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지의 쓰담쓰談] "故 종현, 고생했어"…엔터산업 개선은 '숙제'
입력: 2017.12.21 10:20 / 수정: 2017.12.21 10:20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 솔로데뷔 쇼케이스 당시. 고 종현은 지난 18일 서울 청담동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더팩트 DB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 솔로데뷔 쇼케이스 당시. 고 종현은 지난 18일 서울 청담동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 종현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레지던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 보컬 나인이 유가족과 상의한 후 조심스럽게 공개한 고인의 유서 내용에, 그리고 고인과의 이별에 대중은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애도하고 있습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날 책임질 수 있는 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 맺게 해요?'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 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 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故 종현 유서 中)

참 유능하고 따뜻한 아티스트였습니다. 지난 2008년 샤이니 멤버로 데뷔한 종현은 '누난 너무 예뻐' '로미오' 줄리엣' 등 숱한 히트곡으로 국내외에서 사랑 받았고, 자작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활약했습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매력적인 음색, 가창력으로 노래로써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졌을 뿐만 아니라 MBC FM4U '푸른밤' DJ로 3년 간 청취자들을 만나며 때로는 공감과 위로를, 따스한 추억을 선물했죠.

고 종현 빈소. 고 종현 빈소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1일 오후 9시 장지는 비공개다. /사진공동취재단
고 종현 빈소. 고 종현 빈소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1일 오후 9시 장지는 비공개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인은 대중을 위로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인과의 이별이 우리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고인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중이 본 그의 밝은 웃음이 그의 전부가 아니었나 봅니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고 생각할지 몰랐습니다. '날 위하고 싶었다'는데, 무엇이 고인을 스스로 위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요. 왜 이 극단적인 선택만이 고인이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됐을까요.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홍콩 인도 등 외신들도 고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비중 있는 보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의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비판이 눈길을 끕니다. 미국 뉴욕포스트 페이지식스는 현지시각 19일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강한 압박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모든 동료가 경쟁자이고 가장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 '헝거 게임'과 같은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으로) 모집된다. 대한민국 대중은 높은 수준 행동, 외모를 설정하고 소셜 미디어로 그들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페이지식스는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 팝 영화 TV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대한민국 젊은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부터의 스트레스, 불평, 환멸 등을 표현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제서야 문제를 지적하고 이유를 찾는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향후 대중 연예인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활약하며 대중과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고 종현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오늘 글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누리꾼의 진심 어린 추모글 모음으로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고 종현, 정말 수고했고 정말 고생많았어요.

5인조 그룹 샤이니. 샤이니는 SHIN에 명사형 어미인 ee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로 빛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늘 빛을 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 다양한 음악으로 폭 넓은 음악팬들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더팩트 DB
5인조 그룹 샤이니. 샤이니는 'SHIN'에 명사형 어미인 'ee'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로 '빛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늘 빛을 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 다양한 음악으로 폭 넓은 음악팬들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더팩트 DB

"단 한 번도 이런 댓글 단적 없는데 저는 아기 엄마예요. 18일부터 저는 멍합니다. 제 주변 누구도 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냥 안타깝고 붙잡을 수 있었을 텐데 가슴 아픕니다. 주변에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이렇게 오버하냐고 하는데 당신의 노래를 흥얼거렸고 행복했고 즐거웠는데 어떻게 나랑 상관없는 사람일 수 있겠어요. 감사했고 고마웠고 그동안 참 힘들었을 텐데 미안하네요"(tymi***)

"종현아, 네가 남긴 마지막 말들 절대 잊지 않을게. 세상에서 네가 잊히지 않게 어떻게든 노력할게 약속해. 마지막 인사 못 하러 가서 미안해. 넌 항상 외쳤었는데 왜 못 들은 걸까. 어쩌면 너의 아픔을 부정하거나 그저 가벼운 말로 넘어갔겠지. 너의 말처럼 다시 돌아온 말은 예쁜 말이지 그치 푸른 밤에 꼭 돌아온다는 너, 푸른 밤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돌아왔네. 푸른 밤에 돌아온다는 약속 이렇게 빨리 지킬 줄 몰랐어. 하지만 네가 원했던 게 이거라면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로 널 보내주고 싶어. 고생 정말 많았어 수고했어 사랑해"(cyum****)

"그동안 너무너무 수고 많이 하셨고 고생 많았어요. 정말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종현 오빠 거기는 행복해요? 거기서는 정말로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에서 있었던 힘든 일 다 지워버리고 행복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노래 가사에서도 나 힘들다고 얘기를 했는데 우린 그저 좋다고 위로받는다고 좋아 했는데 이 가사를 쓴 종현 오빠는 그게 아니었다는 게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요. 좋은 노래, 좋은 목소리 들려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부디 행복만 가득하시길 빌게요. 진짜 그동안 너무나 많이 감사했습니다, 종현 오빠 좋은 노래 좋은 목소리 들려주셔서"(jiny****)

"청취자들 사연마다 깊게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모습 보면서 너무 따뜻하고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신도 그런 위로를 받고 싶어 했고 그랬기에 더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로 라디오로 웃는 모습으로 존재 자체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준 사람아 이제는 우리보다 더 행복하기를"(cksa****)

"힘들었을 시간을 생각하니 너무 미어진다. 따뜻한 목소리 따뜻한 가사들은 내가 힘든 시간 위로가 돼 줬는데 아팠을 너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너무 미안해.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미안해. 그리고 같은 세대에 살 수 있어서 너의 존재를 알고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어. 이제 부디 너를 위해 너가 많이 행복하길 바라 정말 수고많았어 고마워"(ja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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