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유기' 공식 포스터. 지난 24일 케이블 채널 tvN '화유기' 2화에서 CG 미처리, 중간 광고 지연 등 방송사고가 났다. /tvN 제공 |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케이블 채널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홍균)가 단 2화 만에 방송사고를 내 시청자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스태프가 낙상사고로 심각한 상해를 입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화유기' 사태로,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닌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 '화유기', 역대급 방송사고
지난 24일 방송된 '화유기' 2화에서는 진선미(오연서 분)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 CG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역 배우들의 와이어와 CG용 화면인 블루스크린이 그대로 전파를 탔습니다. 더불어 중간 광고가 10분 넘게 지연 방송됐는데요. 자막으로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방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곧 2회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 오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라고 고지했으나 결국 방송은 중단됐습니다.
'화유기'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작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는데요.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 요괴 손오공(이승기 분)과 고상한 젠틀 요괴 우마왕(차승원 분)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드라마로, 사극 현대극 판타지 등이 혼재된 복합장르 특성상 CG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화유기' 지난 10월 초 첫 촬영을 시작했고 6화 분량을 촬영하고 있는데요, CG작업은 촬영과 편집이 완료된 분량을 최대한 빨리 전달해 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CG 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높아 2화 후반부 CG 완성본이 예정된 시간보다 지연 입고돼 사고로 이어졌다는 '화유기' 측의 설명입니다. 오는 31일 방송 예정이던 4화는 완성도를 위해 2018년 1월 6일로 연기됐습니다.
'화유기' 2화 방송사고 장면. 케이블 채널 tvN '화유기'는 지난 24일 발생한 방송사고 전 23일 촬영 현장에서 안전사고까지 발생한 바 있다. /tvN '화유기' 방송 캡처 |
◆ '화유기', 방송사고 이전 안전사고까지
'화유기'는 방송사고 이전, 촬영 현장에서 안전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 23일 새벽 2시 경기 용인시 '화유기' 세트장에서 스태프 A 씨가 세트작업을 하던 가운데 낙상 사고를 당했습니다. A 씨는 3m 높이에서 떨어져 허리뼈와 골반뼈가 부러졌고 하반신이 마비가 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화유기' 측은 "사고 발생 당시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꾸준히 치료 경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제작진 및 tvN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고의 사후 처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앞으로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로노조)은 '화유기' 제작 중지 및 원인-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언론노조는 지난 27일 공식성명을 내고 "방통위와 관계 당국은 '화유기' 미술 노동자 추락사고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라"며 "미술감독이 직원에게 요구한 샹들리에 설치는 용역 계약에 포함되지도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당사자가 야간작업으로 피로가 누적돼 있어 다음 날 설치하겠다고 부탁했음에도 설치를 강요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6월 '혼술남녀' 한 조연출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이를 계기로 방송제작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적정 근로 시간 및 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스태프 인력에 대한 상해 보험 가입 △내/외부 근무 환경에 대한 부당한 처우/고충 처리를 위한 창구 마련 △외주 스태프 인력 대상 프로그램 책임CP 명함 배포를 통한 핫라인 구축 등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약속을 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인명사고와 방송사고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CJ E&M 측이 약속 이행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태양의 후예'-'품위있는 그녀' 포스터. 지난해, 올해 다수 사전제작 드라마가 시청자를 만났다. /KBS, JTBC 제공 |
◆ 韓 드라마 촬영환경 개선 시급, 무엇이 답인가
국내 드라마는 '생방송 촬영'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급박한 제작 환경이 특징입니다. 밤샘 촬영과 일명 '쪽대본'은 일상이 됐고 개선 촉구의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지던 일입니다.
'화유기'의 2화 만의 큰 방송사고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동안 드라마 방송사고는 여러 차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죠. 지난 2010년 SBS '시크릿 가든' 최종회에서는 스태프의 음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는 사고가, 이듬해 '싸인' 최종회에서는 느닷없이 약 1초간 조정화면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에서는 18회 방송 말미에 '코미디 빅리그', '로맨스가 필요해3' 예고, '응답하라 1994' 예고가 약 12분 계속 반복되는 방송사고가 있었네요.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시스템이 이러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에 물꼬를 터주는 듯했습니다. 한류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KBS2 '태양의 후예'가 100% 사전제작으로 방영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사전제작 드라마가 우후죽순 탄생하기 시작했죠. 사실 사전제작으로 방송 시간에 쫓기는 열악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태양의 후예'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사전제작 드라마가 드물었습니다. 시청자의 반응을 시시각각 반영할 수 없어 시청률면에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드라마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도 함께 터져나왔고, 결국은 '생방송 촬영'이 답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습니다.
무조건 사전제작 드라마가 답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캐스팅, 광고, 수익 등 여러 이해관계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하겠죠.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 높은 완성도로 시청자의 큰 호응을 끌어내 최고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된 종합 편성 채널 JTBC '품위있는 그녀'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질 좋은 노동 환경으로 제작진을, 질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족하게 하는 드라마가 결국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를 끌어낼 텐데요,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개선돼 웃음이 넘쳐나는 드라마 촬영 현장이 조성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