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키스 먼저' 김선아 "'어른 멜로' 19금 농담 당황스러웠죠"
입력: 2018.05.07 08:00 / 수정: 2018.05.09 17:10
베테랑 배우 김선아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굳피플 제공
베테랑 배우 김선아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굳피플 제공

"'어른 멜로' 표방한 '키스 먼저' 출연한 보람 느껴"

[더팩트ㅣ신사동=지예은 기자] 달콤한 로맨스부터 코미디, 절절한 연기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베테랑 배우 김선아(45)가 오랜만에 어른들의 멜로에 푹 빠졌다.

김선아는 지난달 24일 종영한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이하 키스 먼저)' (극본 배우미 연출 손정현)에서 '돌싱녀' 안순진을 연기했다. 안순진은 20년째 평 승무원으로 언제나 권고사직의 압박을 받고 이혼한 전 남편이 남긴 빚 때문에 독촉에 시달리는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또한 풍부한 인생 경험에 비해 사랑에는 서툰 여성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김선아는 아직도 안순진 역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아직도 ('키스 먼저') 종영이 실감이 정말 안 나요"라고 말하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선아는 "촬영 중이라 아직 ('키스 먼저') 마지막 회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 씁쓸함을 보였다. 캐릭터 안순진과 아직 이별하기엔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김선아는 우연하게 '키스 먼저'와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오후 6시 정도 노을이 막 지기 시작한 어느 날 '키스 먼저' 대본을 받았다"며 "'어머 이게 뭐야?'하며 너무 설렜다"고 당시의 떨림을 전했다. 또한 "대본을 읽지도 않고 제목과 커버만 보고 한 시간도 안 돼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달달한 어린아이 같은 연애가 아닌 서툴지만 성숙한 어른 연애라 좋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선아와 나눈 일문일답.

- '키스 먼저 할까요?' 제목을 처음 보고 든 첫 생각이 궁금하다.

처음엔 로맨스 코미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사실 어떤 감이 딱 왔던 것이 아니라 애매했어요.(웃음) '이게 어떤 장르의 작품일까?'라고 물음표를 갖고 갔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배우가 '물음표'를 갖고 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무언가에 궁금증을 갖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웃음)

이게 어른인가 싶었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키스 먼저에서 안순진 역을 맡았던 김선아는 최근 연기했던 역할 중 제일 어려웠다고 밝혔다. /굳피플 제공
"이게 어른인가 싶었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키스 먼저'에서 안순진 역을 맡았던 김선아는 최근 연기했던 역할 중 제일 어려웠다고 밝혔다. /굳피플 제공

- 상대역인 감우성과 호흡은 어땠는지.

호흡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오빠(감우성)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저희 3~4살 나이 차이는 나지만 생일이 같아요. 서로 소름 돋았어요. 그러더니 (감우성이) '일 년에 한 번 축하한다는 이야기는 듣겠네'라면서 농담을 했죠.(웃음) 현장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오빠(감우성)와 작품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 더욱 좋았죠.

- '어른 멜로' 표방, 다른 점이 있나.

'어른 멜로'다 보니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보다 감정의 깊이가 깊었어요.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서로 대화를 잘 안 해요. 누구에 의해서 전달하죠. 어떻게 보면 우리의 모습이에요. 또 식상할 수 있지만 시한부라는 설정을 둔 게 상처를 둔 깊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이 될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보다 안으로 입는 상처가 큰 것 같아요. '어른 멜로'를 통해서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가 서로를 보듬어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스스로 '아직 철이 안 들었구나' 싶기도 했죠.(웃음)

- '어른 멜로'다 보니 19금 농담도 있던데.

맞아요. '어른 멜로'를 표방했기 때문에, 19금 단어나 상황들도 참 많았죠. 대체 이 나이 먹도록 뭘 한 건지... 처음 들어보고, 해보는 이상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하기도 했어요. (웃음) 재밌게 한다기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죠. 특히 감우성 선배님과 초반에 그런 신들을 많이 찍었는데, 둘이 서먹한 상태에서 19금 농담하려니 어색했어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촬영했죠.(웃음)

- 그런 와중에 슬픈 대사도 많았다.

처음에는 재밌고, 나중 가면서 엄청 슬플 거라는 설정을 듣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순진의 삶은 불쌍하기 보다, 미라(예지원 분)란 친구가 있고 전 남편이 계속 주변을 맴돌면서 생각해 주기 때문에 꽤 잘 살아온 삶이란 생각이 들었죠. 다만 스스로 주변인들과 관계를 폐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외로운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또 무한(감우성 분)을 만나 사랑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오빠랑(감우성) 우리 커플은 최대한 눈물 흘리지 말자고, 마지막까지 최대한 웃자고 약속했어요.

- 안순진 역 소화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최근 들어 했던 캐릭터 중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는 것도, 연기도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죠. 작품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은 했어요. 앞으로 더 깊어지면 깊어졌지 가벼워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제가 연기해야 하는 삶의 깊이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해요. 또 진짜 어른이 뭔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어요. 감정을 참고, 말하고 싶은 걸 내뱉지 않는 순진과 무한(감우성 분)을 보며 이게 어른인가 싶더라고요.(웃음)

데뷔 22년째를 맞은 김선아는 시청률에 따른 성공 여부 보다도 열심히 하지 않는 배우는 되기 싫었다며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굳피플 제공
데뷔 22년째를 맞은 김선아는 시청률에 따른 성공 여부 보다도 '열심히 하지 않는 배우는 되기 싫었다'며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굳피플 제공

- '품위녀'이후 '제2의 전성기'라는 소리가 들린다.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의 박복자 여운이 오래갔어요. '제2의 전성기'인지는 잘 모르겠던데.(웃음) 그냥 앞으로도 기분 좋게 촬영하고 이런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매 순간에 다 좋을 순 없잖아요. 때로는 대본이 늦게 나올 수도 있고요. 그래도 큰 탈 없이 잘 온 것 같아 다행이죠.(웃음)

- '품위녀' 박복자 vs '키스 먼저' 안순진의 차이점은 뭘까?

복자랑 순진이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냥 복자가 너무 안된 것 같아요. 안쓰럽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순진이는 그래도 옆에서 같이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그래도 있으니까 덜 외롭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행복한 것이라 보거든요. 사람에게 제일 힘든 것이 외로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복자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아무도 손을 안 내밀어 줬던 외톨이였잖아요.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생관이 좀 더 분명해진 것 같았요. '암덩어리를 가진 남자', '아이를 잃은 여자' 이 두 콘셉트는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이고 설정이라 생각해요. 중년들의 상처의 깊이일 수도 있죠.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 안아주고 극복할 것이냐, 큰 아픔을 가진 채 하루하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의 이야기인 셈이죠. 서로가 불안한 지금, 같이 보듬어 가며 살자는 그런 거요. 어차피 내일은 불안한 거 같아요. 나도 불안하고 너도 불안하고... 결론은 평범하게 살자는 뜻 같아요.

- 어느덧 데뷔 22년 차, 실감이 나는지.

오래 하긴 했지만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딱히 큰 슬럼프를 겪지도, 목표가 있어서 열심히 달린 기분도 아니어서 '데뷔 22년 차'라는 말이 좀 생소하긴 하네요. 지금까진 정말 단순한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는 현장이, 작품이 재밌으면 다 괜찮았죠. 연기적인 면에서 스스로한테 부끄럽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한 것은 열심히 하지 않는 배우는 되기 싫었어요.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작품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그 과정이 늘 중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웃음)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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