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해인은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예쁜 누나' 통해 말로 많이 표현해 줘야 하는 거 느꼈다"
[더팩트ㅣ소격동=지예은 기자]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우 정해인(30)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종영 이후에도 전국 누나들은 여전히 정해인 앓이 중이다.
정해인은 지난 19일 종영한 종합 편성 채널 JTBC 금토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 극본 김은·연출 안판석)에 출연했다.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만들어가는 '진짜 연애'를 그린 드라마다. 정해인은 극중 서준희 역을 맡았다. 서준희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한국 생활을 답답해했지만 윤진아(손예진 분)를 다시 만난 뒤 감정 변화를 느끼는 인물이다. 정해인은 '예쁜 누나'를 통해 달콤한 눈빛과 박력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자연스러운 멜로 연기를 소화해냈다.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정해인은 맑은 눈망울로 환한 미소를 지치지 않고 계속 지어 보였다. 그는 "많이 허전하고 허하고 드라마('예쁜 누나')가 끝난 것을 스스로 부정하고 싶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정해인은 "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촬영 일자를 달력에 입력해놓고 그날이 오지 않길 바란 건 처음인 것 같다"면서 "작품이 끝나면 항상 시원 섭섭하고 후련함이 오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예쁜 누나')은 그 이상이어서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걸그룹 AOA 밴드 유닛 AOA블랙 'MOYA'의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정해인은 올해로 데뷔 6년 차다. 그는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본격적인 배우 행보를 시작했다. tvN 드라마 '삼총사'(2014), '도깨비'(2016), 영화 '역모 - 반란의 시대'(2017),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정해인이지만 '예쁜 누나'는 그의 데뷔 첫 드라마 주연작이다. 정해인은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첫 주연인 만큼 책임을 또 져야 하는 작품인데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예진 선배가 쌓아온 커리어에 내가 부족해서 누가 될까 봐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얼어있던 것은 사실인데, 선배가 촬영 끝나고 문자를 줬다"며 "'너는 서준희 자체니깐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마음대로 하면 돼'라고 말해줘 엄청난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예쁜 누나' 속 정해인과 손예진은 실제 연인 같은 '케미'로 호평을 받았다. 두 사람의 '환상 케미'는 현실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멜로 여신'의 입지를 다져온 손예진은 첫 멜로 주인공을 맡은 정해인을 자연스럽게 리드해 냈다. 정해인은 손예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던 부분에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로 '국민 연하남'의 존재감을 키운 정해인. 그는 인터뷰 내내 상대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정해인과 나눈 일문일답.
- 현실 연애담 그린 '예쁜 누나'로 모든 누나들의 판타지가 됐다.
준희를 연기했지만 내가 봐도 너무 멋진 남자였다. 판타지 요소가 있는 것 같다.(웃음) 진아는 너무 현실적이고, 그런 현실에 놓여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준희는 오로지 사랑이었지 않았나. 과연 31살의 저런 준희라는 인물이나 그 나이의 어떤 남자가 자신의 생업과 실리를 찾지 않고 사랑에만 올인할 수 있을까.(웃음) 그래서 초능력 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준희라는 남자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 그런 매력적인 준희를 더 매력 있게 보이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일단 대본을 진짜 많이 읽었다. 하지만 틀에 박힐 거 같아서 소리 내서 읽지 않고 눈으로 읽었다.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인지하려고 한 것이 크다. 또 매순간 진심을 다해 매 장면마다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우리가 했던 작품('예쁜 누나')이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허구고 거짓말인데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보이게끔 진짜 노력 많이 했다.(웃음)
정해인은 '예쁜 누나' 속 준희와 스스로 비슷한 점이 많지만, 드라마 속 준희는 그가 봐도 "너무 멋진 남자인것 같다"고 밝혔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 '예쁜 누나' 초반 테이블 아래서 손잡는 장면에서 준희의 매력이 폭발한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웃음) 나도 시청자였지만 (그 장면을 봤을 때) 설레고 떨렸다. 친구들이 그 방송이 나가고 연락이 와서 '그런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웃음) 대학교 CC(캠퍼스 커플) 할 때 몰래 문자 하고 손잡고 할때 있지 않나. 그런데 주변에도 그런 경험이 많은 듯하다. 또 오륭(진아 전 남자친구, 이규민 분)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 손 놓으라는 장면이 있지 않나. 원래 그 부분에 대사는 "그 손 안 놔?"였다. 하지만 "그 손 놔!"로 바꿨다. 물음이 아니라 명령조로 하고 싶었다.(웃음)
- 매력적인 준희와 실제 본인 싱크로율은 어떨까.
