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생각하면….' 배우 조덕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단독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조덕제는 인터뷰 말미 "유서를 써 놓은 휴대폰 공기계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고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다. /배정한 기자 |
조덕제 "암담하고 우울한 심정"
[더팩트|권혁기 기자] 초췌해 보였다. 직접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적이 없던 배우 조덕제(49)를 지난달 30일 오후 5시 서울 중랑구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적어도 영화 시사회장에서 봤을 때보다, 지난 10월 2심 결과가 나오고 언론에 입장을 공개했던 당시보다 자신의 나이에 맞는 외모로 보였다.
아직은 무겁게 느껴지는 점퍼를 입은 조덕제에게 가을 날씨는 추워 보였다. 그의 마음도 추웠을까?
"휴대폰이 두 대인데 한 대는 예전에 쓰던 겁니다. 공 기계인데 갖고 다니는 이유는, 여기에 전화 녹취도 있고 유서가 있거든요. 성추행 논란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유서를 써놨어요.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냥 유서가 써지더라고요. 정말 대법원에서 진실이 가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추행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하면서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하자 "술은 끊었습니다. 지금 제 마음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큰 일이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답했다.
조덕제는 지난 2015년 4월 장훈(51) 감독의 영화 '사랑은 없다'에 출연하기로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촬영까지 들어갔지만 1회차 연기를 한 직후 하차 당했다. 당시 조덕제는 '사랑은 없다' 주연 여배우를 상대로 부부강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연기 도중 불거진 성추행 논란으로 법정 다툼 중이다.
여배우 A씨는 조덕제가 자신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상의 속옷을 찢는 등 성추행을 했다며 조덕제를 고소했다. 1심은 조덕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 10월 13일 2심에서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이지만 추행의 고의가 부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각 포털사이트에는 '성추행 남배우'가 검색어로 올랐고 조덕제는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날의 인터뷰는 어렵게 성사됐다. 법적인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조덕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기자가 홀 쪽으로, 조덕제가 벽을 등지고 앉았다. 조덕제 등쪽 거울에 지나가는 손님들이 조덕제를 쳐다보고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덕제도 이를 신경쓰는 눈치였다. 인터뷰에 방해가 될까 싶어 자리를 바꿔 앉아 다시 그와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다음은 조덕제와 나눈 일문일답.
조덕제는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몇몇 작품을 통해 연기활동을 했다. 그는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들이 계셔서 출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정한 기자 |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고 많은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조덕제 배우와 상대 여배우의 신상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작품 활동을 했는데.
재판 중이었죠. 그래서 제가 프로필을 돌리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되도록 무죄가 확정되면 활동을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아는 몇몇 감독님들이 저를 믿어주신다며 '아직 (결과 나오기까지) 많이 남았지? 그러니까 작은 역할이라고 해봐. 얼굴 나오지 않게라도 해줄게'라고요. 그래서 영화 쪽 몇몇 작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당시로 돌아가보죠. 어떻게 섭외가 됐고 문제의 그 장면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감독님은 뵌 적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류하게 됐죠. '사랑은 없다' 제작사가 제가 출연했던 '신이 보낸 사람' 제작사이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투자금의 50%를 끌어오셨고 본인께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시기도 했죠. 저는 감독님이 주신 콘티 등을 준비해 현장으로 내려갔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갑자기 촬영 위치를 바꾸시더라고요. 촬영 직전에 말이죠. 처음 시나리오 상에는 부부 사이에 불륜을 의심하게 되고 폭행과 부부강간까지 가는 설정이었습니다. 온 몸에 독버섯을 보여주면서 상습적으로 폭행에 노출된 여자 주인공이 동창회에 갔다가 남자 동창생을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불륜이지만, 그 상황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중요한 신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하셨어요. 최초 콘티와 시나리오 상에는 강간 장면에서 바지를 찢어내린다로 돼 있었는데 여주인공이 등산복이라 찢어질 수 없는 재질이었죠. 그래서 상의를 찢는다로 바꿔 면티를 급하게 구해왔습니다.
-이 부분은 시나리오 상에 없던 부분이라는 말인가요?
그렇죠. 갑자기 바꾸니 의상 스태프도 힘들어하고 했어요. 저는 디렉션을 받는 입장이니까 알겠다고 했죠. 어느 정도 동선과 대사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처절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메이킹 영상에 나와 있듯 '짐승처럼, 사육당하는, 이건 에로가 아니잖아. 죽기보다 싫은, 강간 당하는 느낌이 나와줘야해'라고요. 남편은 만취해서 강간하는 느낌을 얘기하셨는데 저한테만 따로한 게 아니라 스태프들이 다 있는 상황에서 했죠.
조덕제는 일반적인 생활이 어려워 보였다. 벽을 등진 조덕제를 알아본 일반인들이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이에 인터뷰에 방해가 될까 자리를 바꿔 앉기도 했다. /배정한 기자 |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대부분 영화 촬영장에서 리허설을 통해 동선을 맞추지 않나요? 그렇다면 여배우와 당연히 사전 협의가 될 부분인데.
리허설 자체가 생략이 됐어요. 보통 서로 대사도 맞춰보고 동선도 맞춰보고 실제로 '카메라 리허설'로 찍어보고도 하는데 그 장면에는 전혀 없었어요. 대사만 서로 맞춰보고 어떻게 때리라고 시연해주시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죠. 그러면서 강간하는 장면의 위치와 후배위 자세에 대해 감독님이 설명해주시고 그 다음 연기하는 부분은 알아서 하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고 여배우도 그렇고 처음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알아서 해달라는 말에 진행이 됐죠. 리허설이 없었는데 대사 맞춰보고 동선을 설명해주는 부분을 극구 리허설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이 각각 오락가락 합니다. 총 4분여 촬영이었는데 NG가 두 번 정도 났어요. 배우들이 서는 위치 등이 다르다보니 NG가 났는데 이것까지 리허설을 세 번이나 했다고 주장하더군요.
-여배우는 성추행과 함께 폭행도 주장했는데.
여배우는 4분 중 때리기 전까지인 초반 30초만 연기이고 나머지는 아니라고 주장을 하더라고요. 롱테이크(2분 이상의 쇼트가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로 찍는다고도 했거든요. 거기다 카메라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와 (배우를 쫓아다니면서) 찍겠다고 했습니다. 초반 폭행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데, 그 뒤 4분 정도 연기를 했는데도 그건 연기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때리거나 아프면 안되기 때문에 아파 보이게 하려는 연기인데….
굳은 표정을 짓던 조덕제는 "암담하고 우울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저의 억울한 마음을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배정한 기자 |
-문제의 사건 이후 여배우 A씨에게 사과를 했던 부분이 성추행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총괄 PD는 저한테 '여배우가 마음이 풀리지 않으니 문자라도 보내주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보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총괄 PD가 또 연락해 '여배우가 연락이 안되고, 여배우가 촬영을 거부하면 영화 제작에 큰 지장이 난다. 내가 지금 여배우를 만나러 서울로 갈테니 꼭 문자를 보내주라'고 강력하게 말했습니다. 제작사 대표와 선배 배우가 저한테 '무릎이라도 꿇어서 마음을 풀어주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다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여배우가 일단 너랑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제어가 안되는 부분'이라고 말했으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불명예스럽게 하차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죠.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암담하고 우울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적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의 억울한 마음을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편 조덕제는 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피앤티스퀘어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나온 여배우 측과 장훈 감독, 여러 영화 관계 단체들의 허위 주장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공개검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메이킹 촬영기사가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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