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드라마 '대군'에서 루시개 역을 소화한 배우 손지현이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미닛 남지현에서 손지현으로 활동명을 바꾼 그는 '대군'을 통해 배우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임영무 기자 |
포미닛 남지현→배우 손지현, 새로운 시작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데뷔 10년 차, 걸그룹 포미닛 멤버로 가요계에서 선배로 활동했던 남지현이 손지현으로 이름까지 바꾸며 신인배우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손지현(28·본명 남지현)은 지난달 6일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연출 김정민, 이하 '대군')를 통해 배우로서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대군'은 동생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던 사랑, 이 세상 아무도 다가올 수 없게 만들고 싶었던 한 여자를 둘러싼 그들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의 기록을 담은 사극 드라마다. 극중 손지현은 여진족 혼혈아로 짐승적인 본능을 지닌 씩씩하고 순수한 루시개로 분했다. 그는 이휘(윤시윤 분)의 오른팔로서 활약하며 캐릭터 그 자체로 대중에게 평가 받았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더팩트> 사옥에서 만난 손지현은 아직 '대군'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해 보였다. 그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진짜 끝났구나' 싶으면서도 서운한 부분도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루시개 역에서 많이 헤어 나오긴 했는데, 아직도 간혹 생각하면 울컥할 때가 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손지현은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을 떠나 루시개 역에만 몰두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미모를 가릴 '때칠 분장'부터 토끼 고기를 개걸스럽게 먹는 연기까지 감행했다. 이를 지켜본 주위의 반응은 어땠을까. 손지현은 "중학교 동창도 (저인지) 못 알아봤어요"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친구의) 어머니가 자꾸 보더니 너(손지현)라고 그러더라'"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또 그는 "어떻게 그렇게 망가질 용기가 생겼냐"는 이야기를 동료 배우들로부터 들었다며 "'내가 알던 네가 아닌데, 제대로 잘 망가졌다.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반면, 가족들은 "얼굴 때칠하니깐 더 고생스러워 보이고 안쓰러워 보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지현과 나눈 일문일답.
-'대군'에 합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오디션을 봤어요. 사실 처음에 감독님이 루시개 역할을 뺀 나머지 다양한 역할의 대본을 주시면서 읽어보라고 하셨죠. 나중에는 '뭘 하고 싶니?'라고 물으셔서 나겸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 캐릭터는 내가 건드릴 수 없구나. 나한테 그런 느낌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결국 감독님이 루시개 대본을 주시면서 읽어보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래서 현장에서 읽고 '너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루시개의 사연을 듣고 나니 제가 하고 싶었어요. 너무 매력 있는 캐릭터라서 욕심이 났죠.(웃음)
'대군'으로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 손지현은 "너무 매력 있는 캐릭터라 욕심이 났다"며 루시개 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임영무 기자 |
- 첫 사극 도전, 어렵지 않았나.
사극이라서 어려웠던 것은 추웠던 거 말고는 없었죠. 하지만 루시개라는 캐릭터가 흔한 캐릭터도, 사극에서 봤던 캐릭터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만들어야 하나'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웃음) 캐릭터를 참고하기 위해서 무협 영화도 많이 보고 '늑대소년'(감독 조성희)도 참고했어요. 원초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있잖아요. 생각해보니 루시개 역 소화하면서 큰 토끼를 잡아야 하는 장면은 정말 어려웠어요. 토끼가 사람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토끼고기 먹는 신에서는 닭고기 같은 다른 고기로 대처 안 하고 실제 토끼 고기를 먹었죠. 처음 경험해 보는 거라 새로웠죠. (웃음)
- 배우의 꿈을 원래 꿨었나.
일단 가수 데뷔하기 직전에 당시 소속사 추천으로 연기 수업을 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수동적으로 배워봤는데, 하다 보니깐 잘 하고 싶어졌죠. '죽기 전에 언젠가 (연기를) 잘 해보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포미닛이) 해체를 하게 되고 제가 갈 길을 생각하면서, (배우가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죠.
