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주연배우 김윤석. 김윤석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남한산성' 측 제공 |
'남한산성' 예조판서 김상헌 役 김윤석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제작 싸이런픽쳐스)에서 예조판서 김상헌으로 분해 열연한 배우 김윤석(49)이 추석 연휴 직전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지난 3일 개봉된 '남한산성'은 소설가 김훈이 쓴 같은 이름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당시 임금과 조정이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 후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의 치욕스러운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의 의견 대립, 그 사이에서 깊어지는 인조(박해일 분)의 번민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김윤석은 "사극을 한다면 꼭 이런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출연한 소회와 작품을 감상한 소감을 밝혔다.
"감독님이 처음에 이야기한 대로 작품이 나왔더라고요. 좀 더 내용을 쉽게 가자는 주변의 압박이 있었을 텐데 감독님이 끝까지 타협 없이 작품 내용을 밀어 붙여보자고 했던 처음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이끌어서 처음 의도대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높이 평가합니다. 사극에 출연한다면 꼭 이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어요(웃음). 첫 사극 작품인데 이 작품을 만나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람된 작업이었네요."
배우 김윤석은 지난 3일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에서 예조판서 김상헌 캐릭터를 연기했다. /'남한산성' 측 제공 |
"원작소설은 이번 작품에 캐스팅되고 나서 읽어봤죠.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이야기'이구나 싶었어요. 영화는 영상으로 담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죠.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보니 원작소설이 가진 뉘앙스와 '남한산성'의 추위와 배고픔, 몰아치는 분위기 등이 잘 표현된 것 같았어요(웃음)."
지난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데뷔, 연극 무대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한 김윤석은 30여 년간 배우 생활 가운데 정통 사극 작품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가 연극배우 출신인데 사극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면, 연극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과 같은 그런 느낌의 사극 작품을 해보고 싶었죠. 물론 우리나라 고전에 풍자와 해학이 담겼지만, 히어로물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담는 사극에 참여해보고 싶었습니다. '남한산성'은 역사적 고증 위에 '인간'을 올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생각해요."
'남한산성'에서 김윤석이 연기한 김상헌은 명과 청 사이에 놓인 조선의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 사이를 고민하는 인조에게 명분을 주장한 인물이다. 작품 속 김상헌과 실리를 주장하는 최명길이 인조 앞에서 각각 각자의 소신을 지키며 조선의 앞일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줬다.
배우 김윤석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연극 연습하듯이 연습했다"고 '남한산성' 대사 연습 당시를 회상했다. /'남한산성' 측 제공 |
"감독님이 대사를 조사 하나도 틀리게 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연극 연습하듯이 연습했죠(웃음). 정통사극도 말맛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릎 꿇은 상태에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연기해야 했던 점이에요. 위로 올려다보지도 못했죠(웃음). 처음에는 '뭐지 이 느낌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적응이 안됐어요(웃음). 사극 처음 해보는 배우들에게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화는 감정싸움이 아닌 논리 싸움이었죠. 상대의 말도 충분히 들으면서 그 논리에 반하는 논리를 펼쳐야 했는데, 그게 팽팽했던 것 같아요. 반대 주장을 펼치면서도 과하지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적절한 균형을 맞추다가 마지막에 '터지죠'. 상대 배우와 연습을 하고 들어가면 뭔가 짜 맞추게 되는 것 같은 상황이 되는 것 같아서 바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래야 불꽃이 튀는 상황이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번 작품 속 대부분 캐릭터들은 각각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갔기에 부딪히는 캐릭터들이 다양하지 않은 편이었다. 그 가운데 김윤석이 연기한 김상헌은 궁과 민중을 오가며 인물들을 가장 다채롭게 만났다. 나루터 노인 손녀인 나루(조아인 분)와 함께한 장면들은 관객을 짠하게 하기도 하고 소소한 미소를 짓게 하기도 했다.
"와, (조아인 배우를 보는데) 저도 신기하더라고요. 조그마한 아이가 혼자서 대사를 연습하고, 떡국도 먹는데(웃음). 떡국을 먹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나루가 김상헌 수저를 뺏어가요(웃음). 그 상황이 너무 웃겼어요(웃음). 배우 어머니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대견스러울까 싶더라고요."
배우 김윤석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달달'한 보름 되세요"라고 추석 인사를 건넸다. /'남한산성' 측 제공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윤석은 재치있게 예비 관객들에게 '남한산성'을 추천하며 추석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10대의 관객들에게 어른으로서 따뜻한 조언도 덧붙였다.
"300여 년 전, 목숨을 걸고 남한산성을 지키려고 했던 인물들이 봤던 보름달과 같은 보름달이 뜨는 추석입니다. 여러분 '달달'한 보름 되세요(웃음)."
"명분과 현실이 있습니다. (10대들에게) 조금 더 산 어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어떤 선택을 하든 '너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네요. 자신을 믿고 한 번 선택했으면 발 빼지 말고 끝까지 한 번 가보세요.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쭉 밀고 가봐야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