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동맥 경화' 대륙 한류,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입력: 2018.05.09 08:16 / 수정: 2018.05.09 08:16
중국 최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微博)는 최근 영상채널 웨이보 V+에 박해진과 김재중을 포함시켰다. 왼쪽부터 박해진 김재중. /더팩트 DB
중국 최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微博)는 최근 영상채널 '웨이보 V+'에 박해진과 김재중을 포함시켰다. 왼쪽부터 박해진 김재중.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대중문화 콘텐츠는 매우 변화무쌍하다. 투자(Input) 대비 수익(Output)이 대체로 일정한 일반적인 재화와는 다르다. 수백억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 망하는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반면 불과 수백만원 들인 음원이 대중적 기호에 맞아떨어져 한방에 대박을 치는 일 또한 흔하다. 이런 불확실성을 정확히 예측해 성공하는 이들을 바로 엔터계의 '미다스 손'으로 부른다.

변화무쌍한 만큼 부침도 심하다. 엔터산업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형화되고 규모도 급속히 확장됐다.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1스타-1매니저' 중심의 소규모 기획사가 대부분이었다면, 이후 거대 자본이 유입돼 기업화됐다. 지금은 완벽한 시스템화로 자리를 굳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덩치를 키운 FNC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젝키, 핑클, 클릭비, SS501, 카라 등을 배출한 이호연 DSP 미디어 사장이 별세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0년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진 그는 이후 오랜 투병 생활를 해오다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가요계 미다스 손'으로 불렸던 고 이호연 사장이 퇴장하면서 최근 10여년간 뉴 트렌드를 주도해온 젊고 유능한 40대 가요제작자 중심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언급되기도 했다.

박해진과 김재중은 각각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생방송 채널을 통해 중국 팬들과 교감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지난달 중국 방문 당시 명예시민증을 받고있는 박해진. /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과 김재중은 각각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생방송 채널을 통해 중국 팬들과 교감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지난달 중국 방문 당시 명예시민증을 받고있는 박해진. /마운틴무브먼트

◆ 박해진 김재중, 웨이보 'V+' 생방송 채널 개설 중국 팬들과 교감

사드 이후 심한 동맥경화에 시달린 중국 한류의 정체가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박해진 김재중 등 한류스타를 비롯한 영화와 드라마가 잇따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상륙하면서 이런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한류를 막은 중국 당국의 유무형 제재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이전부터 한류 작품에 꾸준히 참여해온 예능스태프 C씨는 "비공식 접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완화에 대한 연예계의 기대와 희망은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중국 최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微博)는 지난달 19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상채널 '웨이보 V+'에 박해진과 김재중을 포함시켰다. 중국이 자국 내 한류 콘텐츠를 전면 차단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한류스타에게 활동 채널을 열어준 셈이다. 일단은 상징성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웨이보 V+'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영상채널 V라이브와 같은 개념이다. 월간 4억 명이 이용하는 웨이보는 지난해 11월 'V+'를 새로 개설했다. 박해진과 김재중은 각각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해진 V+', '김재중 V+' 생방송 채널을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중국 팬들과 교감할 수 있게 됐다. 홍콩 대만 등 여타 주변국 스타나 작품에 대해 여전히 기피 분위기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중국은 한류 접근을 막은 뒤 한국 스태프를 통해 제작 노하우와 콘텐츠 기획 자생력을 키웠다. 사진은 세계적 한류스타로 성장한 워너원. /임세준 기자
중국은 한류 접근을 막은 뒤 한국 스태프를 통해 제작 노하우와 콘텐츠 기획 자생력을 키웠다. 사진은 세계적 한류스타로 성장한 워너원. /임세준 기자

◆ 맞춤형 기획과 완벽한 콘텐츠 생산, 대륙 극복 가능한 유일한 통로

그럼에도 엔터업계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유명 예능작가로 중국 진출을 선도했던 C씨는 "최근 중국 방송사 측에서 새로 준비중인 예능작품에 비공식 스태프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한류를 강제로 중단시킨 뒤 여러 루트를 통해 한류방식을 벤치마킹한 제작 노하우와 능력을 배양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지금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작품을 론칭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과거 한류의 시발점이 됐던 일본과는 확연히 다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자유경쟁이 작동되고, 문화소비 부문 역시 형식적이나마 수요공급 시스템을 따르는 것처럼 보여도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제도나 법령 등에 따른 제약과 문턱은 상상 이상으로 높다. 웨이보 'V+'가 남북화해 무드속에 대륙 빗장까지 풀리고 있다는 신호탄일 수는 있다. 과연 중국내 한류열기를 다시 지필 수 있을까.

부침이 심한 국내 엔터계의 '미다스 손'이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듯이 일시적 사드 압박의 완화로 방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분명한 전제는 한류가 거대 문화콘텐츠 소비국인 중국을 포기하고는 애초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점에서 보면 대륙 재공략의 키워드는 간단명료하다. 이제부터라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맞춤형 기획과 이를 통한 완벽한 콘텐츠 생산만이 극복 가능한 유일한 통로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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