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황순원 원작 '소나기', 힐링될 애니매이션으로 재탄생
입력: 2017.09.05 04:00 / 수정: 2017.09.05 09:02
한국인이 사랑한 소설 소나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됐다. 영화 소나기는 지난달 31일 개봉됐다. /영화 소나기 포스터
한국인이 사랑한 소설 '소나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됐다. 영화 '소나기'는 지난달 31일 개봉됐다. /영화 '소나기' 포스터

※ 이 리뷰 기사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독자께서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1953년 5월 '신문학'지에 발표된 황순원 작가의 단편소설 '소나기'가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시간이 되어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됐다.

지난달 31일 개봉된 애니메이션 '소나기'(감독 안재훈·제작 연필로명상하기)는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기억이 가물거릴지라도 학창시절 한 번 이상은 읽어봤을 소설 '소나기'를 눈과 귀로 읽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원작 내용이 거의 그대로 표현돼 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억이 나지 않는 관객들도 영화의 따뜻한 색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초시 댁 증손녀인 소녀(목소리 신은수 분)는 개울가에서 홀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예쁜 머리핀, 밝은 청색 치마에 핑크색 스웨터를 입은 소녀는 딱 보기에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하얀 피부는 그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화사함 그 자체였다.

소녀가 놀고 있는 징검다리는 속담에 나오는 '원수를 만나는 외나무다리'는 아니지만 소년(목소리 노강민 분)에게는 여간 불편한 장소가 돼 버렸다. 학교를 오갈 때마다 그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소녀가 차지하고 있으니, 소녀가 길을 비켜줄 때까지 쭈뼛쭈뼛 기다릴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녀는 물 속에서 건진 조약돌을 소년을 향해 던지며 "이 바보"라고 소리쳤다. 소년은 집에 와서 엄마에게 "나는 바보인가"라고 중얼거리며 소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보이지 않자 보고 싶어졌는지 소년은 징검다리 중간에서 소녀가 했던 것처럼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소녀가 나타나자 당황한 나머지 돌다리가 아닌 물로 내달렸다. 토요일, 소녀와 소년은 다시 그 개울가에서 조우했다.

소녀와 소년는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심심해 죽겠다"는 소녀는 소년에게 "큰 길은 많이 다녀봤으니 산 봉우리에 가보자"고 말하고, 소년은 "꼴(소 먹이 풀)을 베야 하니 동무들과 놀지 말고 오라"는 엄마의 말도 잊어버린 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영화 소나기는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 그렇기에 더욱더 향수를 일으킨다. /영화 소나기 포스터
영화 '소나기'는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 그렇기에 더욱더 향수를 일으킨다. /영화 '소나기' 포스터

알록달록 갖가지 꽃들과 귀여운 무당벌레까지 소녀는 소년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마음을 열었다. 들길을 지나 새를 쫓는 허수아비를 흔들며 즐거워하던 소녀는 비탈에 있는 칡꽃을 따려다 미끄러지고 소년은 소녀 대신 꽃을 따주고 무릎에 응급처치를 해줬다.

소년은 이어 나무에 매인 송아지를 타는 등 소녀의 관심을 끌려고 하지만 송아지 주인으로부터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질 것 같으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소녀는 흠뻑 젖고, 소년은 소녀에게 옷을 벗어주고 수숫단을 세워 비를 피하게 했다.

비 때문일까? 소년이 따준 꽃들은 소녀의 품에서 잎들이 떨어지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후 소녀는 며칠 동안이나 학교에서 볼 수 없었다. 오르간 소리에 맞춰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 노래 가사처럼 어디론가 가버린 줄 알았던 소녀는 어느날 갑자기 개울가에 나타난다.

핼쑥해진 얼굴의 소녀는 소년에게 자신의 스웨터에 묻은 검붉은 물에 대해 "너에게 업혔을 때 묻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곧 이사를 갈 것이라며 "이상하게 이사가기가 싫다"고 소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소년 역시 소녀가 이사간다는 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를 듣게 된다. "윤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애는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영화는 한국인이 사랑한 원작 소설을 훼손하지 않고 거의 있는 그대로를 살려냈다. 그렇기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스토리를 미리 알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이성에 대한 풋풋한 감정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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