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강제 추행' 이서원 추락, 혼자만의 잘못인가
입력: 2018.05.30 08:30 / 수정: 2018.05.31 09:48
상식 밖 사건 속 주인공. 배우 이서원은 동료 여성연예인을 성추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최근 경찰에 출두했다. /이덕인 기자
상식 밖 사건 속 주인공. 배우 이서원은 동료 여성연예인을 성추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최근 경찰에 출두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스타는 탄생하는가, 만들어지는가? 탄생론자들은 '스타란 끼와 재능을 타고 나야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춤과 노래 등 애초 예능의 기질을 태생적으로 품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연예계에 수없이 많은 2세 3세 스타들을 보면 연예인 부모로부터 '예능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이니 말이다.

탄생보다는 만들어지는 쪽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스스로 잘나봐야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한다.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남다른 스타성과 기질을 타고나도 부단한 연습과 노력은 필수다. 땀을 흘리지 않고 그냥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없다. 아무리 좋은 옥이라도 캐서 갈고 다듬지 않으면 그냥 흙 속에 파묻힌 돌에 불과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은 바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다. 소위 연예기획사로 불리는 스타에이전시는 대중이 눈치 채지 않게 매우 은밀히 '목표물'의 인지도를 확대 증폭시킨다. 해당 연예인이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속에 등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잠재적 팬심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작업도 병행된다. 각종 매체가 이용되는 것도 필수다.

드라마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가 대중에 각인될 유일한 기회의 문고리다. 사진은 드라마 병원선에 출연당시 이서원(오른쪽은 하지원). /남윤호 기자
드라마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가 대중에 각인될 유일한 기회의 문고리다. 사진은 드라마 '병원선'에 출연당시 이서원(오른쪽은 하지원). /남윤호 기자

◆ 이미지 메이킹 작업 필수 '기획사 스타만들기'와 뒤바뀐 '갑을'

한때 방송 드라마 PD는 스타지망생들에게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다. 드라마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가 대중에 각인될 유일한 기회의 문고리였고, 실제로 수많은 스타가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배고픈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 일약 거물급 스타로 변신한 연기파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진출은 하루 아침에 이들의 위상을 바꿨다.

소위 '갑'과 '을'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그 영향력이 미치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두고 나온 말이다. 갑과 을은 상대적인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생기게 마련이다. 심지어 연인 사이에서조차 피할 수 없는 '갑을 관계'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입장이 바뀐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누가 더 아쉬운가? 아쉬운 쪽이 '을'이다. 캐스팅 권한이 방송사에서 외주사(실제로는 톱스타를 다수 보유한 거대 연예기획사)로 이동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위치가 뒤바뀐 상황이다. 연예지망생에게 스타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기초단계는 캐스팅이다. 단역이든 조역이든 일단 작품에 발탁이 돼야 기회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서원 사건은 승승장구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철없는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윤호 기자
이서원 사건은 승승장구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철없는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윤호 기자

◆ 이서원 사건, 데뷔 3년차 경솔함 앞서 '스타발탁 시스템 부재'

배우 이서원(21)은 동료 여성 연예인을 성추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최근 경찰에 출두했다. 그는 상식 밖의 사건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차태현 송중기 박보검이 포진한 소속사의 '떠오르는 유망스타'란 점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승승장구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철없는 행동'이라는 점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그가 진행을 맡고 있던 KBS2 '뮤직뱅크'는 스타 등용문으로 평가되는 무대다. 미소년 같은 부드럽고 신선한 이미지는 타고 났지만, 이를 극대화해 브랜드로 형상화하는 데는 기획사의 몫이다. 연기 경력이 일천한 그가 일거에 대형 음악프로그램의 MC로 발탁된 데는 알고 보면 쟁쟁한 스타를 아우른 소속사의 위상이 더해졌던 셈이다.

인기를 거머쥐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탈 없이 지켜내기는 더 힘들다. 인기를 얻을수록 겸손해지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스타를 키워 힘을 갖게 된 기획사도 마찬가지다. '스타를 만들고 키우는' 비결은 '갑' 행세가 아닌 겸손이다. 불과 데뷔 3년차 배우의 경솔함을 탓하기보다 체계적인 스타 발탁의 시스템 부재에 안타까움이 앞서는 이유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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