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사실 왜곡+억지 설정 '병원선'이 우수콘텐츠라고?
입력: 2017.09.08 10:25 / 수정: 2017.09.08 11:10

MBC 병원선이 간호사 직업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MBC 병원선 포스터
MBC '병원선'이 간호사 직업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MBC '병원선'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하지원(39·본명 전해림)이 주연을 맡은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병원선'은 여주인공 하지원이 지난달 29일,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11억 6000만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했다는 <더팩트> 단독 보도로 시작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는데요. 이번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로 또다시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이죠.([단독] 배우 하지원, '병원선' 첫 방영 앞두고 '11억 6천 피소')

'병원선'은 섬마을을 돌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내의 삶을 주제로 한 메디컬 드라마입니다. 지난 6일 시청률 11.8%(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선방을 하고 있지만, 5회와 6회 중간 1분의 광고 대신 10여분 가량 공익 방송이 방영되는 방송사고는 차치하더라도 내용 면에서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병원선' 공식 홈페이지에 '진짜 열받네요. 간호사로 하루라도 살아보세요' '간호사 폄훼에 대해 사과해라' '앞으로 MBC 드라마는 믿고 거르렵니다' '대하민국 5대 의료인 간호사를 왜곡하지 마십시오' '간호사 제대로 알고나 제작하신 건가요? 아니 알아는 보고?' 등의 글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 현직 간호사들, 사실 왜곡 병원선 '성토'

현직 간호사라고 밝힌 한 게시자는 "웬만해서는 인터넷에 글작성도 않고 살았는데 적게 만드네요"라며 "성차별과 성적 인식이 중요해지면서 법정교육까지 하고 있는 시기에 간호사를 그런 식으로 그리다니. 이게 방송심의를 통과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기본적인 직업인식과 업무분장 내용부터 파악해주세요"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사명감 갖고 열심히 공부해 환자 옆을 지키려고 간호사했더니 장난하시는 것도 아니고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라면서 "밥 먹을 시간은커녕 매일 피튀기는 전쟁터에 있는 듯이 뛰어다니고 화장실 못가서 방광염은 기본으로 다 걸리는데 저게 무슨. 진짜 간호사에 대한 모욕입니다. 사과하세요"라고 성토했습니다.

'병원 안 가보셨습니까'라는 제하의 글을 쓴 이는 "어떤 병원 간호사가 치마를 입습니까? 그리고 간호사가 단순히 의사 지시만 따르는 존재인가요? 의사는 간호사를 혼내고 거기에 혼나고 사고나 치고. 뭐하는 겁니까? 어떤 병원이 그렇게 하던가요? 코드블루도 마음대로 띄우고 뭐하자는 거죠?"라며 "그리고 의사가 멸균도 안 된 도구로 수술을 하다니요? 의학 다큐만 봐도 이런 내용은 안 쓰겠네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병원선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시청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비난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현직 간호사라며 드라마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MBC 병원선 홈페이지 캡처
'병원선'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시청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비난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현직 간호사라며 드라마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MBC '병원선' 홈페이지 캡처

스스로 '현직 임상 막 1년 된 신규 간호사'라는 시청자는 "1년도 안 된 신규 간호사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출근 후 밥을 먹고 퇴근했던 적은 8개월 중 일주일도 안 됩니다. 과장이 아니고 사실입니다. 제가 밥을 먹은 날을 달력에 표시를 해 뒀으니까요. 매일 피로 물든 사람들을 보고 그것에 대한 감정이 앞설 틈도 없습니다. (중략) 사실만을 전달해 주세요. 대학병원 의사 간호사 모두에게 자문을 얻어 주세요"라고 진심어린 장문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죠.

이밖에도 '낭만닥터 김사부'와 '하얀거탑' 등 의학드라마와 비교하며 '말이 안 되는 드라마'라는 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병원 업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로 드라마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만, 드라마에서처럼 병원선에서 마취도 하지 않고 도끼로 사람 팔을 내려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방송된 병원선에서는 주인공 하지원이 환자의 팔을 도끼로 내려치는 장면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MBC 병원선 방송 캡처
최근 방송된 '병원선'에서는 주인공 하지원이 환자의 팔을 도끼로 내려치는 장면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MBC '병원선' 방송 캡처

◆ 왜곡 논란 드라마가 우수 방송영상콘텐츠 선정 지원작?

'병원선'을 집필 중인 윤선주 작가는 지난 2006년 KBS 연기대상에서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윤 작가는 드라마 '스타트'를 시작으로 '태양인 이제마' '불멸의 이순신' '대왕세종'과 TV조선이 창사 특집으로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한반도'를 썼죠. '한반도'는 비운의 드라마였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드라마 중 처음으로 조기종영된 작품이기도 하고요.

지난 2014년에는 '비밀의 문'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마찬가지로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로 사극 열풍을 불러 일으킨 한석규와, 영화 '파파로티'에서 호흡을 맞춘 이제훈이 전역 후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화제성은 인정 받았지만 느슨해진 전개 등으로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으며 최고 시청률 10%, 최종회 5.2%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퇴장했죠.

작가나 영화 감독들은 보통 작품을 위해 기자처럼 취재를 합니다. 판타지물이나 가벼운 로맨스물이 아니라면 현실성 있게 그려야 시청자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취재가 어렵다면 감수라도 철저하게 받아야 합니다. 고증되지 않은 이야기는 설득력을 떨어뜨리죠. 예컨대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은 원작이 있지만 알츠하이머에 대해 취재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취재 대신 국내 권위있는 치매 전문 의사에게 검수를 받았습니다.

한 두명 소수의 의견이 아닌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선'의 설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선' 측이 간호사 복장으로 치마를 입는 병원이 있다고 해명한다면, 분명 있겠지만 생명의 위급함을 다투는 곳에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이죠.

또 괴사될 것 같다는 이유로 상처가 난 팔을 소독약만 뿌린 도끼로 내려친다는 게 보통 의사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는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환자 동의도 없이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방송이 시작되면 '본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방송영상콘텐츠로 선정돼 지원받은 작품'이라는 자막이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간호사란 직업을 왜곡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병원선'이 우수 방송영상콘텐츠라는 사실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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