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도 시놉시스에서 시작됐다. '건축학개론'은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살 건축학과 승민과 음대생 서연의 첫사랑을 다룬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시놉시스 |
'당·궁·영'은 '당신이 궁금했던 영화 용어'를 설명해주는 코너입니다. 평소 기사 또는 영화 관련 글에서 봤던 용어들 중 생소하고 난해한 단어들을 쉽게 풀어서 소개합니다. 영화 관련 용어가 궁금한 독자께서는 메일로 알려주시면 다음 코너 때 반영토록 하겠습니다.<편집자 주>
[더팩트|권혁기 기자] 간혹가다 영화 관련 기사나 소개글을 보면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있다. 물론 그런 단어들을 몰라도 영화를 보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그냥 볼 때보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게 영화다.
예컨대 가을이 배경인 영화인데 등장인물의 입에서 입김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바로 크랭크인 후 크랭크업까지 기간이 겨울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입김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얼음을 입에 물고 대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음 때문에 입이 얼어 발음이 잘 안될 때도 있다. 그렇기에 입김이 보였다면 잠시 얼음을 뺀 것인 셈이다.
이번에는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시나리오의 차이를 설명한다.
◇ 영화의 1번, 시놉시스
영화 제작의 기본은 스토리 구상부터 시작된다. 영화 감독이든 작가든 작품을 구상하게 되면 '이런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스토리를 짜야 한다. 감독 스스로 제작사를 갖고 있지 않다면 제작사부터 찾아야하고 투자사도 구해야한다. 그렇기에 스토리가 중요하다. 스토리를 보고 제작과 배급, 투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작가마다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감독들은 시놉시스로 제작사와 투자사를 설득을 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트리트먼트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 창작의 기초 단계는 시놉시스이다. 시놉시스는 전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작품 자체를 요약한 것이기 때문에 영화 한 편의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보통 4~5페이지 정도로 구성되며 단순하고 명료하게 작성되는 게 기본이다. 이때 주제, 기획 의도, 등장인물, 줄거리가 포함된다. 더불어 사건의 발단과 전개 방향에 대해 언급한다.
보통 ▶ 기획의도 ▶ 작의 ▶ 등장인물 ▶ 줄거리 순으로 전개된다.
결말까지 포함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공식으로 보여주거나 공개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그러나 결론이 명확한 영화라면 공개되기도 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스티스리그'의 경우 '배트맨 VS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둠스데이에 의해 죽게 된 이후 배트맨이 극단적인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면서 모든 유형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여러 범죄와 위협에 맞설 팀을 꾸리기 위해 여러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들을 찾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다이애나 프린스, 원더우먼, 빅터 스톤, 스피드스터 배리 앨런, 아서 커리 등을 만난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서울영상미디어센터는 장편극영화 트리트먼트를 배울 수 있는 개발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장편극영화 트리트먼트 개발워크숍 포스터 |
◇ 모발 건강을 챙기는 게 아닙니다…트리트먼트
아침마다, 또는 저녁에 자기 전 머리를 감을 때 우리는 보통 샴푸를 쓴다. 비누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샴푸 후 모발 건강을 위해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에서도 트리트먼트라는 용어가 있다. 트리트먼트란 시놉시스에서 한단계 발전한 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시놉시스가 4~5매라면 트리트먼트는 A4용지로 15~20매 정도 길이로 된다. 시놉시스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는데 이 때 '신(scene)' 별로 이야기를 정리한다. 예를 들자면 '#5 공원'에 대해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남녀는 서로 키스를 한다. 인기척을 느낀 여자, 맞은 편 시동이 켜져 있는 차량에서 헤드라이트가 켜진다. 화가 난 남자는 차량으로 다가가지만 이어지는 남자의 비명소리. 여자는 겁에 질리고 차량에 타고 있던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여자를 향해 간다' 식이다.
한국 시나리오 작가 협회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익옹호와 자지향상을 위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시나리오 작가 협회 |
◇ 본격적인 작업의 시작, 시나리오
시나리오는 트리트먼트에 대사가 포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각본이라고도 부르는 시나리오는 영화 제작에 가장 중요한 '계획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때 전문 스크립터(각본가)를 활영해 대본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감독이 직접 전부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엔딩 크레딧에 각본가가 포함된 경우처럼 전문 각본가가 따로 있을 때도 있다. 각색가는 기본 각본을 좀 더 맛깔나게 바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시나리오에는 기획 의도와 작의, 등장인물이 각 평균 1쪽씩 들어가며 줄거리가 1~2쪽, 트리트먼트 분량이 포함된다. 이어 2시간 분량의 시나리오, 약 120신의 장편 분량이 들어간다.
앞서 언급한 '#5 공원'에서 '여자:오빠 누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남자:누가 있다는 거야. 아무도 없는데. / 갑자기 앞에 있던 차에서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빛 때문에 눈을 감은 남녀.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누구야! 여자:오빠 그냥 가자. 남자:가만히 있어봐. 열받잖아. 남자는 차량으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린다'라고 살이 붙는 게 시나리오의 형식이다.
'스물'로 인기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은 '오늘의 연애'의 각본을 맡았으며 '타짜-신의 손'을 각색한 바 있다. '타짜-신의 손' 강형철 감독의 작품인 '써니'의 각색과 스크립터를 맡기도 했다.
한국과 할리우드에서 이 같은 작업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는 거대 자본이 투자되기 때문에 준비 시간과 제작시간이 매우 길다. 다만 할리우드에는 전문 작가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감독이 시나리오도 써야 인정해주는 사회적 풍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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