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 대한 가족들의 무한 신뢰가 결백을 밝혀줬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대로 이창명에게 음주운전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KBS '출발드림팀 시즌2'. /KBS 제공 |
[더팩트|강일홍 기자] "저한테는 너무나 힘들고 고된 시간들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를 거짓말쟁이로 바라보는 시선도 힘들었지만 가족들의 좌절감을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지난해 4월 이후 1년 9개월 간 견뎌야했던 모든 인고의 기억들은 다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로 다시 설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쁩니다."
방송인 이창명이 음주운전 혐의를 벗었다. 16일 열린 이창명의 항소심(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 공판에서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창명은 지난 4월 1심 무죄 선고에 이어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음주운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음주운전에 대한 모든 의혹을 벗었다. 다만 사고 후 미조치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상 의무보험 미가입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술자리에서 피고인이 마신 양과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음주 속도 등을 판단하기 어렵고, 이를 근거로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수치를 산정했을 때 음주운전 단속 기준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으로 운전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없다"면서 "항소심 선고 역시 1심 판단과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창명은 2심 선고가 내려진 날 밤 늦게 <더팩트>와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진실이 가려져 홀가분하지만 속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9개월 동안 온갖 의혹의 시선속에 무죄를 주장하며 고군분투했던 시간들로 감정이 북받치는듯 인터뷰 중간 중간 울먹였다.
◆다음은 항소심 음주운전 무죄판결로 결백을 입증한 이창명과의 일문일답
음주운전 의혹을 받아온 이창명은 불리한 여론에 맞선 외로운 법정투쟁을 거쳐 1심, 2심 모두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덕인 기자 |
-1심에 이어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우선 가족들 앞에 떳떳해질 수 있어 다행이다. 모든 가족들이 저를 믿어줬고, 이런 신뢰와 염원 덕분에 결국 결백함이 밝혀졌다. 팔순 어머니와 구순 아버지, 그리고 아내와 대학생 딸, 중학생 아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특히 민감한 시기인 중학생 아들과 아들 친구들이 믿음으로 저에게 용기를 준 것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난 저의 판단 미스로 벌어진 일이라서 할 말은 없지만, 처음부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지며 매우 불리한 가운데 재판을 치러야했다. 그 힘든 과정을 가족들이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 크게 안도해 하는 분위기다. 저는 처음부터 제 양심에 따른 확신이 있었지만 만일 예상치 못하게 법적 판단이 다르게 나왔다면 저는 물론 가족들이 세상에 대한 일말의 희망조차 포기했을 것 같다.
-이제 해야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도 가족도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다. 저 스스로를 추스린 뒤 가장으로서 가족들 모두를 다독이는 일부터 해야겠다. 노부모님께서 이번 일로 건강이 크게 악화되셨다. 불효를 저지른 것같아 죄스러운 마음 뿐이다.
-법적 판단과 별도로 실제 술을 안마셨느냐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있다.
이미 말했듯이 제 양심을 걸고 술은 안 마셨다. 저는 술을 못 한다. 17년간 방송을 해온 '출발 드림팀' 스태프 누구도 저와 술을 먹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당시 식당에서 일행들이 주문한 술의 양과 자리의 성격상 함께 있었던 제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창명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9개월 동안 온갖 의혹의 시선속에 무죄를 주장하며 고군분투했던 시간들로 감정이 북받쳐 인터뷰 중간 중간 울먹였다. 사진은 KBS '출발드림팀 시즌2'. /KBS 제공 |
-술을 못 한다면 동료나 지인들이 어느 정도 알지 않겠나.
물론 그렇다. 객관적으로 인정해주는 동료들은 많다. 유재석이나 지석진 김수용 선배는 제가 술을 못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술자리에 가면 저한테만 으레 음료를 시켜준다. 신인 때 방송 일이 하도 안 풀려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가서 술을 먹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그런데 몇 잔 먹고 응급실에 실려간 뒤론 제가 체질적으로 술에 취약하다는 걸 알았다.
-음주의혹은 풀렸지만 현장을 떠난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지금도 그 부분은 제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것 같아 깊이 후회하고 있다. 현장을 떠나지 않고 사후 처리를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를 내는 순간 구설수에 오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현명하지도 이성적이지도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2년 가까이 방송활동을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해의 소지를 만든 것 자체만으로 이미 저는 할말이 없다. 다만 저로 인해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일터를 잃은 80여명의 스태프분들에게 깊이 사죄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매사 좀더 신중하게 처신하고 모범을 보이며 살 것을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다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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