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지의 쓰담쓰談] 윤종신 '좋니' 역주행, 아이돌 제친 '이별 감성'
입력: 2017.08.22 12:25 / 수정: 2017.08.22 13:34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 윤종신의 곡 좋니는 22일 오전 10시 기준 국내 주요 8개 음악 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 윤종신의 곡 '좋니'는 22일 오전 10시 기준 국내 주요 8개 음악 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연예뉴스 전면에 나오지 않아도, 검색어에 오르지 않아도, 방송에 나오지 않아도 듣기에 멋지면 항상 노래를 발표하겠습니다."(윤종신)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 윤종신의 '좋니'가 이른바 '역주행 신화'를 썼습니다. 22일 오전 10시 기준 네이버뮤직 멜론 몽키3 벅스 소리바다 올레뮤직 엠넷 지니 등 국내 주요 8개 음악 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올킬'하고 있습니다. 이날로 곡이 발표된 지 딱 두 달이 됐습니다.

'좋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가 펼치고 있는 음악 플랫폼 리슨(LISTEN)'의 10번째 곡으로, 지난 6월 22일 발표됐습니다. 사실 '좋니'는 발표 당시에는 큰 화제 몰이를 한 곡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대적인 홍보 없이도 청자들의 '입소문' 덕으로 순위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이제는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네요.

리슨은 오디오 위주의 좋은 음악을 비정기적으로 발표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죠. 들리는 것에 집중된 '저스트 리슨(Just Listen)' '저스트 오디오(Just Audio)' 프로젝트입니다. 리슨은 지난해 12월 4일 하림 '레인보우 버드(Rainbow Bird)'를 시작으로 지난 18일 장재인·자이언트핑크·퍼센트 '덤 덤(Dumb Dumb)'까지 모두 12곡으로 음악 팬을 만났습니다.

윤종신 좋니는 지난 6월 22일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음악 플랫폼 리슨 일환으로 발표됐다. /좋니 재킷
윤종신 '좋니'는 지난 6월 22일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음악 플랫폼 리슨 일환으로 발표됐다. /'좋니' 재킷

리슨은 취지대로 좋은 곡을 음악팬들에게 들려주면서 프로젝트의 목표를 달성해나가고 있는데요, 이번 '좋니'의 성공으로 리슨 프로젝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음악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등 프로젝트의 목표 이상의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보입니다.

윤종신이 직접 밝힌 '좋니'의 제작비는 음원 650만 원, 아트워크+뮤직비디오 124만 5900여만 원으로 합계 774만 5900여만 원입니다. 수억 원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여도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은데, '좋니'가 대중의 마음을 몽땅 빼앗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좋니'는 포스티노가 곡을, 윤종신이 가사를 쓴 곡입니다. 피아노 선율이 기반이 된 담백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도 일품이지만 '좋니'가 음악팬들의 귀를 잡아끄는 최대 매력 포인트는 바로 '가사'입니다.

지난 5월 윤종신은 인스타그램에 "가요계 찌질('지질하다'의 어근 '지질'의 잘못)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곡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죠. 앞서 윤종신이 가사를 쓴 '오래전 그날' '너의 결혼식'부터 '이별 택시'까지 숱한 이별 노래들을 보면 지질한 면모가 절절하게 묻어나옵니다. 그런데 '좋니'의 가사는 독보적으로 지질합니다. 윤종신의 말처럼 정말 가요계 '찌질 역사'의 한 획을 그어버렸습니다.

1절 가사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우리 그 마무리가/고작 이별뿐인 건데/우린 참 어려웠어' 여기까지는 이별한 연인을 향한 '그리운 마음' 정도가 묻어나네요. '잘 지낸다고 전해 들었어 가끔/벌써 참 좋은 사람/만나 잘 지내고 있어/굳이 내게 전하더라' 네, 전 연인의 근황을 곱씹고 있습니다. 전 연인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얼얼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네요.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그 허전함을 견뎌 내기엔' 잘했다니요. 허전함을 잘 극복한 것 같아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사실 온전히 잘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겠죠.

다음은 후렴구입니다. '좋으니 사랑해서' 좋겠죠. 뭘 묻습니까.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는 그렇게 좋으니'하고 허공에 한탄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헤어 나오지 못해/니 소식 들린 날은 더' 미련, 또 미련. 그리움, 또 그리움. '좋으니 그 사람/솔직히 견디기 버거워/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진짜 조금/내 십 분의 일만이라도/아프다 행복해줘' 분명 헤어질 때는 행복을 바랐겠죠. 그런데 새로운 연인을 만난 전 연인을 떠올리는 것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일인가 봅니다.

지난 1990년 015B 객원 보컬로 데뷔한 윤종신은 데뷔 후 27년 간 다수 히트곡을 발표했으며, 음악 프로듀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윤종신 인스타그램
지난 1990년 015B 객원 보컬로 데뷔한 윤종신은 데뷔 후 27년 간 다수 히트곡을 발표했으며, 음악 프로듀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윤종신 인스타그램

1절 가사는 지질함의 워밍업이고요,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지질함이 몹시 짙어집니다. 가사 뒷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혹시 아직 들어보지 못한 독자분들이 있다면 한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주의, 곡의 마력에 매료돼 무한 반복 재생하게 될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이별 후 지질함이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 사랑의 감정이 모두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별한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는 인지상정의 감정입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감정이기에 이렇게도 큰 인기를 끄는 곡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지난 6월 20일 곡 발표를 이틀 앞두고 윤종신은 트위터를 통해 "마치 제가 이십대 초반이었던 그때처럼 서럽게 처절하게 이별 노래를 불러봤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절절한 가사에 처절한 윤종신의 목소리가 더해져 듣는 이의 감성을 크게 울리고 있네요. 양질의 듣는 음악으로 꾸준히 음악 팬들에게 감동을 준 윤종신, 더위가 저무는 늦여름 '좋니'로 대중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믿고 듣는 윤종신, 앞으로도 좋은 음악 기대하겠습니다.

joy822@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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