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가 중국에서 상영 금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메인 포스터. /쇼박스 제공 |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가 중국에서 상영 금지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삭제됐다. 영화가 톈안먼(천안문)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 5일 중국 당국은 '택시운전사'의 영화관 상영을 금지하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영화의 정보도 모두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광주를 찾아 현장을 취재해 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택시운전사 김사복(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선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택시운전사'는 중국에서도 지난달 개봉해 포털사이트 등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9.1점을 받는 등 현지 관객의 호평을 끌어냈다. 그러나 영화가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자 중국 당국은 영화와 관련된 평점, 동영상, 사진 등 정보들을 전부 삭제했다. 심지어 '택시운전사', '광주' 등을 키워드로 하는 검색도 전면 차단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계엄군으로부터 검문받고 있는 김사복의 택시. /쇼박스 제공 |
톈안먼 사태는 지난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학생, 노동자, 시민들을 중국 당국이 계엄군을 동원해 해산시킨 사건이다. 당시 계엄군은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했고 발포까지 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냈다. 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 가운데 사망자 875명, 부상자 1만4550명의 피해를 낳았다.
'톈안먼 6.4 항쟁'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지만, 중국 당국은 극소수 불순 세력이 노동자와 시민을 선동해 국가를 전복하려 한 난동이며 당시의 진압 역시 정당한 조치라고 규정했다. 현재도 중국 당국의 이런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웨이보나 바이두 등 인터넷에서 관광지로서 톈안먼 외에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색하지 못하도록 검열,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택시운전사' 속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습이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는 계엄군이 평화 시위를 벌이는 광주 시민과 학생들에게 총을 발포하고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장면들이 담겨있다. 실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계엄군의 발포와 폭력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편,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오는 18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여론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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