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색리뷰] '나 돌아갈래'…설경구, '박하사탕' 뛰어 넘을 '살인자의 기억법'
입력: 2017.08.29 04:00 / 수정: 2017.08.29 04:00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시사회 전부터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은 살인자의 기억법은 극강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시사회 전부터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은 '살인자의 기억법'은 극강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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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권혁기 기자] 설경구의 귀환이다. 1999년 '박하사탕'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김영호 역을 맡아 관객과 평단 모두를 홀린 배우 설경구, 그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제작 쇼박스·W픽처스·공동제작 그린피쉬·영화사이창)으로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사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살인자의 기억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다음 달 7일 개봉될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설경구 분)가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 분)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병수의 하나뿐인 딸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배우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박하사탕 때의 영광을 재현할 전망이다. 그는 영화를 위해 일부러 늙었으며 완벽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배우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박하사탕' 때의 영광을 재현할 전망이다. 그는 영화를 위해 일부러 늙었으며 완벽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 늙어버린 설·경·구

연기 천재로 불렸던 설경구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 중에서도 '박하사탕'은 설경구의 연기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무명 연기자에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올리게 된 계기가 바로 '박하사탕'이다. 이후 선 굵은 연기로 대중들과 소통한 그는 2014년 '나의 독재자'에서 북한 김일성 노동당 위원장의 대역을 연기하기 위해 특수분장의 힘을 빌렸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20대 딸 은희(설현 분)를 둔 아버지를 연기한다.

'나의 독재자'와 다른 점은 스스로 늙기를 자처했다는 점이다. 그는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여 얼굴을 푸석하게 만들고 눈가와 볼에 주름을 만들었다. 머리에 흰 머리를 넣자 완벽한 50~60대,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병수가 됐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온전히 병수에 몰입할 수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관객이 병수에 몰입할 수 없으면 실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경구는 병수였다.

◇ 액션영화의 달인 원신연 감독

원신연 감독의 대표작을 공유 주연의 '용의자'로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겠지만 그는 2006년 영화 '구타유발자'에서 날 것의 액션을 보여준 바 있다. '용의자'에서 공유가 학을 뗐을 정도로 원신연 감독은 액션에 있어 타협이 없는 감독이다.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그의 고집이 그대로 드러난다. 원 감독은 설현을 업어치기 당하게 했으며 병수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 되는 계기인 교통사고를 현실에 가깝게 연출했다. 극 후반 중요한 액션 장면도 매우 사실적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 캐릭터는 설경구가 연기한 병수이지만, 그가 신들린 듯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김남길과 설현, 오달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 캐릭터는 설경구가 연기한 병수이지만, 그가 신들린 듯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김남길과 설현, 오달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 완벽한 조력자 김남길 "히스 레저처럼 유작으로 남겨야 하나?"

김남길은 완벽한 조력자였다. 설경구의 연기는 김남길이 있었기에 완성됐다. 극 중 살인자인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드는 김남길은 원신연 감독으로부터 '다크 나이트'의 고(故) 히스 레저를 모티브로 삼아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는 "아직도 방에 (감독에게 받은 히스 레저)포스터가 있다"며 "나도 이걸 '유작으로 남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했다. 후유증을 호소할 정도의 김남길의 연기는 영화로 확인할 수 있다.

◇ '강남 1970' 설현,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연기자에 한걸음 바짝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은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배우 김설현이었다. '강남 1970'에서는 소모적인 캐릭터였다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당당히 제 몫을 해낸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살인자의 기억법' 후반부에 등장하는 고강도의 액션으로 다양한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 원작과 비교 & 관객을 홀리는 스토리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른 결을 보였다. 원작은 '살인자' 병수의 기억이 '진짜'인지 '상상'인지 헷갈리게 만들지만, 영화는 비교적 뚜렷하게 결말을 알려준다. 또한 소설의 결말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를 택했다.

물론 원작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속시원한 결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본 후 더욱 할 얘기가 많을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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