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록 전설' 김종서 "가짜 아닌 진짜 30주년 콘서트, 설렌다"(영상)
입력: 2017.08.24 09:00 / 수정: 2017.08.24 09:20

가수 김종서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길 SH아트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이새롬 기자
가수 김종서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길 SH아트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이새롬 기자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트레이스' 개최하는 로커 김종서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데뷔 3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로커, '현재형 전설' 김종서(52)가 단독 공연으로 발자취를 돌아보고 음악 인생을 재점화한다.

김종서는 다음 달 12일부터 오는 10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길 SH아트홀에서 '트레이스(TRACE)-30TH STORY'라는 제목으로 단독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음악 인생 30년 자취를 따라가는 시간여행 드라마 콘셉트로 펼쳐진다.

지난 1987년 밴드 시나위 2집 '다운 앤드 업(Down And Up)'으로 데뷔한 김종서는 밴드 활동 이후 솔로 활동을 하며 '대답없는 너' '겨울비' '아름다운 구속' 등 숱한 히트곡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김종서는 지난 17일 막바지 공연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H아트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2시간여 동안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김종서는 "가짜가 되지 않겠다"는 뮤지션 철학을 밝히며 무대를 향한 열정, 공연을 준비하는 설레는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대한민국 록의 자존심' 김종서의 30주년 공연은 김종서뿐만 아니라 음악 팬들에게도 무척이나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다.

- 30주년 맞은 소감은? 30주년 기념 콘서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30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데뷔가 엊그제 일 같다. 이번 30주년 콘서트에서 원래 곡을 잘 살려서, 밴드의 호흡을 잘 살려서 공연하려고 한다. 오랜만의 단독 공연이다. 90년대에는 '공연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공연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하게 돼서 단독 공연과 점점 멀어지게 됐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설렜다. 설렘이 현장에서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30주년을 기점으로 다시 공연을 열심히 하는 김종서가 되려고 한다.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공연이다.

- 드라마 타이즈 형식의 콘서트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들었다.

이번 콘서트 주제가 '트레이스(trace, 발자취)'다. 제목처럼 제 발자취를 재조명해봤다. 팬분들은 김종서가 어떻게 데뷔했는지 너무나 잘 알지만 공연에 제 열성 팬들만 오는 게 아니지 않나. 90년대 히트곡들이 계기가 돼서 오시는 분들도, 몇 년 전에 갑자기 호감을 갖게 된 분들도 오실 것이다. 이번 콘서트가 '3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관객분들에게 '제가 이런저런 발자취를 갖고 있어요'하는 의미로 히트곡을 가볍게 공연에 녹여봤다. 연극을 하지는 않는데 기술적으로 연출가님과 작가님이 공연에 제 발자취를 가볍게 잘 녹여냈다.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틀을 완성해서 브랜드화하려는 생각도 있다.

-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요즘 단독 공연을 자주 안 했던 것인가.

완벽주의는 아니다. 뭔가를 하면 좀 꼼꼼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기는 하다(웃음). 90년대에는 완성도로 보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와서 느슨해지면서 김종서다움을 잃지 않았나 싶다. 몇 년 전부터 성악 교육을 받으면서 저 자신을 재점검하게 됐다. 제 풀어진 매듭을 묶는 과정에서 30주년 공연이 실질적으로 어떠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 공연을 한다는 게 체력도 중요하지만 제가 신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 공연 기획이 들어갈 때부터 심장이 쫄깃쫄깃 하더라(웃음). 예전에는 40일 공연도 했었다(웃음). 솔로로 데뷔하기 전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정기공연을 한 적이 있다. 히트한 앨범이 없음에도 열심히 했었다. 그때 그 마음가짐을 떠올리면서 임하려고 한다. 굉장히 설렌다.

- 외모가 정말 변하지 않는다. 동안 비법이 무엇인가.

