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음주운전 무죄' 이창명, 더 자세를 낮춰라
입력: 2017.11.22 08:59 / 수정: 2017.11.22 08:59
억울함은 풀렸지만. 팔순구순의 노부모 앞에 맹세코 양심에 꺼릴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 이창명은 음주 운전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방송 활동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팩트 DB
억울함은 풀렸지만. "팔순구순의 노부모 앞에 맹세코 양심에 꺼릴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 이창명은 음주 운전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방송 활동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송인 이창명이 항소심 재판 무죄판결을 받으며 '음주운전 연예인'이란 낙인을 지울 수 있게 됐다. 이창명은 지난해 4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사고를 낸 뒤 사후 조치없이 현장을 떠나 음주운전 의혹을 받았다. 재판부는 정황만으로는 이창명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CCTV 등 증거 자료에서 이창명의 음주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술자리에 동석했던 지인들의 증언 등을 이유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이창명은 지난 4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으며 1년9개월간의 마음고생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그는 처음부터 음주운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지며 매우 불리한 가운데 재판을 치러야했다.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한 게 화근이었다. 그를 힘들게 한 건 무엇보다 자신을 걱정하며 바라보는 가족들이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끈끈한 믿음과 신뢰의 결합체이고, 무죄를 확신했어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따라서는 이 또한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의혹의 시선을 던질 때 그를 지탱하게 해준 건 민감한 시기의 중학생 아들이었다. 특히 아들 친구들로부터 '친구 아빠를 믿는다'는 지지를 받고는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양심은 진실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돼 있다. 이창명은 "팔순구순의 노부모 앞에 맹세코 양심에 꺼릴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17년간 방송을 한 '출발 드림팀' 스태프 누구와도 술을 함께 먹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굳이 오해를 받아가며 현장을 떠났을리 없다는게 이번 사건을 지켜본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다. 사진은 KBS 출발드림팀 시즌2. /KBS 제공
술을 먹지 않았다면 굳이 오해를 받아가며 현장을 떠났을리 없다는게 이번 사건을 지켜본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다. 사진은 KBS '출발드림팀 시즌2'. /KBS 제공

◆ 음주부분 '무죄'여도 답답, 사고 현장 무단 이탈한 원죄 '스스로 만든 무덤'

재판부는 "술자리에서 피고인이 마신 양과 사고 당시 혈중 알알코올 농도, 음주 속도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으로 운전했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가 정말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면죄부까지 준 것은 아니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굳이 오해를 받아가며 현장을 떠났을 리 없다는 게 이번 사건을 지켜본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이창명은 왜 사고 현장을 무단으로 떠났을까.

"오해의 소지를 만든 것 자체만으로 이미 저는 할 말이 없다. 지금도 그 부분은 제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것 같아 깊이 후회하고 있다. 현장을 떠나지 않고 사후 처리를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를 내는 순간 구설수에 오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현명하지도 이성적이지도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매사 좀더 신중하게 처신하고 모범을 보이며 살 것을 모든 분들 앞에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창명은 2심 선고가 내려진 날 필자에게 진실이 가려져 홀가분하지만 속마음까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사진은 KBS 출발드림팀 시즌2. /KBS 제공
이창명은 2심 선고가 내려진 날 필자에게 "진실이 가려져 홀가분하지만 속마음까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사진은 KBS '출발드림팀 시즌2'. /KBS 제공

◆ 이창명 결백주장에 유재석 김수용 등 동료들의 공개적 변호 왜 없었을까?

검찰은 당초 소주 6병+생맥주 9잔을 일행 6명으로 나눈 혈중 알코올 농도 0.164%를 이창명에게 적용했다. 이후 병원 진료기록에서 음주 진술이 나오자 0.148%로 수정해 오락가락함으로써 재판부에 객관적 신뢰를 주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위드마크는 추정치에 불과하고, 현장 상황이나 이후 시간경과에 따라 결과는 현격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 사건 판결의 근거로 미흡하다는 견해가 많은건 이 때문이다. 이제 음주를 했는지 안했는지를 따지는 건 더이상 의미가 없다.

법원이 이창명의 '억울한 손'을 들어줌으로써 음주 의혹은 해소됐지만 여전히 몇가지 궁금증은 남는다. 그 첫번째는 이창명은 정말 술을 안마셨을까다. 그는 평소에도 술을 못해 어쩌다 유재석이나 김수용 등 동료연예인들과 술자리에 동석하게 되더라도, 으레 음료수를 시켜준다고 말한다. 심지어 술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을 만큼 체질적으로 상극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동료들이 한번쯤 객관적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변호하고 나섰으면 어땠을까.

이창명은 2심 선고가 내려진 날 필자에게 "진실이 가려져 홀가분하지만 속마음까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한동안 자신을 따라다닐 개운찮은 시선을 의식해서다. 음주운전 혐의를 벗긴 했지만 스스로 의혹을 불러일으킨 '원죄' 때문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 방송활동 재개 여부도 당장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대중앞에 다시 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더 자세를 낮춰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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