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술 끊었더니 남편이 아쉬워해요"
입력: 2017.10.06 05:00 / 수정: 2017.10.06 05:00
여배우는 오늘도 걷는다. 배우 문소리는 최근 개봉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영화사 연두 제공
'여배우는 오늘도 걷는다.' 배우 문소리는 최근 개봉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영화사 연두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문소리(43)는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 '오아시스'에서 뇌성마비 여성 한공주를 연기하며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및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이후 '바람난 가족'과 '가족의 탄생'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하녀' '다른 나라에서' '관능의 법칙' '만신' '자유의 언덕' '필름시대사랑' '아가씨' '특별시민' 등에 출연하며 김지운 이창동 임상수 김태용 박흥식 홍상수 임순례 권칠인 장률 박찬욱 박찬경 엄태화 박인제 등 명감독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가 이번엔 직접 감독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개봉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제작 영화사 연두)는 문소리가 주연과 함께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1~3편으로 나눠진 옴니버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배우 문소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스토리에 막힘이 없고 거침이 없다.

사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 석사과정 학위 취득을 위한 졸업작품이다. 세 편의 영화를 찍어야 졸업이 되고 학위가 나오는데 그 중 하나는 영화제 상영도 돼야하고 논문도 써야 했다. 세 편의 단편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각종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으며 문소리가 해당 학과에서 2년 만에 졸업하는 첫 케이스가 됐다.

문소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영화에서처럼)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시다보니 빨리 졸업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서둘렀던 것"이라며 웃었다. 영화에는 3명의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데 문소리 본인과 남편인 장준환 감독, 그리고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다. 극 중 장준환 감독은 문소리에게 "그렇게 힘들면 술이라도 끊으라"고 조언한다.

"제가 술을 끊은지 육 십 며칠 정도 됐는데 작년에는 100일 정도 끊은 적이 있어요. 제가 술을 끊으면 (남편이)힘들어하더라고요. '나는 술 먹는 문소리랑 결혼했는데'라고 말이죠. 제가 술잔을 함께 기울여주길 원해요. 대한민국에서 과음들을 많이 하시는데 힘이 드니까 한 잔 해야지라는 마음과, 이렇게 힘든데 술을 덜 먹어야지라는 마음이 많은 분들에게 있는 것 같아요. 힘이 들어서 먹기도 하고 힘이 들어 줄이기도 하는 것이죠.(웃음)"

다음은 술 끊어 남편이 서운해하는 문소리와 나눈 일문일답.

문소리는 민낯으로 다니다 갑작스러운 술자리에서 비비크림을 바르는 장면에 대해 많은 여성들에게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영화사 연두 제공
문소리는 민낯으로 다니다 갑작스러운 술자리에서 비비크림을 바르는 장면에 대해 "많은 여성들에게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영화사 연두 제공

-영화가 정말 재미있었다. 남편이 장준환 감독인데 뭔가 조언을 해준 게 있나?

음….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는데 저에게 '세 편의 단편을 이어 붙일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언젠가 한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의도가 분명하지는 않았죠. 남편이 '이어볼 수 있지 않아요?'라고 물었던 것 같은데 돌아서서 '그럴 수 있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먼저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죠.

-영화에서 민낯도 공개해 놀라웠다. 특히 갑자기 생긴 술자리 때문에 비비크림을 바르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실제로 극 중 어머니가 DC를 위해 치과 원장과 사진을 찍어주라고 하는 경우가 있나?

사실 저도 엄마가 해달라고 하면 툴툴대면서도 해주죠. 갑자기 비비크림을 바르는 모습은 많은 여성들에게 비일비재한 일인 것 같아요. 평소 저랑 많이 비슷합니다.

-영화를 보면 진짜 문소리의 얘기인가? 아니면 그저 영화를 위해 꾸며진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지점들이 많다.

재미나게 구성하는 것,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인물들이 심층적으로 보여지지 않으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남편, 엄마, 친구, 딸, 그렇기에 그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이 거짓인가 진실인가라는 거죠. 실제 저희 시어머니가 병원에 계셨었고 치매 증상도 있으셨어요. 그래서 '누'가 되는 게 아닌지 고민을 했죠. 영화적 재미를 위해 구성을 하더라고 고려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들이다보니 영화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실제 저에 대한 오해와 판타지를 왔다갔다 해도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이 왜곡돼 보인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진심을 전달하는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본인을 포함한 그 세 명만 실제 인물들을 캐스팅했나?

제 캐릭터도 그렇고 원동연 대표님도 그렇고 남편 장준환 씨도 그렇고 어떤 배우를 데려다 그 분들을 연기해달라고 연출하기가 너무 어려운 부분이더라고요. 만약에 정말 잘해낼 배우가 있다면 어마어마한 연기를 하는 것이죠. 그 사람들 안에 있는 캐릭터가 있는데 저부터 다층적인 느낌을 원하니까 말이죠. 예를 들어 영화에서 장준화 씨가 저에게 매우 부드럽게 얘기하는데 누군가 '10년 같이 산 부부가 누가 그래?'라면서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장준환 감독이 직접 출연을 하니까, 그러면서 촌철살인 한마디로 꼼짝 못하게 하는 그 짧은 신(scene)이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다른 배우에게 시키기가 힘든 부분이라고 봐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메릴 스트립을 디스하는 듯한 대사가 등장한다.

좋아하고 존경합니다.(웃음) 행보가 멋있는 것 같아요. 그냥 전설이죠. 그것과 별개로 어떤 배우도 '제2의 누구' '한국의 누구'는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덜 유명하더라도 누구를 닮고 싶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말하는게 칭찬만으로 들리지 않고 부담으로 들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짜증을 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메릴 스트립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연출보다 배우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문소리는 계속 연출을 할 것인지를 묻자 제 인생에 있어 배우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사 연두 제공
"연출보다 배우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문소리는 계속 연출을 할 것인지를 묻자 "제 인생에 있어 '배우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사 연두 제공

-마지막 3막에서 바닷가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영화를 만들 때 필요한 장면도 있는데, 바닷가 장면도 영화를 잘 만들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고 저한테는 중요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늘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사랑을 받기도 하고 질타를 받기도 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부담스럽거나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인물과 상황이 이해가 되면 공감대가 클 것인데, 제가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를 작품에 맡긴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영화를 연출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이런 영화가 존재해야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저한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남편이랑도 편집을 어떻게 하는지 의논을 한 적은 없는데 '존재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를 한 적은 있어요. 남편이 '왜 이 영화를 찍으려고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고 그러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하는 과정이 즐겁지는 않았어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있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찍었습니다.

-영화가 좋은데 앞으로 계속 연출할 생각인지?

연출자의 욕망과 계획보다는 앞으로 제 인생을 내다봤을 때 '배우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죠. 지금도 그렇고 지금까지 그랬죠. 배우로서 영화를 만들다보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직업이니까, 많은 창작자들이 자기 얘기에서 시작을 하는데 관객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하고 주연을 맡은 '와일드'를 보면서 엄청 울었어요. 한국에서도 어쨌든 여러가지 시도를 해야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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