관리다. 흔히 연예인들이 하는 미용적인 관리가 아니라 노래에 기인한 관리다. 노래하기 위해서는 호흡을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20대 때는 운동을 안 해도 무방했는데, 30대 중반부터는 운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노래가 흐트러지더라. 노래할 때 온몸을 악기화 해야 하기 때문에 목이 망가지면 몸이 망가진다. 그래서 꾸준히 일주일에 3, 4회 정도 근력운동과 실내 자전거 운동으로 유산소 운동을 한다. 너무 힘이 들어도 목숨처럼 페달을 밟는다(웃음).

또 공연할 때는 밤에 절대 안 먹는다. 잠자리에 들기 7, 8시간 전부터는 먹지 않는다. 배고프면 물을 마시거나, 힘들면 토마토를 먹는다. 그것도 좀 부족하면 'X누들'을 끓여 먹는다(웃음). 습관이 되니 괜찮다. 담배도 15년 전에 끊었다. 조금이라도 노래에 저촉되는 일은 피한다. 제가 정신력이 강하지 않아서 혼자 술을 잘 마신다. 사람을 잘 만나지도 않고 고립되고 외롭다 보니 자기 전에 혼자 술을 마신다. 그래도 공연 전에는 금주한다(웃음).

가수 김종서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제 인생은 레드 제플린 음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가수 김종서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제 인생은 레드 제플린 음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어릴 적 뮤지션을 꿈꾸게 된 계기는?

밴드 활동을 하고 싶었다. 아주 어릴 때는 집이 부유했는데 아버지께서 사업을 두 번 실패하고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내성적인 사춘기를 보내게 됐다. 친형들이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하고 팝을 많이 들어서 어깨너머로 음악을 접하게 됐고, 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졌다. 록 밴드 레드 제플린 음악을 우연히 듣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비틀즈 음악은 이미 섭렵한 상황이었는데, 라디오를 듣다가 레드 제플린 음악을 우연히 듣고는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의 원초적이면서 마초적인 느낌의 고음, 기타 드럼 소리 등이 저에게 전율을 줬다. 제 인생은 레드 제플린 음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뉠 것 같다. 그때부터 레드 제플린 음악 따라부르면서 어려운 가정환경과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암울한 상황을 극복했다. 종일 음악만 들었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는 순간 대학이고 뭐고 밴드를 결성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어릴 적에 친구들이 노래를 시키면 곧 잘 했다(웃음). 장기자랑 하면 늘 앞에 나가서 노래했고, 제가 조용필 선배의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이 장난으로 '네가 조용필보다 잘 부른다'하고 치켜세워줬다(웃음). 레드 재플린 처럼 웨스턴 부츠를 신고, 가죽 바지를 입고, 머리카락을 기르고 밴드 결성의 꿈을 키웠다.

- 30주년 동안 많은 곡을 발표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과 앨범은?

애착이 가는 곡은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30주년을 맞을 수 있게 해준 노래라고 생각한다. 솔로로 메이저 무대에 데뷔할 수 있게 해준 1집 '대답 없는 너'다. 감사한 곡이다.

얻어걸린 곡이다. 제가 시나위 밴드에 참여하면서 써놨던 곡들이 많이 있었는데 잉여곡들을 발표를 해야겠어서 매니저를 만나게 됐다. 그런데 "곡이 잘 팔려야지"라면서 원래 있던 곡들만으로는 앨범을 내기 힘들겠고, 임팩트 있는 타이틀곡을 써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맥주 한 캔 마시고 쓰게 된 곡이 '대답 없는 너'다.

- 뮤지션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집 '겨울비' 발표했을 때다. '겨울비'도 희한한 운명을 가진 곡이다. 원래는 시나위 4집 앨범에 들어갔던 곡이다. 시나위 활동 당시 이 곡을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듣고는 "좋다"고 하더니 쓱 가사를 써왔더라. 그런데 후렴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 이 도입부가 정말 좋았다. 그렇게 해서 시나위 활동하면서 곡을 발표했는데, 타이틀곡이 아니어서 발표했다는 의미만 간직하고 있었다.

