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살기법' 원신연 감독 "설현, 팬 아니었지만 아우라 배우"
입력: 2017.10.10 04:00 / 수정: 2017.10.10 04:00
설현, 빛이 나더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가수 출신 배우 설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정한 기자
"설현, 빛이 나더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가수 출신 배우 설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권혁기 기자]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합기도와 쿵푸 등 여러 무술을 배우며 스턴트맨으로 영화일을 시작한 원신연(48) 감독은 충무로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러다 연출로 눈을 돌린 원신연 감독은 지난 2005년 '가발'을 찍으며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구타유발자'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 특기인 빠른 속도감과 남다른 액션으로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한 원신연 감독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건드리는데도 탁월하다. 그런 그가 특별한 영화로 돌아왔다.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동명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제작 쇼박스·W픽처스·공동제작 그린피쉬·영화사이창)은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설경구 분)가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 분)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병수의 하나뿐인 딸 은희(설현 분)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원신연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연기자 대열에 합류한 설현에 대해 "팬은 아니었지만 TV에서 보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감독들은 캐스팅에서부터 고민인데 가장 현명한 배우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배우들을 눈여겨 보는데 설현이 들어왔어요. 빛이 나더라고요. 솔직함이나 털터함, 그 나이에서 볼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죠. 그러다가 '살기법'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무조건 만나서 섭외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죠. '강남 1970' 이후 자기 캐릭터나 배우로서의 욕심보다 연기에 완전히 빠져서 대중에게 소비되는 것들보다 자기 반성이 있었던 것 같았어요."

또 원신연 감독은 "완벽하게 빠질 수 있는 것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은희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된 것 같다"며 "나중에 인터뷰할 기회가 있다면 느끼실테지만 1대1로 누군가와 앉아 있으면 계속 눈을 쳐다본다. 제가 눈싸움에 졌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어 원 감독은 "신인배우가 갖고 있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더 신기했다. 그건 훈련을 통해 덜어내야하는 부분이다. 신기했다. 사람을 아름답게 쳐다보더라.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설경구와 김남길 사이에서도 자기 존재를 발휘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설현의 팬이 돼버린 원신연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원신연 감독은 원작 소설의 각색 부분에 대해 영화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원신연 감독은 원작 소설의 각색 부분에 대해 "영화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영화 잘 봤다. 소설이 원작이자 베스트셀러였기에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또 각색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엔딩이 좀 다른 점도 인상적이었다.

소설은 소설이라는 장르적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고 영화는 장르적 특성이 있죠. 소설은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거나 상상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만 판타지일수록 더 크게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소설을 읽으며 믿고 따라간 부분에 전복되는 쾌감이 있다면 이를 영화로 옮겨 올 때 그런 것들을 재창조하긴 하지만 엔딩의 마무리는 영화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 마무리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현에게 업어치기를 '시전'한 부분은 정말 무술감독의 의견이었나?

(웃음)김민수 무술감독님과는 '세븐데이즈' 때 호흡을 맞췄는데 '진짜 업어치기 할꺼야?'라고 물어봐었죠. 설현이든 누구든 캐릭터가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와일드함이 필요하다고 했죠.

-영화를 보면 설경구 배우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힘들었죠. 육체적인 준비와 정신적인 준비를 같이 해야했으니까요. 제가 피부로 느끼기에도 '오아시스' 때보다 힘들었을 것 같아요. 본인도 그렇게 얘기하고요. '오아시스' 때는 살을 빼서 젊어졌지만 이번에는 살을 빼면서 늙어야하니까 반대잖아요. 살을 빼는 방법부터가 달렸죠. 초췌해지는 것과 젊어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고통스러운 준비셨을 것 같아요. 윤기부터 없어져야 하니까. 수분도 빼내야 했기 때문에 물이나 탄수화물은 거의 드시지 않았어요. 소설 원작의 캐릭터에 취하고 있는, 알츠하이머에 거린 연쇄살인범이니 오죽하겠습니다. 기억도 계속 없어져가고 그런데 눈 앞에 또다른 연쇄살인범이 나타나니…. 그런데 오히려 스태프나 다른 배우한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시는 부분에서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상대로 설경구 배우에 대해 조심을 시켰는데 그런 차원을 넘으셨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과민했던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신 적이 없었어요.

-병수 캐릭터가 소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이나 오줌을 먹는 부분, 사과 쪼개기는 원작에 없었죠. 치매에 대한 표현, 알츠하이머를 밀도감있게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죠. 핸드폰을 굽는다던지 끔찍하면서 유머러스한 부분들을 관객들이 보면서 젊은 연쇄살인범을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길 바랐죠.

원신연 감독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알츠하이머의 대가인 송은향 전문의에게 검수를 받았다. 그는 의학적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원신연 감독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알츠하이머의 대가인 송은향 전문의에게 검수를 받았다. 그는 "의학적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알츠하이머와 관련해 취재한 게 있나?

환자를 취재하지는 않았어요. 하고는 싶었지만 병에 대한 증상의 발현도 조심스럽거니와 취재할 수 있는 분들도 없었죠. 대신 시나리오 검수를 받았어요. 은평구 치매 지원센터장이셨던 송은향 선생님에게 부탁해 의학적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캐릭터를 만들었죠. 사실 제가 원작을 읽기 전부터 '생로병사'와 '명의' 애청자거든요. 건강 염려증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치매 편이 나왔는데 너무나도 끔찍했죠. 섬뜩한 질병이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여드리고 검수를 철저히 받았습니다.

-치매가 무서운 질병이긴 하다.

치매는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지고 먼 기억이 선명해졌다가 그것마저 사라지만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진공상태에서 보이는 것처럼 모든 게 슬로우로 진행되는 부분이 그런거죠.

-영화에서 자동차 사고 장면도 일품이었다. CG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촬영을 했죠. 카메라가 차량이 구르는 장면을 쫓아가는데 정말 차가 카메라를 치기도 했어요. 7바퀴 반 정도 굴렀는데 사람이 없는 와이어 카메라를 쳤죠. 차도 실제로 굴리고 설경구 배우도 실제로 날아가고. 코란도 이전 버전인데 굉장히 무거운 차거든요. 영화 스턴트에 있어 한 번도 뒤집어 본 적이 없는 차였는데 저나 스턴트팀 모두 엄청 놀랐습니다. 대신 120% 효과를 봤죠.

-설현 칭찬을 많이 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로 먼저 후시녹음을 다시 하겠다고 들었는데.

모든 배우가 그렇지만 자기 연기에 대해 사람들의 호평과 칭찬을 다르게 '부족하다'고 보는 경우가 있죠. 설현은 그 크기가 컸어요. 자기 만족도가 걱정스러움으로 표현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설현에게만 완성된 영화를 혼자 볼 수 있게 했죠. 자기 단점이 보였나봐요. 자기가 못해서 생긴 단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김병수와 민태주의 크기가 커서 더 단단하게 보여지고 싶은 욕심이 있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배려해주고 싶었죠. 어느 배우에게도, 감독이 갖춰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얼마가 들던지 배우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고 캐릭터를 위한 적극성,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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