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용-심은경, 이번엔 '부녀 호흡' 배우 심은경과 총 다섯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류승룡은 심은경에 대해 "진짜 조카 같다"고 표현했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
"연기 하지 않는 연기가 가장 어려운 것"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류승룡(48)은 심은경(24)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09년 영화 '불신지옥'에서 손발을 맞춘 뒤 이듬해 '퀴즈왕'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에서 다시 만났다. '서울역'(2016년)에서는 목소리로 호흡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개봉된 '염력'에서는 부녀로 함께 출연했다.
류승룡은 1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심은경에 대해 "진짜 조카 같다. 처음에는 수줍음도 많고 낯도 가리고 했는데 신들린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도 너무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퀴즈왕' 때도, '광해' 때도 담담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정말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특히 '광해'의 연기는 쉽지 않은 연기였습니다. 이번에 다시 만나 매우 편했죠. 극 중 10년 만에 만난 아빠에 대한 울컥함을 토로하는 장면은 뭉클했어요. 제가 맡은 신석헌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지 보이게끔 연기하더라고요. 연기 외적으로도 평소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어 류승룡은 "끌어주고 챙겨주고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 제가 위로 받은 게 더 많았다. 제가 심은경 나이 때는 처이 없었는데 이미 많은 생각을 한 친구다. 우리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염력'을 통해 연기지만 초능력을 발휘한 류승룡과 나눈 일문일답.
류승룡은 '염력'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연상호 감독이기에 시놉시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
-처음 '염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놉시스 자체도 좋았지만 연상호 감독과 '서울역'으로 만나기 전부터 팬이었죠. 연상호 감독을 열광하는 이유가 다 있잖아요? '부산행'으로 칸에 가기 전에 봤는데 워낙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고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이라 가능한 선택이죠. 시놉시스만 보고 선택한 적이 없었는데 우리나라에 없는 새로운 시도라 더 좋았죠.
-액션신(scene)이 상당했다.
감독님하고 안무가랑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시연하시기도 했죠.(웃음) 염력을 사용할 때는 자연스러운 표정부터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심석헌이라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모션을 취했는데 감독님이 게임기 컨트롤러처럼 해달라고 하셔서 모든 힘을 썼죠. 그래서 혀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웃음) 특히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온 힘을 다 주는 장면, 무릎을 돌리고 혀를 돌리는 장면에서는 끝나고 탈진할 정도였어요. 제가 오죽하면 '최종병기 활'보다 힘들다고 했을까요.(웃음)
-연상호 감독은 어떤 감독인가?
기발함이 좋은 감독이죠. 촌철살인 대사에 블랙 코미디로 날선 사회 비판을 할 수 있는 감독. 그런 것들이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극 중 옷을 잘 갈아입지 않는다.
그래 보였죠? 같은 의상이 십여 벌 있었습니다. 보기에는 단순하고 추레하지만 굉장히 많은 옷들 중에 고르고 고른 것이죠. 정말 감사한데 영웅이라고 타이즈 같은 걸 입고 했으면 이상했을 것 같아요.(웃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은 모두 힘들었어요. 어떤 영화든 잘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염력'은 대부분이 그랬어요. 과하게 연기했지만 과하게 보이지 않게 하면서 웃음의 한 부분도 감당해야했으니까요.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보이면서 생각도 하는 듯한 액션신이 많았죠. 특히 차량 등으로 벽을 쌓는 부분에서 배우들은 괜찮았는데 조감독과 촬영 감독들이 너무 웃어서 길게 찍었어요. 그 장면 이후에 며칠동안 말도 못할 정도로 혀가 굳었죠.(웃음)
-와이어 액션도 많았다.
한 스무 명 정도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장면 있었죠. 그 사람들보다 1.5배 많은 사람들이 당겨야하는 게 와이어 액션이거든요. 거미줄처럼 얽히지 않게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죠.
"집에서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죠." 류승룡은 "친구 같은 아빠"라면서도 "가끔은 어려운 아빠"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
-류승룡은 실제로 어떤 아빠인가?
집에서는 배우라는 직업이 생각나지 않게 아이들하고 캐치볼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하죠. 친구같은 아빠라고 할까요? 뭐든지 얘기할 수 있는 아빠, 가끔 어려운 아빠죠. 그리고 효용성과 함께 약속을 지키는 아빠, 허용되는 범위에서 허락하는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를 다니는 큰 애는 저를 많이 닮았어요. 자꾸 아빠를 따라하려고 하더라고요.
-'염력'이 주는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
평범한 우리에 대한 희망과 웃음, 통쾌함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판타지적으로 잘 녹여낸 것 같아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응원과 희망, 소통이 서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죠.
-천만영화가 3편('명량'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이나 된다.
제가 연기자의 길을 가는 과정 속에서 한 과정일 뿐이지만 무척 감사하죠. 이번 '염력'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런 소재의 영화가 나올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시고 통쾌함을 느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연기자의 길의 종착점은 무엇일까?
계속 진행일 것 같아요. 종착점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행복할 때는 배우로서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고 결국에는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정말 좋은 사람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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