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의 유작 '독전'이 개봉 후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 '독전' 스틸 |
김주혁 유작 '독전', '데드풀2' 꺾고 박스오피스 정상
[더팩트|권혁기 기자] 오랜만에 한국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쌀쌀했던 3월 28일 개봉돼 추운 날씨에도 더욱 오싹함을 느끼려는 관객들을 유혹한 '곤지암', 영화 '스물'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바람 바람 바람'이 4월 11일까지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했지만 괴수영화 '램페이지'에 밀려 톱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4월 25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되면서 박스오피스를 평정했습니다.
16일에는 19금 히어로물 '데드풀2'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바통을 이어 받아 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죠. '병맛' 코드와 함께 화끈한 액션은 성인들을 열광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또 국외영화가 한국 영화시장을 점령하는구나 싶었던 22일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이 개봉돼 '데드풀2'를 꺾었습니다. '램페이지' 이후 한 달 하고 11일 만이었습니다. 더욱 눈여겨 볼 점은 '독전'이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들로부터 '데드풀2'보다 많은 지분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죠.
22일 기준 '데드풀2'는 1101개 스크린에서 5574번, '독전'은 1063개관, 5133회 상영됐습니다. 그러나 관객수는 '독전'(37만 6500여명)이 '데드풀2'(31만 7500여명)보다 6만명 가까이 더 끌어들였습니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으로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고(故) 김주혁 등 충무로의 쟁쟁한 배우들이 손발을 맞췄습니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독전'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평보다는 호평이 더 많습니다. 뻔하디 뻔한 반전이라는 평가와 달리, 배우들의 '미친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죠. 화려함과 차가움을 대비하는 연출과 화면, 음악이 삼위일체가 돼 보고 듣는 재미가 있다는 분석은 인상적입니다. '역대급' 비주얼 버스터, 배우들 카리스마에 놀랐다는 말도 나옵니다.
모든 작품에서 나만의 연기를 펼친 김주혁은 '독전'을 유작으로 남기게 됐다. /11시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흥부' '석조저택 살인사건' '비밀은 없다' '뷰티 인사이드' '공조' 스틸컷 |
필자의 입장에서는 극 중 진하림으로 분한 김주혁의 빈자리가 아쉬웠습니다. '그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서 항상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장국영(장궈룽·2003년 4월 1일 사망)만 해도 유작인 '이도공간'보다 '패왕별희'나 '해피 투게더' '천녀유혼' '종횡사해' '아비정전' '영웅본색'을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김주혁은 모든 작품에서 자신만의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홍반장,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짜증을 내던 노덕훈, '방자전'에서 힘이 느껴지던 방자가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짧았지만 이별을 고하던 우진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에게 3단계 따귀를 맞던 모습,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카리스마 넘치던 살인마로 변신한 김주혁은 '천생' 배우였습니다.
'독전'에서의 연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빼겠습니다. 한가지, '독전'에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을 다른 이가 연기했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김주혁의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주변에서는 '김주혁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떠나간 게 정말 아쉽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저런 부분을 떠나 김주혁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좋은 연기이기에, 김주혁이 봤으면 스스로 만족하지 않았을까란 생각 때문이죠. 그만큼 김주혁의 연기는 독보적입니다. 진정한 '유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혁은 인터뷰 중에도 항상 진솔했습니다. 마치 '솔직함'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진실만 얘기했죠. 그렇기에 더 애정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걸출한 배우 한 명을 일찍 보냈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은 그의 작품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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