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성추행 논란' 여배우 B 스승 "심경 토로 듣고 탄원서 작성"
입력: 2017.11.16 11:32 / 수정: 2017.11.16 11:32

여배우 B는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자신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김모 교수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B는 제가 가르친 제자라며 매우 조용한 스타일의 차분한 제자였다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여배우 B는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자신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김모 교수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B는 제가 가르친 제자"라며 "매우 조용한 스타일의 차분한 제자였다"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김 교수 "B, 조용하고 자기 일에 충실했던 학생"

[더팩트|권혁기 기자] "말수도 적었죠. 자기 일에 충실한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 강의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본 B는 자기를 드러내거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어떤 행위를 하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내성적인 측면이 강했죠. 한예종을 졸업하고 연기를 꾸준히 하는 학생도 있고 아닌 학생도 있는데, B는 자기 연기를 꾸준히 하면서 공부도 지속했을 만큼 열정이 있고 끝까지 간다는 마음을 가진 친구였어요.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죠."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도중 남배우 A씨로 알려졌던 조덕제(49)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배우 B(37)씨가 자신을 가르쳤던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김모(여) 교수를 찾아가 심경고백을 한 뒤 탄원서를 받아 2심 재판부에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5일 한예종에서 김 교수를 만나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김 교수는 "대학시절 내가 강의실에서 지켜본 B는 매우 조용한 성격에,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닌 차분한 제자였다"면서 조덕제에 대한 1심 무죄 판결(2016년 12월) 이후 2심 진행 중이던 4월 B씨의 심경 고백을 듣고 탄원서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에 제출된 탄원서에는 '예술에 폭력을 몰입으로 용인해 벌어질 수 있는 폭력의 남용과 악용이 연극인 및 영화인들에 미칠 크나큰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피해자 개인의 사건으로 볼 수 없고 배우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한 한국 영화계의 일부 잘못된 관행을 드러낸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여배우 B씨가 제기한 성추행 사건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2심 재판부는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3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조덕제는 2심 판결 이후 곧바로 상고장을 제출했고, 검찰도 조덕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대법원 결정을 남겨둔 상태다.

조덕제를 처벌해달라는 한예종 연극원 교수들의 탄원서. 한예종 연극원 교수들은 지난 4월 18일 교수일동 명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덕제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처벌해줄 것을 탄원했다. 문서상 2016년은 탄원인 측의 오타로 확인. /권혁기 기자
조덕제를 처벌해달라는 한예종 연극원 교수들의 탄원서. 한예종 연극원 교수들은 지난 4월 18일 교수일동 명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덕제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처벌해줄 것을 탄원했다. 문서상 2016년은 탄원인 측의 오타로 확인. /권혁기 기자

고등법원 판결 이후 조덕제는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했을 뿐 성추행 의도가 없었으며 하지도 않았다"며 영화계가 진상규명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배우 B씨 측은 2심 유죄 판결 이후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고 형량이 적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여배우 B씨 은사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모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김 교수는 재판부에 조덕제를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공연계와 영화계에 성과 관련된 문제가 그동안 만연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 교수 연구실. /권혁기 기자
김 교수는 재판부에 조덕제를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공연계와 영화계에 성과 관련된 문제가 그동안 만연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 교수 연구실. /권혁기 기자

-한예종 연극원 교수 일동 탄원서 맨 위에 이름이 있네요. 직접 가르친 제자라 더욱 마음이 쓰였을 것 같은데,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성적인 문제는 언제나 민감하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그냥 묵과돼 지나간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계든 영화계든 성희롱을 비롯해 성과 관련된 문제에는 선뜻 나서지 못한 사례가 많이 있었죠. 졸업한 학생들 중에, 작게는 언어폭력부터 더욱 큰 폭력까지 당했다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만연해 있는 거죠. 그런 얘기를 학생들이 눈물로 호소할 때 분노한 적도 많았고요. 저도 연기를 했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런 사례가 있어도 나서지 못하는 게 2,3차 피해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이 사건으로 활동하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두려움이죠. 그래서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았죠.

-이번 B씨의 사건은 달랐다는 의미인가요?

B의 경우는 어떤 형태로든 본인한테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소리를 냈다는 것만큼, 연기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나왔다고 생각해요. 고통과 수치심을 감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사태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거죠. 최근 할리우드에서도 성추행 사건을 배우들이 먼저 폭로하는 운동을 벌였잖아요? 여배우들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얘기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지만, 그런 경험이 있느냐고 할리우드처럼 물어본다면 매우 많은 여배우들이 고백을 할 것입니다.

