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1년 2개월 실형' 이재포의 '인생유전'
입력: 2018.05.16 09:00 / 수정: 2018.07.12 13:47
이재포는 개그맨으로 출발해 연기자로 영역을 넓혔고, 다시 기자로 변신한 뒤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TV조선 캡쳐
이재포는 개그맨으로 출발해 연기자로 영역을 넓혔고, 다시 기자로 변신한 뒤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TV조선 캡쳐

[더팩트|강일홍 기자] "S일보에 홍보 이사로 들어갔다가 기자를 하게 됐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평소 기자를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소망이 있었는데 마침 마침 국회 출입 기자 공석이 났다. 그렇게 기자로 입문해 8년차 정치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잘 챙겨입은 국회의원들이 매일 싸우니 정말 재밌더라."(2013년 이재포)

개그맨 이재포는 드라마 속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다 어느날 갑자기 정치부 기자가 됐다. 처음 그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해도 평소 그를 알던 방송가 주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현실감 없는 '개그스러운' 변신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속 배역이나 '일일 기자체험' 정도로 여겼을 수도 있다.

한데 그는 당당히 기자 신분을 유지했고, 실제 국회를 출입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문사를 그만 둔 이듬해 2014년 7월 30일에 있었던 7.30 재보궐 선거에도 도전했다. 경기도 김포시 국회의원 후보에 무소속으로 정식 출마한 것인데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의 돌출행동은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90년대 초반 MBC 간판 코미디프로 웃으면 복이와요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이재포(원안)는 그닥 두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사진은 이상면과 함께 출연한 SBS 드라마 박치기왕 당시. /SBS 드라마 스틸, 더팩트 DB
90년대 초반 MBC 간판 코미디프로 '웃으면 복이와요'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이재포(원안)는 그닥 두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사진은 이상면과 함께 출연한 SBS 드라마 '박치기왕' 당시. /SBS 드라마 스틸, 더팩트 DB

◆ KBS 개그 콘테스트+MBC 개그콘테스트로 방송에 입문한 익살꾼

이재포는 1960년 경상남도 진주 출생이고 어린시절은 경상남도 진해에서 보냈다. 일찌감치 연기자의 길을 꿈꾸다 고교시절인 1977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1981년 KBS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방송에 입문한 뒤 1983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새 출발했다. 두 방송사 개그콘테스트를 거칠 만큼 쉴새없이 도전하는 길을 걸었다.

90년대 초반 MBC 간판 코미디프로 '웃으면 복이와요'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그는 그다지 두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꽁트 코미디 코너 '만주에 뜨는 별'에서 그는 한무 배연정 배영만 서승만 등과 함께 출연했다. 독립군(조정현)을 고문하는 순사의 '악랄한'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주목을 끌지 못했다.

개그맨 시절 동료들은 '이재포가 늘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에 시달렸다'고 증언한다. 이재포처럼 '개탤맨'(개그맨 출신 탤런트)으로 활동해온 서승만은 "90년대 초 중반까지 MBC 코미디언실 분위기는 선후배 체계가 엄격했고, 이재포 선배는 뭐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후배들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이재포는 언젠가 무대로 다시 돌아가 못다한 연기 욕심을 꽃피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사진은 SBS 드라마 박치기왕 출연 당시 한 장면. /SBS 드라마 스틸, 더팩트 DB
이재포는 "언젠가 무대로 다시 돌아가 못다한 연기 욕심을 꽃피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사진은 SBS 드라마 '박치기왕' 출연 당시 한 장면. /SBS 드라마 스틸, 더팩트 DB

◆ 개그맨-탤런트-기자-사업가 변신, 여배우 명예훼손 혐의 실형

이런 이재포가 최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또 한번 연예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여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이유로 실형을 받은 것인데, 놀랍게도 과거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연루된 사건이 빌미가 됐다. 그는 2016년 8월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의도적 허위기사를 적시한 혐의로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소설가 중에는 실감나는 글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다양한 직, 간접 체험과 이력을 쌓기도 한다. 이런 체험형 소설은 비록 픽션이라도 독자에게 공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연기자 중에서도 오랜 무명시절을 힘들게 겪으며 경험한 이력이 뒤늦게 빛을 보는 경우가 있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특별한 스펙트럼 덕분이다.

이재포 역시 이런 다양한 이력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는 "언젠가는 내 인생의 출발점이었던 브라운관으로 다시 돌아가 못 다한 연기 욕심을 꽃피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열정이 뜨거워 의욕이 앞섰을까. 그가 걸어온 다양한 이력이 대중한테는 다소 진지하지 않게 비쳤을 수는 있다. 그의 인생유전이 안타깝기만 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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