솔로 활동하면서 1집이 성공하고 2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니저가 "'겨울비' 들어봤는데 좋더라. 왜 묻어뒀냐. 다시 쓰자"고 했다. 1집이 발라드곡 위주였고 2집은 록 곡 위주로 발표하고 싶었기 때문에 타이틀곡으로는 안 하는 조건을 걸고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타이틀곡도 아닌 '겨울비'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흘러오게 됐고, 히트곡이 됐다. 저를 대표하는 운명적인 곡이다.

- 곡 작업을 할 때 어떤 분위기에서 하는가.

'영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순수한, 아무런 악기도 개입되지 않은 멜로디 영감이 나오면 작곡-편곡-악기 배치 순으로 음악 작업에 돌입한다. 작곡하면서 잘 안 풀리면 과감하게 곡을 버린다. 작위적으로 곡이 풀리면 결과도 안 좋고 듣기 싫은 곡이 되더라.

- '현재형 전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항상 정상에 있었는데 힘들었던 순간도 있는가.

'현재형 전설'이라는 말 참 좋은 것 같다(웃음). 2000년대 들어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앨범 활동에 위축을 많이 받았다. 신진 세력들이 올라오고, 방송 프로그램 성향들도 바뀌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즐겨야 하는데 즐기지를 못했다. 힘이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든 망하는 것 같다. 힘들고 괴로웠고 그렇게 슬럼프가 왔다.

10년 이상이 그렇게 흘러갔다. 작품 활동은 줄였지만 노래 공부는 계속했다. 노래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유학도 다녀오고 하는데 대중음악은 안 그러지 않나. 성악 쪽을 연구하다 보니, 기초적인 발성과 호흡에 대한 답을 찾았다. 테너 수업을 한 4년 들었다. 그동안 대중 앞에서 활동은 많이 안 했지만 저 자신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이번 공연으로 음악 활동을 재점화해 보려고 한다.

가수 김종서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자신 모창을 가장 잘 하는 후배로 홍경민을 꼽았다. /이새롬 기자
가수 김종서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자신 모창을 가장 잘 하는 후배로 홍경민을 꼽았다. /이새롬 기자

- 후배들이 모창을 참 많이 한다. 기분이 어떤가. 제일 모창을 잘하는 후배는?

후배들이 모창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제가 어떤 색깔을 가진 가수라는 반증이 되는 것 같다. 감사하다. 후배들의 모창이 참 재밌고, 김종서를 대중에게 한 번 더 상기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가장 제 모창을 잘하는 후배는 홍경민인 것 같다. 모창 천재다. 끼가 참 많다.

- 기억에 남는 팬은?

어떤 한 팬이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한결같이 제 공연장에 와주는 팬들이 기억에 남는다. 항상 눈에 띄는 팬들이 있다. 팬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동지애 같은 느낌이 든다. 저는 팬들에게 잘하지 못한다. 이벤트 같은 것도 못 해주는데 그럼에도 제가 뭐가 좋다고 와주는지. 점점 애틋하게 느껴지고 뭉클하다. 한 일을 10년 하는 것도 힘든데, 20년 30년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공연에서 눈에 익은 시선들이 구석구석에 있을 것 같아 벌써 뭉클하다.

- 다음 앨범 계획은?

사실 이번에도 30주년 앨범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부담이 컸다. 쭈뼛쭈뼛하다가 시간이 갔다. 그래서 30주년 공연이 저에게 큰일이니 이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을 했다. 곡은 많이 써놨다. 나중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알차게 작업해서 앨범을 발표하고 싶다. 제가 멀티 태스킹이 잘 안된다(웃음). 일단은 공연 준비에 매진하려고 한다. 신곡에 대한 열망은 늘 있다(웃음).

- 앞으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가.

대중분들은 제가 활동한 대로 기억하실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오롯이 대중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저는 계속 전진하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다. 뭐 하나 궁금하면 못 참는다. 아무튼 그런 성격인데, '보컬'이라는 분야가 클래식처럼 정통 시스템이 없다. 실용음악이 있지만 제대로 정착이 안 돼 있고, 남발하는 느낌이다. 이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대중음악을 하는 멀티적인 보컬이고 싶다. 뮤지컬, 대중음악으로도 활용이 될 수 있는 정서를 정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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