-조덕제 배우 사건에 대해 B씨가 직접 찾아와 상담한 게 있었나요?

2심 재판이 시작된 후 B가 저를 찾아왔어요. 심경을 고백했는데 밖에 나가기 힘들고 우울증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심리적으로 타격이 컸던 것 같더라고요. 이런 사건을 혼자 감내하는 게 정말 큰 일인 것 같아요. 상식적으로 여배우가 감당할 심적 고통이 크지 않았겠습니까? 제가 연기를 가르칠 때도 어떤 형태로든 신체적 접촉은 합의가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죠. 연기라는 게 즉흥적으로 발생한다기 보다는 인식하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거에 크게 놀랐어요. 사실 B는 그런 부분에 민감한 학생이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죠. 보통 리허설을 하니까 그 때 합의를 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부분이죠.

리허설이라는 게 행동에 대한 합의 과정이잖아요. 정확하게 리허설이 됐다면 문제될 이유가 없죠. 어느 여배우가, 피해자로 이런 부분을 공식화했을 때 좋을 게 있겠습니까. B의 두려움은 '누가 날 캐스팅할까'였을 겁니다. 평생 연기하려는 친구인데 이 일 때문에 '연기를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공개했을까요?

앞서 조덕제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했을 뿐, 성추행의 의도는 없었으며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정한 기자
앞서 조덕제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했을 뿐, 성추행의 의도는 없었으며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정한 기자

-하지만 조덕제 씨의 경우에는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했다는 입장인데요. 조덕제 씨도 억울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감독의 입장에서 가이드를 줬더라도 그걸 행하는 연기자가 취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는 것인데 남의 신체를 함부로 대한다면 안되죠. 교수가 연기 교육을 할 때도 학생의 신체를 만질 때는 사인을 줍니다. 만약에 교수가 약속을 넘어 도를 지나치면 그것도 고소감인 거죠. 학생들도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겁니다. 내 몸처럼 중요한 게 어디 있나요? 그런 부분에 있어 감독은 관객이 환상을 일으킬 수 있게 디렉션을 하는 것이지, 진짜 강간을 하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배우의 진짜 몸이 침해되면서까지 연기를 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 연기를 할 배우가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감독이 그런 지시를 했더라도 연기에 있어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그러지 않았겠죠. 감독은 진짜처럼 보이도록 주문하는 것이고 배우는 그걸 충분히 인식하고 연기하는 것인데 연기에 몰입했다고 주장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3~24년 연기를 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남학생들에게 폭력을 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연극원 교수님들 일동이 탄원서를 쓰셨던데 어떤 마음으로 뜻을 모았나요?

이런 일들 때문에 많은 재능이 있는 여배우들이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어 폭력 등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는데, B처럼 어릴 때부터 열심히 연기한 여배우가 무너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죠.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가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요? 또다른 폭력이 무대든 스크린에서든 허락된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연극원 원장님을 비롯해 모든 교수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런 일이 너무 많고 너무 많은 여학생들이 연기를 포기하니까요. 올해 한예종에 6000여명이 지원을 했습니다. 그 중 37명만 합격합니다. B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20여명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습해 나간 친구들이 이런 비슷한 사건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화가 많이 났죠. 십 수년 연기한 경력이 무너질 수 있는데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을까요? 불이익밖에는 없을텐데 말이죠.

-한예종 연극원 학생들이 조덕제 씨와 B씨 공판을 참관했는데 자발적인 것이었나요?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본인들의 미래니까요. 우리가 흥분할 때 자기랑 연결고리가 있을 때 더욱 그렇잖아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졸업 후 닥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회가 교육시켜주지 않으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조덕제는 <더팩트>에 "한예종 교수님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어디까지나 B씨의 얘기만 듣고 탄원서를 써준 게 아니냐"고 반문한 뒤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신 분들이니 여배우뿐만 아니라 제 얘기도 들어보셨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조덕제는 "학생들이 재판에 온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고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어떤 얘기를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재판장에서 저를 쳐다보는 학생들의 눈빛이나 야유를 심적으로 참기 힘들다"고 피력했다.

한편 조덕제는 15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었다. 영진위 측은 비공개로 조덕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으나 언론에 미팅 사실이 공개되면서 약속을 돌연 취소했다. 이에 조덕제는 영진위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고, 영진위 측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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