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이송희일 감독. 유형준 감독은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송희일 감독(사진)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송희일 감독 페이스북 |
유형준 감독 "인디포럼·이송희일 감독·동석자, 공개 사과하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단편영화 감독 유형준씨가 인디포럼 영화제 전(前) 의장 이송희일 감독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 감독은 11일 페이스북 독립영화당 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통해 이 감독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게재하고 7일 제23회 인디포럼 개막식 후 열린 술자리에서 이 감독으로부터 "성적 추행과 성적 대상으로 시달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자신이 올린 글에서 1차 술자리가 끝난 후 이튿날 이른 오전 1시부터 3시까지 종로3가 근방 한 찌개 가게에서 이 감독, 이 감독 여성팬 세 명과 가진 2차 술자리 당시를 회상했다. 유 감독은 "이 감독은 저와 동행 PD에게 '저 욕망 덩어리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여성 가운데 한 명에게 '둘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냐. 골라서 데려가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또 "(이 감독은) 자신 작품에 출연한 남자 배우를 언급하며 '그 녀석 벗은 몸을 보니 내 취향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더불어 이 감독이 동행한 PD와 자신을 보면서 "난 너희 같은 마초 스타일이 좋다" "맛있어 보인다"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감독은 인디포럼 전 의장이자 현 공식 작가진중 한 명이다. 유 감독은 같은 날 오후 인디포럼 의장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고 종로3가 카페에서 인디포럼 의장과 작가를 만나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유 감독 주장에 따르면 같은 날 밤 이 감독은 유 감독에게 전화를 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두 분이 게이라고 생각하고 농담을 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송희일 감독이 유형준 감독에게 보낸 메시지. 유형준 감독은 11일 이송희일 감독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송희일 감독이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페이스북 독립영화당 페이지 캡처 |
유 감독은 인디포럼 내부 직원이 이 감독에게 귀띔해 신고 정보가 이 감독에게 알려진 것이며 이에 대해 인디포럼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디포럼 측에 자체 내부 조사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또 "최근 연이은 성추행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인디포럼 측과 이 감독 및 동석자들의 공개 사과와 성명 발표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98년 단편영화 '언제나 일요일 같이'로 데뷔한 이 감독은 '굿 로맨스' '후회하지 않아' '탈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야간비행' '미행' 등의 메가폰을 잡았다. 유 감독은 제23회 인디포럼에 단편영화 '아들딸들'로 초청됐다.
다음은 유형준 감독이 페이스북 독립영화당 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2018년 23회 인디포럼 영화제에 단편 '아들딸들'로 초청을 받게 됐습니다. 저는 해당 작품의 PD와 함께 6월 7일날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고, 이후 1차 술자리가 파한 후 8일 새벽 1~3 시경까지 종로 3가 근방의 한 찌개집에서 이송희일 감독과 이송희일 감독의 팬이라고 자청하는 여성 세 분과 함께 2차 술자리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와 동행 PD 는 이송희일 감독과 세 여성분의 적극적인 동조 아래 이송희일 감독에게 온갖 성적 추행과 성적 대상화에 시달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송희일 감독은 저와 동행 PD에게 "저 욕망덩어리들이 여기까지 왔다" 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여성분 중 한 분에게 "둘 중에 누가 더 마음에 드냐, 골라서 데려가라"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동석한 여성분은 이송희일 감독을 말리기는 커녕 "아직 너무 어리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정색을 한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여성분들은 감독님이 만취하셨으니 이해하자"라며 감독님이 아닌 저와 제 작품의 PD를 말렸습니다.
우리는 대화 주제를 바꾸고자 이송희일 감독에게 영화 작업에 대한 질문을 했고, 이송희일 감독은 작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듯 싶더니 다시 자신의 작품에 출연했던 특정 남배우를 언급하며 "그 녀석 벗은 몸을 보니, 자신의 취향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어 이송희일 감독은 저와 PD를 보며 "난 너희같은 마초 스타일이 좋다" "맛있어 보인다" 라는 발언을 했고,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분노에 찬 저는 입을 다문 채 이송희일 감독을 노려봤습니다. 그러자 이송희일 감독은 "쟤가 날 보는 눈빛이 아주 강렬하다"라고 했습니다. 저와 PD는 더 이상 이 자리를 견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8일 오후 곧바로 인디포럼 측에 의장의 연락처를 묻고 의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종로 3가의 카페에서 인디포럼 의장과 작가를 만나 최초 신고를 했습니다. 저는 제 신분을 공개해도 좋다. 영화제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송희일 감독 및 동석자들의 공개 사과와 인디포럼의 성명 발표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인디포럼 측은 신고가 접수되었으니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피신고자 이송희일 감독로부터 신고자인 저를 격리하고 보호하겠다는 알림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계속해서 벌어졌습니다. 신고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인 8일 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자 "<아들딸들>의 관련자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재차 "누구신데 그러냐"라고 물어보자 발신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를 꺼려했습니다. 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송희일 감독이냐"라고 물어보자 그제서야 감독은 자신이 맞다고 인정하며 다음날 개인적으로 뵙고 얘기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거절했고,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두 분이 게이라고 생각하곤 농담을 한다는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사실의 외부 공개와 공개 사과를 바란다고 전하자 이송희일 감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저는 신고 정보가 어떻게 누설된 걸까 하는 의문에 인디포럼 측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어 인디포럼 측에서는 조사 결과 인디포럼 내부 직원이 이송희일 감독에게 정보를 귀띔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사과했고, 저는 결국 이송희일 감독이 인디포럼의 전 의장이자 현 공식작가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인디포럼의 자체 내부 조사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저, 유형준 감독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익명화도 바라지 않으며, 최근 연이은 성추행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인디포럼 영화제 측과 이송희일 감독 및 동석자분들의 공개 사과와 공식 성명 발표를 요구합니다.
joy822@tf.co.kr
[대중문화이슈팀ㅣ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