 의식 위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명한 '관부 재판'이라는 역사를 담담히 채색한다.

'허스토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관부 재판을 그린 작품이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번의 재판이 열렸다. 원고단 10명, 무료 변호인 13명은 시모노세키(관)와 부산(부)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당당히 마주했다.

영화 '허스토리' 스틸 속 배우 김희애-김해숙. 김희애(왼쪽)와 김해숙은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 배정길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허스토리' 스틸

영화는 1990년대 부산의 당찬 여사장 문정숙(김희애 분), 그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아픔을 숨기고 살아온 배정길(김해숙 분), 박순녀(예수정 분) 서귀순(문숙 분), 이옥주(이용녀 분)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주축이 된다. 문정숙은 원고단 리더로 나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잡았다. 이들 각각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살아 숨쉬는 듯 작품을 통해 관객을 찾아간다.

아픈 상처는 그 자체로 아프다. 아픈 역사는 가슴 깊은 곳을 울려 눈시울을 붉힌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와 고군분투를 과장하지 않고 오롯이 펼쳐놓는다. 억지로 슬픔과 감동을 짜내지 않는다.

관객이 스크린 속 이야기를 고스란히 역사로 느낄 수 있는 것에는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력이 큰 몫을 했다. 김희애는 부단한 노력 끝에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강단 있는 여행사 사장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각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정길 박순녀 서귀순 이옥주로 분한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는 연기 내공을 십분 발휘해 각 캐릭터의 내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관부 재판' 그린 영화 '허스토리'. 영화 '허스토리'에서는 배우 이용녀 예수정 문숙 김해숙 김희애(왼쪽부터) 등이 출연해 활약했다. /'허스토리' 스틸

민규동 감독은 약 10년의 준비 끝에 '허스토리'를 내놓을 수 있었다. 자료 조사 가운데 전혀 몰랐던 관부 재판 기록을 보게 됐고 "작은 승리 안에 큰 서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영화로 만들었다"는 민규동 감독이다. 그는 7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1990년대 초 김학순 할머니 고백을 듣고 가슴에 돌멩이를 하나 얹고 살았다. 그래서 약 10년 전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주위의 반대가 심했음에도 연출하고 싶었던 이유는 나 혼자 잘 사는 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연출 이유를 밝혔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무서운 이야기' '간신' 등 감각적인 연출로 관객을 만난 바 있는 민규동 감독의 뜨거운 신작 '허스토리'는 27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12세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12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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