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폭로→부인→폭로→인정…연예계 '미투 논란' 일파만파
입력: 2018.03.01 00:05 / 수정: 2018.03.01 17:59

검찰청 '미투' 폭로부터 배우 최일화까지

[더팩트|권혁기 기자] 2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성추행' 또는 '성폭력'이었다. 하룻밤만 지나도 새로운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항상 대중의 시선을 받고 있는 연예계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다수의 하원의원들이 사임했고,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성추행 의혹으로 당선에 실패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의 가장 큰 전환점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겸 감독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에 대한 폭로였다. 지난해 10월 8일 수십 년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배우와 모델, 회사 직원 등이 등장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했던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 에바 그린 등이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메릴 스트립,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트 윈슬렛, 제니퍼 로렌스 등이 그의 추행을 폭로한 여성들을 지지하며 '위드 유'(#with you, 당신을 지지한다) 운동으로 확산됐다.

연예계 미투 논란 일지. 2월 연예계는 성폭력에 대한 폭로로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였다. 연극계 대부 이윤택 연출가부터 조민기, 오달수, 조근현 감독, 조재현, 최일화 등이 성추문에 휩싸였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연예계 '미투' 논란 일지. 2월 연예계는 성폭력에 대한 폭로로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였다. '연극계 대부' 이윤택 연출가부터 조민기, 오달수, 조근현 감독, 조재현, 최일화 등이 성추문에 휩싸였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올해 1월말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펼쳐졌다. 지난 1월 29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前)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인 또는 예비 연인들 사이에서 초콜릿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밸런타인데이인 2월 14일 '미투' 논란이 연극계를 강타했다. 연극계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윤택 연출가가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를 상대로 성추행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결국 이윤택이 예술감독으로 있던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됐고, 이후 오태석 연출가 등 공연계 전반에 걸친 성추행 의혹들이 불거졌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인정 이후 연예계에 폭로가 봇물처럼 이어졌다. 먼저 배우 조민기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청주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20일 나왔다. 조민기는 전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사건으로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경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또한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했다.

강경했던 조민기는 지난달 27일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라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해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어 "늦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 놓겠습니다. 남은 일생동안 제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윤택 연출가와 인연이 깊은 오달수도 '미투 운동' 관련 인물로 서 있다. 1990년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한 그는 '국제시장' '베테랑' '도둑들' '7번방의 선물' '암살' '변호인' '괴물'(목소리 연기) '신과함께-죄와 벌' 등 다수의 1000만 관객 영화를 보유하고 사상 최초 누적 관객 1억 명을 돌파했으나 '미투' 운동에서 비켜갈 수 없었다.

오달수의 성추문은 지난달 15일과 19일 '미투' 운동 관련 기사 댓글에서 시작됐다. 이후 '코믹배우 오 모 씨'로 기사가 나왔고, 지난달 21일 실명이 공개됐다. 지난달 26일에야 공식입장을 밝힌 오달수는 자신을 둘러싼 성추문에 대해 부인했으나 추가 폭로가 나왔고, 결국 2월 마지막날 모든 의혹을 인정하고 댓글을 달았던 A 씨와 배우 엄지영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22일 영화 '흥부' 조근현 감독이 과거 뮤직비디오 연출과 관련해 오디션을 보던 중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등장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배우 최율이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와 배우를 겸하고 있는 조재현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조재현은 날이 바뀐 후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성폭력 폭로 미투 운동을 응원하는 위드유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김지우 인스타그램
성폭력 폭로 '미투' 운동을 응원하는 '위드유'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김지우 인스타그램

지난달 25일에는 중견배우 최일화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가 폭로하기 전 "조그마한 것이라도 저와 연루된 게 있다면 자진해 신고하고 죄를 달게 받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성추행에 폭행 제보까지 더해져 거센 비판에 시달리게 됐다.

누리꾼 B 씨는 "(최일화의) 성추행만 있었는가? 극단 신시에 있을 때 성폭행하고 얼마 후 강제로 여관에 끌고 가려 해 소리지르며 저항하자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해서 길에 쓰러지게 한 일이 있었다"며 "이후 극단을 나와 은둔생활 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에 시달리며 살았어. 연극배우 꿈은 사라지고 25년 동안 한 맺혀 살았어. 제일 화가 나는 건 너로 인해 내 꿈이 사라졌다는 거.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라고 주장해 파문의 무게를 더했다. 최일화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에서 물러났고 MBC 새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 하차했다.

대부분 논란의 대상자들은 피해자의 폭로 후 부인 또는 침묵을 했다가 다시 폭로가 이어지자 인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연예계는 이번 '미투' 운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몇몇 원로배우들의 이름이 더 거론되며 파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많은 감독, 연출가들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 2월 폭풍같은 '미투 논란'으로 들썩였던 연예계.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가 폭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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