- 점차 연기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초반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저는 (캐릭터에) 몰입을 했고 진심이었기 때문에 별로 흔들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루시개는 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기에 너무 좋았어요.(웃음)
- '연기돌'이나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환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연기력 논란에도 휘말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선배로서 생각이 궁금하다.
(연기력 논란은) 감내해야 되는 부분이고 받아들이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거예요. 못 받아들인다면 살아남을 수도 없을뿐더러,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배우와 아이돌 생활을 둘 다 병행하기가 사실 쉽지 않아요. 예전에 저도 그랬고요. 이전에 한 관계자분께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을걸?'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뭔지 겪어보니 알 것 같았죠.(웃음)
- '연기돌'과 배우로서의 전향, 차이가 있을까.
(연기에) 임하는 자세와 생각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모든 환경도 다르고요. 무게감과 책임감 등 모든 면에서 다른다고 느껴요. 겉으로 봤을 때는 (제 자신이) 변화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예전에는 (연기하는 것이 아이돌 생활에서) '플러스알파'였다면, 지금은 저에게 전부가 됐죠.(웃음) (배우로 전향한) 지금은 오히려 연기를 할 때 프라이드를 갖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긴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편안해졌고요.(웃음)
- 배우로 전향하며 이름(성)를 바꾸게 된 계기는.
배우를 전향하기로 처음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름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동안 쌓아온 것이 아닌 새로 쌓아간다는 느낌으로 시작하고 싶었죠.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요새 엄마 성으로 많이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는 게 생각났어요. 호적을 판 건 아니고요. 하하하. 그저 의미 있게 (배우로서) 시작하고 싶었죠. 이름 전체를 바꿀 수도 있었고, 작명소도 가봤지만 제 이름 같지 않았어요. '지현'으로 활동할까도 생각했지만 흔한 이름인지라, 특별한 성이 필요했죠. 그래서 (기존의 남 씨 대신에) 어머니 성인 손 씨로 바꾸게 됐죠. 아버지가 초반에 좀 많이 서운해하시더라고요. (웃음)
포미닛 멤버로서 7년 동안 아이돌 생활하다 배우로 전향한 손지현은 "지금은 연기에 더 욕심이 난다"면서 "생동감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
- 배우로 전향하기 전, 포미닛 해체라는 아픔을 겪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 한 시기였어요. 그래도 저는 한 30대 초반까지는 할 줄 알았거든요.(웃음) 하지만 환경이 그렇지 못한 거 같아요. 물론 언젠가는 할 일(해체)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빨리 해체될 줄은 몰랐거든요. 7년간 해온 게 없어지니까 허무하더라고요. 해체 결정이 났을 때 '그립고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원없이 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무대가 그립진 않나. 무대에서 손지현을 볼 기회는 없을까.
그립죠. 그립지만 그리움일 뿐이죠.(웃음)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연기를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음반 욕심이나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은 당장에 없는 것 같아요. 드라마 OST 같은 경우는 빨리하고 싶지만 먼 훗날 역량이 되고 여유가 생기면 참여해 보고 싶죠.(웃음) 하지만 무대에서 뵐 기회는 당분간은 없을 것 같아요. 연기 쪽으로 잘하고 싶어서요.(웃음) 연극이나 뮤지컬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죠. 그래서 뮤지컬 수업을 한 번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아요.(웃음) 발성도 정말 다르더라고요.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을까.
염정아 선배요! 너무 쿨하시고 긍정적인 영향도 정말 많이 주세요.(웃음) 자녀를 키우시면서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데 그 모습도 멋있어요. 또 김혜수 선배도 본받고 싶죠. 쿨내 진동하는 그런 걸크러쉬 매력. 저한테는 없는 모습이라서 닮고 싶죠.(웃음)
- 배우 손지현의 강점/장점은 무엇일까.
좀 유연한 편이라 적응하는 것이 빨라요. 그리고 얼굴이 밋밋해서 어떤 옷을 입느냐, 어떤 화장을 하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처음엔 강점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는 분명한 강점이라 생각하죠.(웃음)
-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건강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정신도 건강하고 작품을 통해서 생동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죠.(웃음) 또 대중들이 오래 보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연기한 작품을 보고 '저 캐릭터 정말 좋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