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은 정말 '어용'인가?
입력: 2017.08.25 08:30 / 수정: 2017.08.25 08:30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이 언론의 자유 보장과, MBC 정상화를 위해 파업에 동참한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사며 비난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이 언론의 자유 보장과, MBC 정상화를 위해 파업에 동참한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사며 비난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권혁기 기자] '어용(御用)'이란 임금이 쓰는 것을 이르던 말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당한 정치적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을 뜻할 때 앞에 붙입니다. '어용노조'라고 하면, 원래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노조(노동조합)가 근로자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대변할 때 어용노조라고 쓸 수 있는 것이죠. 많은 회사들이 노조설립을 반대하고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하지만 그게 어려울 때는 비밀리에 '어용노조'를 지원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어용이라는 단어가 MBC 아나운서국에서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최근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한준호 류수민 허일후 손정은 김나진 서 인 구은영 이성배 이진 강다솜 김대호 김초롱 이재은 박창현 차예린 임현주 박연경 등 27인의 MBC 아나운서들이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을 비판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습니다. 헌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항상 외압에 노출돼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부산일보의 최대 주주는 고(故)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후 만든 정수재단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설립된 정수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지요.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처럼 지난 2011년 11월 30일 부산일보 윤전기가 멈췄습니다. 부산일보가 정수재단의 사회환원 촉구 기사를 썼기 때문인데요. 부산일보를 장악하고 있던 정수재단은 신문사의 노조를 탄압하고 편집권에 개입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당시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해고됐고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 직업관에 기초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의 발로라며 이 전 국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보통 회사의 고위 간부는 사측에 속합니다. 신동호 아나운서는 국장이니 사측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이를 떠나서 기자, 앵커, 아나운서라고 하면 사측이 아닌 공정한 보도를 통해 대중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약자의 편에 서야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신동호 국장은 MBC 경영진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 후배 아나운서들의 '밥줄'을 끊는 데 앞장을 섰다는 게 MBC 아나운서들의 주장입니다.

오죽하면 송일준 MBC PD협회장마저 신동호 국장과 배현진 아나운서를 '배신 남매'라고 부른다고 폭로했을까요? 퇴사했거나 MBC 내부에서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업무를 보고 있는 후배 아나운서들이 자신들의 울타리가 돼주고 보호벽이 돼야 마땅한 신동호 국장을 비난하게 된 지경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약 후배 아나운서들의 주장처럼, MBC 내외부의 평가처럼 신동호 국장이 완장을 차고 영화 '군함도'에 나오는 조선인 노무계처럼 일을 처리했다면 '어용국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그리 억울할 것같지는 않습니다.

지난 2003년 미국 제55회 에미상에 참석한 월터 크롱카이트. 월터 크롱카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인이자 세기의 앵커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언론인이다. /LA(미국)=게티이미지
지난 2003년 미국 제55회 에미상에 참석한 월터 크롱카이트. 월터 크롱카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인이자 세기의 앵커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언론인이다. /LA(미국)=게티이미지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인으로 불린 CBS의 저녁 뉴스 앵커 월터 릴런드 크롱카이트(1916~2009)는 앵커의 덕목으로 '정직·성실·믿음·프로정신'을 꼽았습니다. 그가 '세기의 앵커맨'으로 불린 이유는 케네디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와 암살사건 긴급 속보,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순간 등을 자신만의 색깔로 대중에게 전달했다는 것 뿐만이 아닙니다.

국익이 걸린 베트남 전쟁에 대해 "미국이 수렁에 빠졌다"며 반전 여론을 조성하고 CBS 경영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워터게이트사건(1972년 6월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미국의 정치적 사건, 이로 인해 닉슨은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을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다뤘기 때문입니다.

월터 크롱카이트와 같은 언론인을 바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약자의 아픔도 보호하고 대변하지 못한다면 언론인으로서 가치에 크게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동호 국장은 매주 일요일 오전 7시 10분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가장 화제가 된 이슈에 관해 짚어보는 프로그램인데, 씁쓸하지만 이번 주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신동호 국장 자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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