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정준원, 저보다 선배죠. 하하." 배우 정준원이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골든시네마타워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준원은 이날 "포털사이트 검색시 아역배우 이름이 먼저 뜬다"고 하자 "저보다 선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권혁기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정준원'이라고 검색하면 2004년 생인 아역배우 정준원이 제일 상단에 노출된다. 정준원은 영화 '후궁: 제왕의 첩' '페이스 메이커' '남쪽으로 튀어' '미나문방구' '숨바꼭질' '변호인' '악의 연대기' '손님' '오빠생각' '그래, 가족' '장산범'에 출연한 바 있는 베테랑(?) 아역배우이다.
아역 정준원보다 조금은 덜 유명하지만, 최근 열일 중인 정준원(29)도 배우 활동 중이다. 지난 2015년 '조류인간'에서 조연을 맡았던 정준원은 '프랑스 영화처럼' 주연을 맡으며 '동주' '박열' '더 테이블'까지 연달아 캐스팅된 케이스이다. 지난달 24일 개봉된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로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김혜옥, 정준원, 전성우 등이 호흡을 맞췄다. 그 중 정준원은 인기스타 유진(정유미 분)의 전(前) 남자친구 창석 역을 맡았다. '더 테이블'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8만 9600여명을 기록하면서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 순항 중이다.
정준원은 지난달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검색했을 때 아역배우 정준원이 먼저 뜨더라"고 말하자 "저보다 선배시죠"라고 답해 폭소케 했다. 정준원은 "저도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면서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닌데 개봉까지 이어져 무척이나 기쁘다"고 '더 테이블' 출연 소감을 밝혔다.
정준원은 "제가 찍었던 에피소드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책으로만 봤던 다른 에피소드까지 보니 더욱 재미있고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더 테이블' 출연 이유로 정유미를 꼽은 정준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준원은 '더 테이블' 촬영 전 열흘 전에 캐스팅이 확정됐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정준원은 자신 속에 있는 부분을 끄집어 내 연기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
-촬영이 10회차로 끝났다고 들었다.
출연이 결정되고 첫 촬영까지 열흘의 시간이 있었죠. 제가 연기한 창석은 제가 가진 '결'(연기 특성)과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꼭 그렇다는 것(찌질한 전 남친의 모습)은 아니지만요.(웃음)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정유미 선배랑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처음 뵀을 때 너무 좋았는데 워낙 팬이었거든요. 너무 좋았고 감격스러웠죠. 팬심이 있었는데 그걸 연기에 적용해도 되겠다 싶었죠. 엄청 밝고 맑고 긍정적이시더라고요. 털털하기도 하고요.
-열흘 만에 준비하기 어렵지 않았나?
그렇게 긴 준비 기간은 아니었지만 저는 누구에게나 있는 부분을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갖고 있는 부분을 확장하면 되겠다고 생각한거죠.
-내가 가진 '결'이라는 부분이 찌질함인가?(웃음)
평상시에는 하면 안되는 언행들이 있잖아요. 사람이 좀 후지고 밉고 그런 모습들 말이죠. 저는 평소에 그러지 않지만 그런 것들을 작품에서 합의 하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박한 일탈과 같았죠. 만약 저에게 진짜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극 중 창석은 유진과 사귀었다는 사실을 회사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몰래 약속 장소를 알려준다.) 피해는 주지 말자는 주의이기도 하고요, 괜히 쿨한 척 했을 것 같아요.
-김종관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지금까지 작업했던 감독님들 모두 존경하죠. 김종관 감독님은 좀 더 존중해주시고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연기할 수 있게 풀어주시고, 즐길 수 있게 편하게 해주셨던 것 같아요. 가장 젊은 감독님이라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혼자만 커피가 아닌 맥주를 마신다. 실제 맥주였나?
술을 진짜 좋아하는 편인데 그 맥주는 진짜였어요. 계속 먹었죠. 컷이 여러가지라 조금씩 계속 마셨는데 긴장이 됐는지 살짝 올라오더라고요.
-김종관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특별히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프랑스 영화처럼' 당시 홍보사 대표님께서 GV(관객과의 대화) 영상을 김종관 감독님께 보여드렸고 그게 연결고리가 돼 출연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죠.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했는데 CA(창의적 체험활동)로 연극반을 들었거든요. 연극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친한 친구들 따라 가입했는데 우연히 하게 된 공연에서 처음으로 희열감을 느꼈죠. 카타르시스가 저를 감싸는데 '잘하고 싶다'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느꼈고 진로를 연기 쪽으로 정하게 됐죠. 원래 영화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 일을 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죠.
"'연기만' 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준원은 지난해 자신의 목표로 '연기만 할 수 있는 한해'였다고 밝혔다. 그는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 연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정한 기자 |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이 반대하신 적은 없어요. 사실 딱히 뭘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거든요. 걱정이 많으셨을텐데 '준원이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어 기뻤다'고 하시더라고요.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듣는데, 부모님께 확신을 드리기 위해 납득하실 대학에 가려고 했죠.(정준원은 서울예술대학교로 진학했다.) 작은 역할이라도 아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시곤 신뢰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 형도 영화 쪽 일을 하거든요. 형은 연출부인데 이번에는 최국희 감독님의 신작 '국가부도의 날'에 스크립터로 들어갑니다. 형제가 모두 영화일을 하니 걱정이 없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해주시죠. 그래도 해마다 한 편 씩은 개봉하게 돼 마음이 조금은 편하죠. 아, 형은 공부를 잘해서 반대를 하셨어요.(웃음)
-지금 연기자 생활에 만족하고 있나?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큰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죠. 작년 제 꿈이 올해 연기를 하면서 보냈으면 좋겠다였는데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 작은 목표는 성취된 것 같아요. 다작을 하는 것은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요.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 연기할 예정입니다.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필요한 배우가 되는 것이요. 그게 가장 큰 꿈인 것 같아요. 필요함과 쓰임새가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영화가 있다면?
부동의 1위는 '파이란',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해요. 그래서 최민식 선배님과 한석규 선배님을 존경하죠. '파이란'은 100번은 넘게 본 것 같은데 제 기준에서 가장 이상적인 영화였죠. 그 작품으로 인해 최민식 선배님을 더 좋아하게 됐고요. 만약 제가 연기한다면 정말 인생작이 될 것 같은 기분이자 연기에도 미련이 없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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