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SNS로 답장을 해봤죠." 배우 이종석이 미성년 팬들로부터 SNS 쪽지를 받고 답장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종석은 "성인되면 봐줄래?"라고 말했다며 "응원해줘서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대중은 배우 이종석(28)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천재 작곡가 한태선, 영화 '코리아'의 최경섭,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피노키오' 최달포, '닥터 이방인' 박훈, 'W' 강철, 영화 '노블레싱' 우상, '관상'의 진형 등 다양한 역할의 이종석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에서도 이종석은 악역을 맡은 적이 없다. 지난달 23일 개봉된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공동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에서 김광일 역을 연기한 게 처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종석은 "그동안 팬들에게 사랑받은 장점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라는 생각에 느와르를 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석은 "어린 팬들이 보고 충격을 받지 않겠느냐"고 묻자 "저도 개봉을 앞두고 어린 팬들이 걱정이 됐다"면서 "며칠 전 SNS로 쪽지가 왔다. '오빠 저 영화 보고 싶은데, 볼 수 있으면 봐도 될까요?'라고 묻는 쪽지였다. 한 번도 답장해 본 적이 없는데 답장을 했다. '응원해줘서 고맙지만 어른이 되고 봐줘'"라고 회상했다.

다음은 생애 처음으로 SNS 답장을 했다는 이종석과 나눈 일문일답.

이종석은 '브이아이피' 촬영 도중 힘들었던 일화로 '캠코더'를 꼽았다. 이종석은 항상 캠코더로 연기를 찍어 모니터링을 했다며 "이번에는 감독님이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굉장히 이례적인 캐릭터인데.

다른 작품과 달리 불안한 지점은 있었어요. 저는 항상 현장에서 캠코더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찍고 모니터링을 하는데 감독님이 못하게 하셨거든요. 준비를 많이 했지만 덜어내는 작업을 했고 감독님 디렉션만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제 발 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였죠.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일단 감독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고, 무엇보다 전작을 재미있게 봤죠. 남자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거든요. 저도 느와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했지만 다른 영화들은 겁이 나는 부분이 있었지만 '브이아이피'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북한 사투리 연습은 따로 안했을 것 같다.

북한 사투리는 자신이 있었죠. '코리아'랑 '닥터 이방인' 때 배운게 있어 리딩을 했는데, 감독님이 원한 것과는 다른 지점이 있더라고요. 감독님은 북한의 고위층 자제이고 해외에 있던 시간이 많은 세련된 인물이니 북한과 서울 중간 정도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박희순 선배님 정도가 좋다고 하셔서 많이 따라했습니다. 영어는, '잘해다오'라고 하셔서 진짜 수 천 번을 듣고 했는데 안되는건 안되더라고요.(웃음) 영어 부분은 제 연기를 보면서 땀이 날 정도였죠. 매니저한테 물었더니 '연기는 좋았는데 영어는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알겠네'라고 했죠. 영어는 반성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마지막 장면이 감정연기에 있어 최고였던 것 같다.

항상 감독님이 디렉션을 추상적으로 주시지만 확실한 게 있는데, 테이크를 여러번 가고 그 중에 쓰고 싶은 장면을 고르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마지막에는 풀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원하게 연기했죠.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해도 되나?'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시원했죠.

-멀티 캐스팅이었다.

저는 너무 편했죠. 선배님들이 현장에서는 칭찬을 해주시지는 않았는데 홍보를 하면서는 계속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빈말을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뿌듯했죠. 진심으로 하시는 말들 같았어요.

"저도 슬럼프가 있었죠." 이종석은 '닥터 이방인' 때 슬럼프가 왔다고 했다. 이종석은 또 "스스로 거짓말이라고 느껴지면 얼굴이 붉어진다"고 털어놨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스스로 정체기였다고 했는데.

'닥터 이방인' 때 슬럼프가 심하게 왔어요. 1~5부까지는 진짜 준비를 많이 해서 시청률도 1위하고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 제가 갖고 있는 성향과 자아가, 캐릭터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부딪히면서 캐릭터가 괴롭게 느껴지더라고요. 되게 힘들었죠. 아직도 극복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닥터 이방인' 이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공백이 길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드라마를 하나 더 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슬럼프였나?

연기라는 게 대본 안에서 만들어진 허구인데 스스로 '거짓말'이라고 느껴지면 그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게 되더라고요. 얼굴도 붉어지고요. 가끔 똑같은 장면을 20번을 해도 얼굴이 붉으면 색보정을 해달라고 한 적도 있죠.

-이번에 멀티 캐스팅 작품을 해보니 어땠나?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롤이 작더라도 그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엄청 유익하기도 했고요. 조연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많은 감독님들이 기뻐할 얘기인 것 같다. 앞으로도 악역에 도전할 생각인가?

이종석의 마지막 악역이 될 수도 있죠.(웃음) 평가가 나쁘면 말이죠. 이런 롤 자체에 제 나이대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또 하게 된다면)그 때는 더 많이 준비를 하고 진짜 열심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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