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밥차남' 한가림 "실제로 86년생, 프로필서 4살 낮췄다"
입력: 2018.04.13 05:00 / 수정: 2018.04.13 17:56
이제 제 나이 찾을래요. 배우 한가림이 실제 나이를 밝히며 배역을 따내기 위해 나이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세정 인턴기자
"이제 제 나이 찾을래요." 배우 한가림이 실제 나이를 밝히며 "배역을 따내기 위해 나이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세정 인턴기자

프로필상 28세 한가림, 실제로 33세

[더팩트|권혁기 기자] MBC '밥상 차리는 남자'(극본 박현주·연출 주성우)에서 이재룡(캐빈 밀러 역)의 수양딸 주애리로 분한 배우 한가림(본명 안현희)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인물 정보에는 나이가 없다. 키 165cm에 몸무게 43kg 소속사 루브이앤엠,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등의 정보만 공개됐다. 다음카카오에서는 신체사이즈 중 키만 1cm 더 크다고 나올 뿐 다른 정보는 동일하다. 이용자들이 만드는 백과사전 '위키백과'에는 출생이 기재돼 있는데, 1990년 10월 25일로 나온다. 프로필상 28세. 하지만 한가림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실제로는 86년생. 왜 나이를 숨겼을까?

요즘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 배우들이 많다. 배우 설경구를 비롯해 사람엔터테인먼트 소속 조진웅, 이제훈, 이하늬, 변요한, 윤계상, 한예리, 고성희, 권율, 김성규 등 모두 포털사이트 인물 정보에 나이가 없다. 나이를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우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배역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아성이나 천우희가 나이에 맞지 않게 고교생(영화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등)으로 연기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어쨌든 배우에게 나이 공개는 필수가 아닌 셈이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한가림도 마찬가지다.

한가림(왼쪽)은 MBC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표독스러운 악역 주애리로 분했다. 특히 양아버지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인물로 방송 중에는 아빠 죽이는 애로 불렸다. /MBC 밥상 차리는 남자 방송 캡처
한가림(왼쪽)은 MBC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표독스러운 악역 주애리로 분했다. 특히 양아버지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인물로 방송 중에는 '아빠 죽이는 애'로 불렸다. /MBC '밥상 차리는 남자' 방송 캡처

한가림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예전에 데뷔했을 때 너무 어려보인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무수히 낙방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이를 수정한 프로필을 돌리자 캐스팅이 되더라"며 "신인은 대본상 나이대에 맞춰 부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시놉시스상 취준생이고 회사원인데 외모가 고등학생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인기 있는 배우야 나이에 상관없이 캐스팅이 되지만 신인을 그렇게 기용하진 않죠. 프로필 돌리고 캐릭터 나이대에 맞춰 오디션을 보는데 '가림 씨는 너무 어려 보여서 안 되겠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아쉬웠죠. 나이를 숨겨 스무살 중반까지 고등학생 배역을 연기했어요. 연기자들과 친해지면 가끔 저보다 어린데 동생처럼 대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제 실제 나이를 알고는 '언니, 죄송했어요'라고 말하는 동료도 있었죠.(웃음)" 이제 진짜 나일 찾아도 되겠다며 미소지은 한가림이다.

다음은 한가림과 일문일답.

한가림이 배우가 되길 결심한 것은 고교생 시절이다. 가수를 꿈꿨던 한가림은 연영과에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노선을 바꿨다. /김세정 인턴기자
한가림이 배우가 되길 결심한 것은 고교생 시절이다. 가수를 꿈꿨던 한가림은 연영과에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노선을 바꿨다. /김세정 인턴기자

-2012년에 방송 데뷔를 했고, 이전에 공연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때 배우를 꿈꿨는데, 그 이전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제 나이대면 S.E.S.와 H.O.T.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잖아요.(웃음) 그런데 아빠가 정말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고교생 시절 플루트를 했 거든요. 그런데 적성에 좀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다른 걸 해보고 싶은데 공부보다는 활동적인 게 좋아 아이돌을 하고 싶었죠. 그러다 연극영화학과도 일반인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원해 합격했죠. 연기를 하고 칭찬을 받으면서 '이게 내 길이다' 싶었어요. 보수적인 아버지 덕분에 집(경상남도 창원)에서 가까운 경성대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갔죠. 품 안에서 키우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제 첫 공연을 보시고 (연기자의 길을) 인정해 주셨어요. 공연도 자주 보시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하셨더라고요. 뿌듯했죠. 특히 어머니는 엄청 좋아하셨어요. 어머니가 스물셋에 결혼하셔서 저에게도 어릴 때부터 '시집갈 나이'라고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더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라고 하시죠. 저도 어릴 때는 일찍 결혼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늦게 하고 싶어요. 일을 많이 해야 가정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고향 근처 극단이 실력이 있기로 유명한데 서울로 온 이유가 있나?

