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결과 발표 "제2의 김기춘 막으려면 법 개편 필요"
입력: 2018.05.08 15:37 / 수정: 2018.05.08 18:15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발표. 8일 오전 11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개월간 진행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를 발표했다./이진하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발표. 8일 오전 11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개월간 진행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를 발표했다./이진하 기자

진상조사위, 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 종합 발표 '피해 규모 9273건'

[더팩트|종로=이진하 기자]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이 낮은 이유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공동위원장 도종환·신학철)는 8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개월간 진행한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위원회는 "기본법 조항을 좀 더 강화해 다시는 이 같은 국가차원의 범죄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이원재 제도개선 소위원장은 "헌법에는 처벌조항이 없다. 때문에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특검에서도 '직권남용'만 적용했다"며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이 낮은 이유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근대 국가에서 정한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인데,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침해했을 때 국가 범죄에 대한 처벌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법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바다"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법제도 개선 권고에 대한 구체적 사항으로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항목이다. 총 5개 조항으로 9, 19, 21, 22, 32조에 대한 것이다. 먼저 현행 헌법 제9조에 문화의 자율성, 다양성, 지속가능성, 문화 접근권(문화향유권) 보장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와 자유에 관련된 조항 중 제22조에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 관련 권리보장의 확대해 예술인의 자조적 활동을 위한 헌법적 토대를 마련한다.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명문화하는 방침이다. 보다 구체적인 표현의 자유 명시로 피해에 대한 배상과 정정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 문화예술인의 노동자성을 보장하는 것도 법제도 신설 권고에 명시되어 있다. '근로자'로 규정된 조항을 '모든 사람'으로 변경해 좀 더 포괄적인 적용으로 예술인에 대한 노동도 인정하자는 취지다. 제19조는 정치적 이유에 의한 차별 및 배제 금지 조항 신설을 개정 권고에 포함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문건 현황 및 규모를 파악한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위 조사 결과 단체는 342개, 문화예술인은 8931명 등 총 9,273개(중복 제외) 명단이 주요 문건에 등재돼 사찰, 검열, 배제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청와대,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박근혜 국정원 '좌성향 문화예술단체 인물 현황' 등 9개 주요 블랙리스트 문건을 분석한 결과다.

분야별로는 영화가 2468개로 가장 많았고 문학 1707개, 공연 1593개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요 블랙리스트 문건에 '배제사유'로 적시돼 있는 시국선언 명단을 취합, 분석한 결과 블랙리스트 관리 대상 규모가 2만 1362명에 달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조사위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 종합 발표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진하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조사위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 종합 발표'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진하 기자

명단에는 이명박 정부 규탄 시국선언,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선언,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등 정부 비판적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는 주요 소속기관장 축출 등 조직 장악,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징계, 방송인 김미화 등 배제조치 등 예술단체 및 대중과의 접촉면이 큰 유명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정원과 문체부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문체부 소속 공공기관의 정부지원금 보조사업에서 문화예술인들을 차별하고 배제했다. 2014년부터 '건전콘텐츠활성화TF'란 이름으로 구축된 블랙리스트는 2015~2016년쯤 활용에 용이하도록 만들어졌다.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집권세력이 국가기관, 공공기관을 통해 법, 제도, 정책, 프로그램, 행정 등 공적 또는 비공식적 수단을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들을 사찰, 감시, 검열, 배제, 통제, 차별하는 등 권력을 오남용 함으로써 민주주의 원리를 파괴하고 예술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한 국가범죄이자 위헌적이고 위법, 부당한 행위"라고 전했다.

2017년 7월 31일 공식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그동안 총 144건(신청 조사 112건, 직권조사 32건)의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위는 헌법개정을 통한 표현의 자유 및 문화기본권 확대, 표현의 자유 침해 범죄의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법 개정 및 제정을 통한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 및 예술가 권리 보장,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또 문화국가의 원칙 확립 및 문화예술의 가치 확산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문체부가 담당하고 있는 예술 정책 수립 및 지원업무를 폐지하고 이것을 전담할 국가예술위원회(가칭) 설립과 예술정책 조직 개편 등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및 운영 혁신, 예술인 복지위원회 설치와 예술인 복지재단 정체성 확립, 영화진흥위원회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위원장 호선제 도입 등도 권고한다.

진상위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한 문체부 및 산하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와 관련해서는 내부 의결 절차를 거친 후 5월 말쯤 발표할 예정이다. 진상위 활동 내용 등을 담을 백서는 올해 7월 말쯤 발간된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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