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부부 블랙리스트' 장준환 감독, "영혼줄 끊는 범죄 행위"
입력: 2017.09.14 06:35 / 수정: 2017.09.14 13:04
부부가 MB 정권 블랙리스트에 오른 장준환 감독. 장준환 감독은 세월호와 관련해 얘기한 적은 있는데 왜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더팩트 DB
부부가 MB 정권 블랙리스트에 오른 장준환 감독. 장준환 감독은 "'세월호'와 관련해 얘기한 적은 있는데 왜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더팩트 DB

장준환 감독 "블랙리스트는 창작자 영혼줄을 끊어 버리는 것"

[더팩트|권혁기 기자] "MB 블랙리스트는 자유·평등의 가치를 훼손시킨 범죄다."

배우 김규리(본명 김민선)가 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에 강한 불쾌감을 밝힌 데 이어 영화계의 장준환(47) 감독 역시 분노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을 연출한 장 감독은 이명박 전(前) 대통령 재임 시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대중문화계 인물 82명 중 한명이다. 그의 아내인 배우 문소리도 블랙리스트 인물로 함께 올라 '부부 블랙리스트'로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은 정부 비판 성향 문화, 예술인을 대거 퇴출시키고 전방위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영화감독이 가장 많은 52명으로,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박광현 변영주 류승완 김태용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장준환 감독은 13일 오후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요즘 새 영화 편집 중이라 정신이 없어 기사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세월호 때는 제가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리스트에 올렸다면 이해하겠는데, 이전 정권에서 왜 요주의 인물로 지목됐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장 감독은 또 자신과 아내 문소리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과 관련해 "사람들은 으레 어떤 정권이든 자신들을 비판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예술인을 관리해 왔다고 믿는다"면서 "그걸 별 거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창작자들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가치를 훼손시키는 진짜 위험한 큰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다른 것에 분노할 일이 많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해요. 영화 쪽이야 조금은 자유롭다고 하지만 연극이나 진짜 지원을 필요로 하고, 그 지원으로 좀 더 나은 창작물을 개발하고 만드는 게 중요한 입장에서는 (블랙리스트는)밥줄이 아닌 영혼줄을 끊어 버리는 것이니까요. 굉장히 큰 데미지로 온다고 생각합니다."

장 감독은 "정권이 바뀌고 체감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1987'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달라진 것 같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저예산으로 해야하나? 진짜 조용히 쉬쉬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그런 상황이고 분위기였다. 저희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MB 정권 블랙리스트에는 장준환 감독과 함께 아내인 배우 문소리도 포함됐다. /더팩트 DB
MB 정권 블랙리스트에는 장준환 감독과 함께 아내인 배우 문소리도 포함됐다. /더팩트 DB

지난 4월 크랭크인된 '1987'은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둘러싸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벌어진 남영동 대공분실을 이끄는 공안경찰 박 처장 역할은 김윤석이, 그에게 충성을 다하는 조 반장 역할은 박희순이 맡는다. 부당하게 진행되는 사건 처리 과정을 의심하기 시작한 부장검사 역할은 하정우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기자 역할에 이희준이 캐스팅 됐다.

민주화 운동의 핵심 인물이자 재야인사 역할엔 설경구, 그들을 도와주는 교도관 역할은 유해진이 함께 한다. 민주화 운동에 휘말리게 되는 대학생들 역할로는 강동원, 김태리가 캐스팅 됐으며 故박종철 역할에 여진구가 출연한다. 지난달 27일 크랭크업돼 후속 작업 중이다.

장편 영화 최초로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장 감독은 "우리에게 6월 민주항쟁은 무엇이었는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지를 영화로 담아 내고 싶었다"며 "자라나는 저희 딸을 비롯한 많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 공유하고 싶다. 그래야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 1987 후반 작업 중이다. 공교롭게도 1987은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다. /영화 1987 스틸
장준환 감독은 영화 '1987' 후반 작업 중이다. 공교롭게도 '1987'은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다. /영화 '1987' 스틸

한편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작성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11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활동과 관련해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을 국정원법(직권남용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MB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 82명의 명단.

▲문화계 인사(6명):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김명곤 신학철 탁현민

▲배우(8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

▲방송인(8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노정렬 오종록 박미선 배칠수 황현희

▲가수(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안치환 윤민석 양희은 이하늘 이수

▲영화감독(52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여균동 김동원 박광현 장준환 양윤모 김경형 정윤철 오지혜 변영주 윤인호 박진표 김대승 김지운 권칠인 권병길 황철민 공미연 김태용 류승완 신동일 이윤빈 조성봉 최진성 최태규 김조광수 김동현 김선화 김태완 김화범 남태우 맹수진 민병훈 박광수 손영득 송덕호 안현주 유창서 원승환 이지연 이지형 이송희일 이찬현 장현희 장형윤 조영각 최송길 최유진 최은정 함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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