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감독조합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보이콧을 유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감독조합은 부국제와 부산시의 갈등으로 인해 사퇴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및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더팩트 DB |
감독조합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 요구"
[더팩트|권혁기 기자] 한국영화감독조합(DGK·Directors Guild of Korea)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보이콧한다. <더팩트> 취재결과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의 동반 사퇴 선언에도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보이콧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 고위 관계자는 30일 <더팩트>에 "아쉽지만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보이콧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작년과 마찬가지로 감독조합이 부산시에 요구하는 것은 이용관 전(前) 집행위원장의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적절한 후속 조치"라고 덧붙였다.
감독조합은 회의를 통해 부국제 보이콧을 고수하기로 했으며 부산시의 후속 조치로 영화제의 독립성 보장을 강조했다.
감독조합은 지난 2014년 부산시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중단 요구로 비롯된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으로, 이용관 전 위원장이 부산시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등 파행이 거듭됐고 결국 이용관 위원장이 경질성 해임되자 지난해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여러 영화 조직들이 단체행동에 나섰으며 현재 감독조합과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3개 단체가 보이콧을 풀지 않고 있다.
부산광역시 서병수(왼쪽) 시장과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서병수 시장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악연은 지난 2014년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금지 요구로 시작됐다. 당시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다이빙벨' 상영 금지를 요구했지만 '표현의 자유' 등의 이유로 거절했다. 이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에 반하는 내용이었다. /더팩트DB |
이에 매년 성대한 축제로 치러진 부국제는 감독조합의 보이콧으로 인해 많은 영화인들이 불참해 왔다. 영화가 초청을 받더라도 감독이 불참할 경우 출연 배우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참석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감독조합 관계자는 "감독이 개인적으로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다"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감독조합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피켓을 들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양익준 감독은 감독조합 소속으로 지난해 부국제에 불참하려 했지만 배우로 출연한 '춘몽'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참석했다. 양 감독은 "레드카펫에서 '크레이지 부산' '크레이지 코리아'라는 말을 써서 퍼포먼스를 하려고 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게 참으로 무시무시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는 '다이빙벨' 사태와 관련해 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벌여온 부산시를 정면으로 겨냥한 목소리로 비쳐졌다.
감독조합 소속인 양익준 감독은 지난해 자신이 출연한 영화 '춘몽'이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참석한 바 있다. 양 감독은 부산시를 비판한 바 있다. /더팩트 DB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 해운대 일대에서 진행된다.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 부국제를 끝으로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연출작 1편을 극장 개봉한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모든 매체의 감독들로 대상으로 가입을 받아 조직된 감독조합에는 324명이 소속돼 있다. 영화감독들의 창작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감독조합은 올해 2월 23일 봉준호 감독을 대표로 재선임하고 강형철, 최동훈, 한지승 감독을 부대표로 선출했다. 부대표였던 류승완 감독은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모든 영화 협회, 조합에서 탈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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