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악역 3인' 최민수 허준호 유오성, 소름돋는 공포연기
입력: 2018.06.21 00:01 / 수정: 2018.06.21 00:01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에서 최민수는 권력을 쥐려고 기어야 할 곳에서는 확실하게 기고, 죽여야 할 이들은 죽이는 악당의 표본이다. 사진은 제작 발표회 당시 최민수. /남윤호 기자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에서 최민수는 권력을 쥐려고 기어야 할 곳에서는 확실하게 기고, 죽여야 할 이들은 죽이는 악당의 표본이다. 사진은 제작 발표회 당시 최민수. /남윤호 기자

'악당의 표본' 시청 흡인력, 이중성 야심남-사이코패스

[더팩트|강일홍 기자] 영화나 드라마 속 연기는 그저 연기일 뿐이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실제로 악역을 연기하면서 배우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의외로 카메라 앵글 밖에서는 엉뚱한 피해를 받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과거 배우 이성재는 영화 '공공의 적'에 출연한 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병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패륜악당 조규환 역을 너무 잘 소화한 '덕분'인데, 외적으로는 당시 타고 다니던 차량(아우디) 매출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정도다.

영화 '도가니'에서 성범죄자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장광은 당시 친구들로부터 '인간 쓰레기'라는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 배우자와 관계까지 나빠진 적이 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악녀 신애리를 맡은 김서형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 스트레스를 받아 탈모가 진행되고 실신하기까지 했다.

요즘 악당 연기로 안방극장에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물하는 주인공들이 화제다. 주중 내내 시청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들은 최민수 허준호 유오성 등 모두 연기경력 20~30년 차의 베테랑 연기자들이다.

유오성은 그룹 회장이 되려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야심남으로 변신했다.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서 대기업 피케이(PK) 이사 서종길 역을 연기 중이다. 서종길은 심지어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딸 약혼남까지 죽일 수 있는 냉혈한이다. 더구나 평소에는 이른바 ‘딸 바보’인척 해 시청자들에게 더 섬뜩하게 와닿는다.

3인의 악행이 더 소름이 돋는 이유는? 유오성(서종길)은 딸바보에 똑똑한 기업가이고, 허준호(윤희재)는 너털웃음 짓는 수리기사이며, 최민수(안오주)는 밑바닥에서부터 노력해 올라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더팩트 DB
3인의 악행이 더 소름이 돋는 이유는? 유오성(서종길)은 딸바보에 똑똑한 기업가이고, 허준호(윤희재)는 너털웃음 짓는 수리기사이며, 최민수(안오주)는 밑바닥에서부터 노력해 올라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더팩트 DB

허준호는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2년간 12명을 살해한 사이코패스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내 등 뒤에 칼 꽂지 않을 인간은 오직 내 새끼 뿐"이라며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정작 교도소에 가서는 "나도 같은 사람"이라며 인간적 호소를 하는 철저하게 이중적인 인간이다.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에서 어시장 깡패 출신 안오주를 연기하고 있는 최민수는 더 악랄하다. 오주그룹 회장에서 시장까지 된 그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기어야 할 곳에서는 확실하게 기고, 죽여야 할 이들은 죽이는 악당의 표본으로 비친다.

이들 3인의 연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철저하게 양두구육이라는 이중적 면모가 대비되고 있어서다. 서종길은 딸바보에 똑똑한 기업가이고, 윤희재는 너털웃음 짓는 수리기사이며, 안오주는 밑바닥에서부터 노력해 올라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이들의 악행에는 ‘소름이 돋는다’는 반응이 많다.

또 하나는 셋 모두 베테랑 악역전문 연기자들답게 표정과 느낌만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눈썹을 들썩이거나,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식의 표정 연기, 작은 변화만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배우 최민수는 오랜기간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누비며 다양한 역할을 도맡았음에도 악역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의 제작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한 최민수. /남윤호 기자
배우 최민수는 오랜기간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누비며 다양한 역할을 도맡았음에도 악역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의 제작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한 최민수. /남윤호 기자

기자출신 방송인이자 대중문화평론가인 정영진 씨는 "드라마는 영화처럼 음향효과(욕설)나 시각적 과장(담배를 피거나 폭행 제스처) 등 노골적으로 잔인한 장면을 연출할 수 없다"면서 "이런 한계를 감안한다면 이들의 고난도 악역 연기는 순전히 연기 내공에서 빛을 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눈짓 손짓 하나까지 고민할 정도로 캐릭터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다. 최민수는 "악역인데 담배도 못 피고 흉기도 못 쓰고 욕도 못하니 연기하기 더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고, 허준호는 "녹화 전날 잠을 못 이루거나 잠을 자면서 다리가 잘리는 악몽을 꿀 만큼 악역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최민수와 허준호는 80년대 중후반에, 유오성은 1992년에 데뷔했다. 오랜기간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누비며 다양한 역할을 도맡은 연기파 배우들임에도 '악역에 대한 부담만큼은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악당 연기는 배우에게도,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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