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 A 씨 '미투 가해자' 지목. 6일 아이돌 그룹 멤버 A 씨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왔다. /더팩트DB |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전 국민, 아니 전 세계가 성폭력 폭로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난리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도화선이 돼 가슴에 병을 안고 산 사람들이 하나둘 용기를 얻어 입을 열기 시작했죠. 이는 곧 법조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정치계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이돌(idol)'입니다.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이 하루하루 충격을 마주치고 있는 가운데, 아이돌 그룹 멤버 A 씨가 '미투' 가해자로 폭로됐습니다. 그동안 주로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A 씨는 미성년자 시절 성추행을 저지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또 다른 충격을 줍니다.
6일 <더팩트> 독자게시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투' 운동으로 난리인 요즘 난 왜 (그가) 나오지 않는지 의문이라서 이 글을 쓴다"고 운을 뗀 성추행 폭로 글이 게재됐습니다. 글쓴이 B 씨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서울 장위동 한 PC방에서 A 씨를 만났다고 회상했고 "따라오라며 화장실에 데려가 문을 잠그고 나에게 귓속말을 하는 척 귀를 핥았고"라고 A 씨의 만행을 폭로했습니다.
B 씨는 "당시 A 씨가 '소리를 지르거나 나가려고 하면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A 씨가 '나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그날 있었던 일을 다 소문내고 다니겠다'고 강요해 무서워서 사진을 찍어 보낸 일도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해당 글에서 B 씨는 A 씨에 대해 운동선수와 열애한 후 결별한 아이돌 그룹 멤버이며, A 씨에게 당한 피해자가 자신뿐만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귓속말 하는 척 귀를 핥았고…".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투' 운동으로 난리인 요즘 난 왜 나오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운을 뗀 성추행 폭로 글이 게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잘못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아이돌'로 지목될 때 가히 폭발적인 사회적 파급력을 낳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의 발달, 한류의 확산으로 국내 인기 아이돌은 곧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인기 스타로 발돋움하곤 합니다. 아이돌(idol), 다른 말로 '우상'이죠. 이 같은 우상을 추종하는 이들, 즉 팬은 주로 10, 20대에 몰려 있습니다. 1020세대 시기는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이며 가치관이 아직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는 때입니다. 또 대체로 사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이전이기에 자신의 낙을 아이돌에게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아이돌에게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순정과 열정을 바쳐 응원하고 좋아한 아이돌이 '성폭력' 사건에 언급된다는 것은 팬덤에게 극히 끔찍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의 파장으로 이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그룹 JYJ 멤버 겸 박유천이 성폭행으로 피소 됐다가 이듬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아이돌은 대체로 어린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하고 어린 나이에 데뷔합니다. 순수한 꿈을 안고 정글에 뛰어든 어린 아이돌 지망생들은 강자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쉽습니다. '꿈'을 빌미로 행해지는 모든 강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꿈을 향한 첫걸음조차 떼기 어려워지니까요.
뉴스 사회면을 보면 '작곡가, 걸그룹 연습생 성추행 피소' '기획사 대표, 연습생 성추행 피소' 등 아이돌 연습생을 상대로 일어난 성추행 관련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힘이 약한 어린 연습생이기에 직접 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이가 아니라는 점 등으로 크게 공론화되기 어려운 것이 실상입니다.
성폭력 폭로 '미투' 운동이 아이돌계에 퍼지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영화 '도가니' 스틸 |
적극적인 고발이 쉽지 않은 것은 데뷔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 관계자 C 씨는 "강자가 약자를 휘두르려고 하는 병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어릴 때부터 아이돌을 준비해서 어렵게 데뷔해 인기를 얻게 된 아이돌이 그동안 겪은 언어적, 물리적인 모든 성적인 폭력을 규모가 작든 크든 알리기가 쉽겠냐"고 말했습니다.
아이돌이 가해자인 경우든 피해자인 경우든, 인성과 주관이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은 시기입니다. 어른들에게 보호받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성폭력 사건에 얽혔다는 사실은 사회적인 통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이를 지켜보고 큰 영향을 받을 팬들 또한 어린 세대입니다. '미투' 운동으로 썩은 물이 정화돼 다음 세대가 이런 병폐에서 벗어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이 지당합니다. 다만 파장으로 현 어린 세대가 크게 상처받을 것에 대한 우려가 가슴을 치게 합니다.
연일 울리는 '미투'의 경종. 당한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아프고 아픕니다. 어린 세대의 아픔 호소는 보는 이들을 더 안타깝게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피해자가 곪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길이기를,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마음 깊이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