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선하고 따뜻한 시선 담긴 작품…감사하죠"
입력: 2017.10.01 08:00 / 수정: 2017.10.01 08:00

아이 캔 스피크 주연배우 이제훈. 이제훈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아이 캔 스피크' 주연배우 이제훈. 이제훈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아이 캔 스피크' 민재 役 이제훈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배우 이제훈(33)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제작 영화사시선·공동제작 명필름)에서 9급 공무원으로 변신,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친밀한 온도로 보여줬다.

지난달 21일 개봉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온 동네를 휘저으며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나문희 분)이와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의 스토리를 담은 휴먼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옥분이 원어민 수준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두 사람이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해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나 자세가 훌륭한 영화였다"고 회상하며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데에 대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이제훈은 지난달 21일 개봉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원어민 수준 영어를 구사하는 9급 공무원 민재 캐릭터를 연기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 이제훈은 지난달 21일 개봉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원어민 수준 영어를 구사하는 9급 공무원 민재 캐릭터를 연기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할머니와 평범한 공무원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중후반에 큰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묵직해지고,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그려지더라고요. 크게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죠. 이야기가 너무 좋으면서도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있었는데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살아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가면서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전개여서 과연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감독님, 스태프분들 등 구성원들이 영화를 만드는 태도가 훌륭했고, 제작사 대표님도 믿음이 갔죠.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나문희 배우와 호흡은 어땠는가.

어렸을 때부터 브라운관을 통해서 친근하게 인식해온 선배님인데 같이 연기를 한다니 설렜어요. 그러면서도 대선배님이시기 때문에 제가 대사 한 줄이라도 잘 전달해드릴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죠. 의상 피팅하고 대본 리딩을 하는데, 선생님이 웃으면서 환대해주시고 반갑다고 잘해보자고 하는 순간, 걱정이 무장해제가 됐어요(웃음). 긴장됐던 것이 다 풀어졌죠. 그때부터 막내아들 혹은 손자처럼 어리광 피우고 싶어졌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는 자리는 이상하게 편했어요(웃음). 제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준비도 열심히 하고 계획도 열심히 했는데, 선생님과 연기하는 부분은 별다른 고민이 생기지 않았어요. 선생님 대사를 보고 듣고, 그에 맞춰 전달만 하더라도 뭔가 충만한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웃음).

- 나문희 배우와 촬영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영어 가르치는 장면 가운데 알까기를 함께하는 부분이 있죠. 저는 그 장면 촬영 전에 왔다 갔다 여러 샷을 촬영하면서 진행하겠지하는 짐작을 했는데, 감독님이 '식상하다. 원신 원테이크로 가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 번에 그 장면을 다 촬영했어요. 카메라 움직임, 호흡, 대사하는 부분까지 계산이 잘 돼서 진행돼야 하는데, 선생님이 한 번에 소화하는 모습에 저도 신이 나서 연기할 수 있었죠. 그 장면에 제가 감히 선생님에게 '영어 안 쓰고 한국어 쓰면 딱밤 때릴 것'이라고 말하고는 선생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장면이 있는데, 선생님이 개의치 말고 과감하게 때리라고 하셨어요. 끝나고 나서 선생님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했는데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 이마는 빨갛게 부어 올라있었죠. 선생님을 '터치'한 배우가 많지 않을 텐데 송구스러웠고, 제가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것들을 보면서 '천생 배우구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시구나' 싶었죠(웃음).

배우 이제훈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봤기 때문에 아이 캔 스피크가 잘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 이제훈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봤기 때문에 '아이 캔 스피크'가 잘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 민재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신경 쓴 점은?

옥분의 시선에서 봤을 때 민재가 깐깐하고 융통성 없고 지금까지 봤던 구청 직원과는 다르게 이지적이고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여야했죠. 그래서 깔끔한 의상을 선택했고, 5:5 가르마에, 똑똑해 보이는 안경을 썼어요. 이렇게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으로도 많은 의견을 냈어요. 제작진 의상팀 분장팀분들이 그런 의견들을 수렴해줘서 민재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죠(웃음).

- 영화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다루는데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많다. 선 하나를 넘으면 자칫 희화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당연히 톤 조절에 대해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관객분들이 '재밌게 신나게 봤어요'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죠. 제작진들 제작사 대표님 등이 작품을 함께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하나로 똘똘 뭉쳐져서 작품이 잘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 행운이에요. 각자 의견이 분분했다면 영화가 나왔을 때 문제가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죠. 만드는 사람들이 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봤기 때문에 '아이 캔 스피크'가 잘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감사해요.

- '아이 캔 스피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지금 이 시대에 딱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던 건 아닐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런 영화가 필요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많은 분이 느끼시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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