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했다. /남용희 기자

이윤택 "피해자들에 직접 사과…성폭행 문제는 법적 절차 따를 것"

[더팩트｜권혁기 기자] 연극계 성폭력 파문의 당사자인 이윤택(66) 연출가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이윤택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윤택은 미리 작성된 사과문을 통해 "그동안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께 사죄드린다"면서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 사과한 이윤택은 "단원들이 이 문제에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사죄했다.

이윤택은 성추행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성폭행 의혹에 대해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면서도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지, 또 행위 자체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행위 자체는 맞지만 정도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상대방이 원한 관계였냐는 물음에는 "차마 말씀 드릴 수 없다"고 응수했다.

이윤택은 성추행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하지만 성관계 사실에 대해서는 에둘러 인정했다. /남용희 기자

애매한 대답에 재차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자 "제 말은 폭력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사실과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결과에 따라 응당의 처벌을 받겠다. 회피하지 않겠지만 사실과 진실이 밝혀지고 심판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성폭행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다. 이에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 가능하다면 피해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 어떤 상황이라도 만나겠다"면서 "자수할 용의가 있냐"고 묻자 "방법은 여러가지"라고 말했다.

이윤택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단원 중 해당 성추문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자신에게 문제 제기를 했다며 "많은 단원들은 이 사실과 거리가 있다. 제가 듣지 않았다"고도 했다.

끝으로 이윤택은 연희단거리패에 대해서는 "앞으로 작품을 계속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스스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저 역시 더이상 연극을 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지난 14일 김수희 연출가가 SNS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남용희 기자

한편 앞서 김수희 연출가는 지난 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미투'(me too) 해시태그와 함께 이윤택이 10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윤택은 자신이 맡고 있던 모든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났으며 공연 중인 연극 '수업'과 예정된 공연을 중단했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윤택을 제명했다.

이윤택은 연극인 생활을 하다 시인으로 등단한 후 부산일보 편집기자로 6년여 생활하기도 했다. 이후 1986년 신문사에서 퇴사한 후 각종 연극 무대를 연출하다 '오구'를 통해 1990년 동경국제연극제, 1991년 독일세계연극제에 참가하는 등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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