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V.I.P.' 장동건 "데뷔 25년, 이제 코미디도 가능하죠"
입력: 2017.09.19 05:00 / 수정: 2017.09.19 05:00
우는 남자로 슬럼프를 겪었던 장동건은 브이아이피를 통해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장동건은 코미디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우는 남자'로 슬럼프를 겪었던 장동건은 '브이아이피'를 통해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장동건은 "코미디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장동건(45)은 '잘생김'의 대명사와 같은 배우다. 1992년 MBC 공채 탤런트 21기로 데뷔한 그는 그 해 '아들과 딸'에 출연했고 곧바로 다음 작품에 주연이 됐다. 캠퍼스 청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2기'에 이어 '마지막 승부'는 대학 농구 열풍의 주역이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며 영화 '패자부활전' '홀리데이 인 서울' '연풍연가'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활약했으며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항상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아이싱' '사랑' '청춘' 등으로 혹평을 받았던 그는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은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로 1174만여명의 관객을 모집하며 생애 최초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 최고의 날을 맞았다. '해안선' '무극' '태풍' '굿모닝 프레지던트' '마이웨이' '워리어스 웨이'로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2012년에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중년의 품격'도 갖춘 배우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에게 또다시 슬럼프가 왔으니, 김민희와 호흡을 맞춘 '우는 남자'는 서울예술종합학교 천재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60만 3400여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퇴장했다.

흥행 참패와 별개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액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다고 증명한 장동건은 '우는 남자'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지난달 24일 개봉된 영화 '브이아이피(V.I.P.)'는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연출했다.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장동건은 영화에서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연기했다.

장동건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을 쉼 없이 해도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안할 때는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텀의 기준이 아닌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25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데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어 아쉽고 후회스럽기도 하죠.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에는 선택 기준이 감독일 때도 있고 시나리오, 해보고 싶었던 장르가 될 수 있는데 예전에는 70이 좋은 점이고 30이 걸리면 30을 크게 생각해 고사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70이 좋은 점이 있으면 그걸 보고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된 이유가 25년 동안 작품 수가 적다는 자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작품들이 다 잘된 게 아니라 깨닫게 됐죠.(웃음) 좋은 점이 많으면 도전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달라졌어요."

그렇게 마음을 고쳐 먹어 코미디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장동건은 "과거에는 쭈뼛거렸던 게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 없이 정말 재미있게 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것 같다"고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다음은 '우는 남자' 때보다 편안해 보였던 장동건과 나눈 일문일답.

장동건은 브이아이피에 대해 400m 계주를 뛴 기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시나리오보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장동건은 '브이아이피'에 대해 "400m 계주를 뛴 기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시나리오보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전 연기보다 편해 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게 보이고 싶었어요. 사실 전작들은 무겁고 감정의 골이 깊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런 지점들이 있었죠. '브이아이피'에서 유일하게 심적인 딜레마를 가진 인물이 박재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채이도(김명민 분)나 리대범(박희순 분), 김광일(이종석 분)은 모두 선명하고 분명하죠. 목적의식이 뚜렷한 캐릭터인데 박재혁은 자기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반응하고 감정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계속 얘기하면서 뒤에 있을 반전이 크게 다가올 수 있도록 덜어내는 작업을 했죠. 현장 근무일 때는 첩보원의 모습으로, 사무직일 때는 부장 공무원의 느낌이 들길 바랐죠. 배우가 많은 작품이라 욕심이 날 수 있는데 좀 더 냉정하게 절제하려고 했습니다.

-시사회 때 얘기한 것처럼 진짜 시나리오보다 재미있게 나왔나?

