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도중하차' 고현정이 '잃은 것과 얻은 것'
입력: 2018.02.14 08:11 / 수정: 2018.02.14 22:21
고현정은 과거 자신한테 비친 센 언니 캐릭터에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적도 있다. 드라마 리턴 제작발표회 당시 포토타임. /김세정 기자
고현정은 과거 자신한테 비친 '센 언니' 캐릭터에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적도 있다. 드라마 '리턴' 제작발표회 당시 포토타임. /김세정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재미있는 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마 홍상수 감독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은 배우는 저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컨대 저는 감독님한테 '나한테 술 먹이지 마라, 술은 회식 자리에서 내가 알아서 먹는다. 대신 연기할 때 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를 해라. 나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상한 현학적인 말로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마라. 나 그런 말,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다 안다' 했어요."

배우 고현정이 영화 '해변의 여인' 출연 당시 홍상수 감독에 대해 언급한 말로 전해지는 유명한 에피소드(정재승·진중권의 2012년 발간 '크로스2') 중 하나다. 이 한마디 말로 연예계에서는 '고현정의 평소 스타일과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대목'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고현정은 지난 2009년 영화 '여배우들'에 출연한 뒤 자신한테 비친 '센 언니' 캐릭터에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적도 있다.

'여배우들'(이재용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기쎈 여배우들(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의 얘기다. 화보를 찍을 때도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게 시차를 둔다는 게 패션계의 불문율이지만 한 자리에 모인 이들 여섯 명의 여배우들은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솔직 대담한 기싸움을 벌인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윤여정이나 이미숙을 넘어 고현정이 유독 '쎈 언니' 이미지로 각인된 이유가 따로 있었을까.

영화 여배우들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기쎈 여배우들(왼쪽부터 최지우 김민희 이미숙 고현정 윤여정 김옥빈)이 솔직 대담한 기싸움을 벌인다. /영화 여배우들 스틸
영화 '여배우들'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기쎈 여배우들(왼쪽부터 최지우 김민희 이미숙 고현정 윤여정 김옥빈)이 솔직 대담한 기싸움을 벌인다. /영화 '여배우들' 스틸

◆ '센 언니' 이미지, 영화 등 작품 속 캐릭터에 비친 선입견 때문

#1="또 나 없다고 흉보지 마세요."(최지우), "안 봐."(윤여정), "야 우리가 하란대로 하겠냐? 당연히 너 없으면 흉을 보는 거지? 그 말을 하니까 그 말 가지고 더 욕먹는거야, 그렇지 않아요?"(고현정), "시끄럽다 너도 참, 왜 이렇게 애가 그냥."(이미숙), "좋은 얘기만 하면 지루하잖아, 우리가 EBS야?"(고현정), "아이 그래도, 가뜩이나 지우도 이것(말)때문에 많잖아. 나도 말더듬었잖아요, 선생님."(이미숙) [영화 '여배우들' 중에서]

#2="나 궁금한 거 있는데 혈액형 뭐야? A형이지? 몸 사리고, 생각많고, 소심하다고 하는데 내가 A형이거든. 아 별자리 뭐야?"(고현정), "궁금한 거 참 많으시네요, 쌍둥이요."(최지우), "쌍둥이 딱 변덕인데~ 어떡하냐? 사치 심하고, 기회 잘 잡고, 비현실적이고, 순종 안 한다"(고현정) "좋은건 없어요?"(최지우), "좋은 거 있겠지 좋은 게 왜 없겠어, 능력있지 사치 심하니까 능력, 능력있잖아."(고현정) [영화 '여배우들' 중에서]

고현정이 데뷔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고현정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제작진과 갈등을 겪다 담당 PD 폭행논란에 휘말린 뒤 도중하차했다. /김세정 기자
고현정이 데뷔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고현정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제작진과 갈등을 겪다 '담당 PD 폭행논란'에 휘말린 뒤 도중하차했다. /김세정 기자

◆ 고현정, '담당 PD 폭행논란' 속 도중하차 '배우 생애 최대 위기'

배우의 이미지는 작품 속에 녹아든 캐릭터로 비칠 때가 많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의 연기를 많이 한 배우와 악역을 많이 한 배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확연히 다르다. 실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각인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에 언급한 영화 속 대사(#1/#2)는 그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고현정의 성격은 어떨까. 동료 배우들은 "고현정은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해 자신부터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배우 성동일은 지난 2012년 SBS '고쇼(GO Show)에서 "고현정은 당당하고 건방진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남들에게 실수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촬영장에 먼저 나가고 철저히 노력했기 때문에 당당히 요구하고 싶다고 한다. 고현정이 영화 촬영 중 손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18바늘이나 꿰맸는데 간단한 응급조치만 받고 새벽까지 촬영을 마친 후에 병원에 갔다"며 고현정의 스타일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고현정이 데뷔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고현정은 최근 자신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제작진과 갈등을 겪다 '담당 PD 폭행논란'에 휘말린 뒤 도중하차했다.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그에겐 치명적이다. 모든 다툼은 상대적이라지만,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은 고현정은 과연 무얼 얻었을까. 당당히 요구하기에 앞서 매사 최선을 다한다는게 고현정의 소신이지만 이번 도중하차에선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잃었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