학교를 다니면서 뮤지컬이랑 연극을 했는데 우연히 출연하던 뮤지컬이 서울에서 공연하게 됐죠. 서울에서 연기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대학로에서 지금 기획사(루브이엔엠)와 계약을 하게 됐어요. 벌써 5년이 넘었네요. 그냥 공연하는 게 좋아 전속계약을 맺지 않았는데 지금 대표님께서 계속 같이 하자고 하셔서 들어갔는데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 배려가 많아요. 즐겁게 일하려면 좋은 사람들은 필수죠.

-드라마 얘기를 하자면 '밥상 차리는 남자'는 주말드라마로 50회 분량이다. 지난해 9월 2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정말 오래 찍었다.

중간에 올림픽도 있었네요.(웃음) 아쉬움이 많아요. 거의 직장인 수준이었어요. 제가 그동안 호흡이 긴 작품만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해외 로케이션이 있어 일찍 시작해 거의 10개월 정도 매달렸던 것 같아요. 체감으로는 2년?(웃음)

-악역도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죠. 악역이 처음이라 고민이 되더라고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고민을 해소하긴 했는데 악역을 했던 배우들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고요. (온)주완 오빠나 이재룡 선생님이 모니터 후 많이 조언해 주셨어요. 특히 주완 오빠는 영화에서 악역의 정점을 찍었잖아요. 저는 사실 조금 귀여운 악역을 하고 싶었는데 갈수록 독해지더라고요. 캐릭터 때문에 악플도 달리고 미움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악역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욕을 듣는 양이 잘한다는 것과 비례하니까요. 욕을 먹어도 좋더라고요.(웃음) 친구가 지인에게 '내 친구가 그 드라마에 나와'라고 얘기했더니 '아! 거기 나쁜X?'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빠 죽이는 애'라고도 불렸어요.(웃음) 갖고 싶으면 갖고 싫으면 싫고 그런 성격인데, 선배님 중에 '주변에 이런 애가 분명 있을 거야'라고 해주신 분이 계셨어요. 배역에 빠져보니 저도 살면서 질투도 해 보고 자격지심도 가졌던 기억을 살려 표현하니까 좀 쉬워지더라고요. 제가 언제 밥상도 엎어보고 컵도 던져보고 그러겠어요. 그런 부분에서 칭찬을 받았죠.(웃음)

하고 째려봤더니 눈이 말랐어요. 악역의 후유증은 안구건조증이었다. 노려보는 연기를 많이 한 한가림은 안약을 챙겨 다닌다고 털어놨다. /김세정 인턴기자
'하고 째려봤더니 눈이 말랐어요.' 악역의 후유증은 안구건조증이었다. 노려보는 연기를 많이 한 한가림은 "안약을 챙겨 다닌다"고 털어놨다. /김세정 인턴기자

-후유증은 없었나?

눈에 힘 빼는 게 힘들어요. 노려보는 연기가 많아서 버릇이 들었는지 자꾸 저도 모르게 째려보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애리야. 오늘 침 한 번 뱉어주고 나가'라고 하면 눈으로 침을 뱉었죠.(웃음) 그래서 안구건조증도 생겨 안약을 넣게 됐어요.

-악역을 해보니 어땠나?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다음에는 정말 한 명을 죽여보고 싶어요.(웃음) 드라마에서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게 아쉽더라는? 막이래. 흐흐. 악역이 이미지로 굳혀질 수 있지만 계속 착한 배역만 했기에 욕심이 났고,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처음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차기작 계획과 스크린 욕심은 없나?

차기작은 계획은 아직 없고 오디션은 보러 다니고 있어요. 영화는 하고 싶은데 못한 게 많았어요. 기회도 많이 없었지만 호흡이 긴 작품을 하다 보니 영화 스케줄에 맞출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공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죠. 눈 앞에서 관객들을 보는 게 참 좋아서 신이 나곤 했죠. 무대 위에 서면 제가 살아있음을 느낄 것 같아요. 나중에 꼭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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