(웃음)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였어요. 시나리오와 달랐던 게 영화 전체적으로 제가 현장에 있었던 시간이 적어 다른 부분을 잘 몰랐거든요. 멀티 캐스팅이라 하더라고 우루루 나오는 장면이 없어서 꼭 400m 계주를 뛰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보니 시나리오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

예전에 '친구'를 찍었을 때 회자됐던 부분이 '유오성이 동수를 죽인거냐 안 죽인거냐'였어요. 다 안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영화에서 다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해석의 여지는 관객의 몫인 것 같아요. '브이아이피'는 사건이 주인공인 영화, 이야기 자체가 강렬하고 쎈데 배우의 감정이 보여지는 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선택과 집중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전체적인 완성도는 만족합니다.

-아내 고소영에게 '브이아이피' 출연을 놓고 상의한 게 있나?

제가 중국에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아서 직접 보여주지는 못했죠. 사실 저희는 서로 연기 모니터해주는 것도 어색해요. (고)소영 씨가 나오는 드라마 본방 때도 따로 봐요. 와이프는 거실에서, 저는 서재에서 보거든요.(웃음) 그냥 이런 작품이 있다고 했더니 재미있겠다며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얼굴에 김이 묻은 장동건. 잘생김. 배우 장동건이 자신을 둘러싼 잘생김 이슈에 대해 이제는 못 참겠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얼굴에 '김'이 묻은 장동건. '잘생김'.' 배우 장동건이 자신을 둘러싼 '잘생김' 이슈에 대해 "이제는 못 참겠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잘생김'에 있어 겸손함(?)이 없어진 것 같다.

콘셉트로 잡았는데…. 예전에는 겸손하게 얘기했는데 사실 그게 진심이기도 했죠. 어디가나 그런 질문이 나오는데, 똑같은 대답이 제가 지겹더라고요. 그래서 제작보고회 때 무심코 얘기했는데 다들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제 모습에 질리는 게 있으니 못 참겠더라고요. 성격 탓도 있겠지만 워낙 무거운 영화들이 많아 경직돼 있었죠. 사실 진지하게 찍은 영화 행사에서 농담을 하는게 같이 만든 사람들께 결례가 아닐까하는 소심한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대중과 25년이나 됐으니 제가 어떤 얘기를 하든 오해의 여지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편하게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우는 남자' 이후 슬럼프였다고.

처음이었죠.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매너리즘이라고 진단을 내렸는데, 관성에 의해 연기를 하다보니 연기가 재미가 없어지고 의욕도 사라지더라고요. 심지어 남들이 재미있다고 얘기를 해도 영화 보기가 싫었던 시기였어요. '자기애'가 없어지고 '나한테' 관심이 없어진 시기였죠.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어려움은 결국 일로 풀어야하는 게 맞으니까 '7년의 밤'을 찍으면서 되찾기 시작했죠. 혹시 갱년기였나?(좌중 폭소) 얼마 전에 박중훈 선배님 라디오에 나갔는데 옆에 모니터가 있어서 댓글을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거기 보니까 '우리들의 천국'부터 '우는 남자'까지 25년의 목록이 올라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25년 동안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가 대표작이니까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지만 그렇게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니까 괜찮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더라고요.

-각종 인터뷰에서 이종석을 극찬했다.

촬영이 끝나고 (이)종석이한테서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문자가 왔어요. 사실 처음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놀랐죠. 어떤 심정인지 알겠더라고요. 저도 '해안선'을 하고 싶다고 김기덕 감독님을 찾아갔는데 변화하고 싶고, 더 무언가를 찾고 싶은 욕망이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 느낌이었죠. 약점, 단점 다 드러내고 도와달라는 느낌이 있었기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자연스레 응원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어느 순간 현장에서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지는데, 요즘에는 스태프나 감독도 후배더라고요. 그동안 인지하지 못해 후배한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저에게 '존경'이라고 표현한 후배를 실망시키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했죠.

-아까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책(시나리오)이 들어오나? 내가 제작자라면 코믹물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전혀 들어오지 않죠. 유일하게 장진 감독님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였는데 재미있었고 즐거웠어요. 거기서의 모습은 제가 봐도 재미있었거든요.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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