비슷한 점이 많긴 하다.(웃음) 좀 어른스럽고 진지한 면이 그런 것 같다. 둘 다 사실 재밌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준희는 나보다 조금은 더 재밌는 것 같다.(웃음) 친구들이 실제로 나에게 농담을 안 한다. 진담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표정과 농담의 뉘앙스를 모르지 않나. 한 번은 대학 시절 친구가 농담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ㅋㅋㅋ" "ㅎㅎㅎ" 등 웃는 표시 없이 보냈다. 문자를 받고 그 사람의 표정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친구들끼리 하는 편한 말이었는데도 그랬다. 옛날부터 쭉 (나는) 그래왔던 것 같다.(웃음)
- 비슷한 부분이 있어도 준희 역으로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작품('예쁜 누나') 중간과 후반으로 가면서 감정신들이 어려웠다. 벤치에 앉아서 껴앉고 우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의 그 비참함과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걸 느꼈고 진심으로 연기를 했다. 또 3년 만에 한국에 와서 (진아를) 결혼식장에서 봤을 때 그 풍경은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최악이었다. 그래서 그거 찍을때 실제로 체하기도 했고 식은땀이 나서 선풍기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초반에 달콤하게 촬영할 때는 또 행복했다.(웃음)
- 불꽃같은 사랑을 하다가 붕괴되는 순간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시청자들도 아쉬움을 느꼈을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아랑 준희는 사랑을 지키려 했지만 사랑을 지키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다. 너무나도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이도 이렇게 속 마음을 모를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서로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 결국 또 제주도에서 극적으로 재회하며 다시 사랑을 시작하지 않나. 실제라면 어떨까.
드라마에서만큼 사랑했다면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 같다.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고 부모님의 반대도 이겨내려고 노력하지 않나.(웃음)
- 실제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진다.
원래 감정 표현도 자주 하고 솔직한 스타일이다.(웃음) 그런데 닭살스러운 것을 잘 못해서 행동으로 자주 표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드라마('예쁜 누나')를 통해 말로도 많이 표현해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 달콤한 연기를 하다 보니 연애가 하고 싶기도 할 텐데.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촬영했고 진심을 다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거짓 감정으로 연기하는 순간 가짜라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연애 생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웃음) 하지만 또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하니까, 우선 연애보다도 첫 주연작에 대한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항상 작품을 하면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체크해서 복기한다. 그런데 ('예쁜 누나'는) 아직 1회부터 다시 못 봤다. 다시 봐야 한다. 하지만 (준희를 벗어나) 정말 객관적인 정해인으로 돌아와서 해야 할 것 같다.(웃음)
- 종영한 지도 얼마 안 됐고 준희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몰입하고 집중했다 보니 빠져나오기 힘들다. 정해인으로 이제 돌아갈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것도 배워보고 싶다. 노래도 배워보고 싶고 여행도 가보고 싶다.(웃음) 우선 삿포로('예쁜 누나' 포상 휴가지)까지는 준희로 다녀올 것 같다. 하루도 못 쉬었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고 삿포로 여행도 너무 기대된다. 이후에 짧게나마 국내든 해외든 2박 3일 정도 가고 싶다. 원래는 혼자 가려고 했는데 마음 편한 친구들이랑 떠나고 싶다.(웃음)
"31살에 '연하남'이라뇨." 지난 19일 종영한 '예쁜 누나'에서 서준희 역을 맡아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정해인은 연신 쑥쓰러워했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 준희 역으로 '국민 연하남' 수식어가 붙었는데.
31살에 '연하남'이라니.(웃음) 진아 누나에게 연하 남자가 있어서 '국민 연하남'인 거지 이제는 수염이 나고 조금씩 동안이 아니라 생각한다. 예전보다 확실히 덜 듣는 거 같다.(웃음) '국민 연하남' 이야기 들으면 도망치고 싶다.
- 그래도 여전히 동안인데 비결이 있나.
긍정적인 생각과 잠을 잘 자는 것 정도인 것 같다. 이번 드라마('예쁜 누나')를 하면서도 감독이 배려해줘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촬영한 적 없다. 덕분에 매일 7~8시간 잘 수 있었다.(웃음)
- 동안 외모는 여전해도 신인 때보다 사뭇 진중해진 것 같다.
내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 말이라는 게 어떻게 듣고 전달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전달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배우의 길을 묵묵히 차분하게 걸어가는 마음은 그때와 같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더 커진 것 같다.(웃음) 아무래도 그때보다 저를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저 또한 그 사랑을 느끼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웃음)
- 데뷔 후 첫 드라마 주연까지 차근차근 밟아왔다. 배우의 길에 대해 고민한 순간은 없나.
단 한순간도 없었다.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웃음) 작품을 쉬지 않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주변에서도 연기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많은데 그 기회가 없어서 못하기도 하지 않나. 작품을 쉬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웃음) 그리고 그 감사한 길을 묵묵히 그리고 차분히 나아가면 될 것 같다.
- 배우로서 특별히 탐나는 배역이나 장르가 있나.
아직 없다. 지금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시나리오를 읽는 것에 욕심이 난다. 귀도 열고 시야도 넓게 보고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웃음) 아직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책도 많이 읽으려 한다. 실제로 팬들이 책 선물해주신 게 50권 정도 있는데 이제 여유가 생기면 차분히 읽고 싶다.(웃음)
- '예쁜 누나'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앞으로 5년, 10년, 20년이 지나도 이 드라마('예쁜 누나')가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웃음) 그리고 시간이 지났을 때 'Something In The Rain'이나 'Stand By Your Man' 같은 ('예쁜 누나') 드라마 OST를 들으면 2018년 봄이 다시 생각 날 것 같다. 또 촬영했던 그 순간들도 떠오를 것이다.(웃음)
- 성공적인 첫 주연작, 앞으로의 행보는?
우선 빠른 시기에 좋은 작품으로 새로운 인물을 만나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것이다. 또 예정된 팬미팅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한치의 오차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웃음) 좋은 서비스를 팬들에게 드리고 싶고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목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