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군함도' 이정현 "말년, 이렇게 멋진 위안부 피해자라니"
입력: 2017.08.15 04:00 / 수정: 2017.08.15 04:00
말년이는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로 받아들여주셨으면. 배우 이정현은 군함도에서 위안부 피해자 오말년 역을 연기한 소감으로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를 강하게 표현해 좋았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년이는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로 받아들여주셨으면." 배우 이정현은 '군함도'에서 위안부 피해자 오말년 역을 연기한 소감으로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를 강하게 표현해 좋았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1996년 개봉된 영화 '꽃잎'은 배우 이정현(37)의 데뷔와 함께 주목받은 작품이다. 1980년대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꽃잎'에서 이정현은 미친 소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시대의 아픔을 가진 인물, 이정현은 그런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그런 그가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필름케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시대의 아픔을 표현했다. 이정현은 '군함도'에서 위안부 피해자 오말년으로 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은 '군함도'에 출연하게 된 계기, 즉 마음을 움직인 부분에 대해 "'군함도'의 경우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를 강하게 표현한 캐릭터가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군함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 가상의 인물이죠. 어떻게 보면 위안부 피해자 말년만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영화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말년이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슬퍼하는 위안부 피해자가 아니라 너무 멋있는 인물이었죠. 당당하게 맞서고 소희(김수안 분)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죠. '한 명이라도 살아 남으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멋있었어요. 일본군에게 총질을 하는 부분도 멋지지 않았나요?"

다음은 '말년을 멋지게 연기한 이정현과 나눈 일문일답.

군함도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이정현은 스코어를 중요시 하지 않는다며 그랬다면 다양성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군함도'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이정현은 "스코어를 중요시 하지 않는다"며 "그랬다면 다양성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에 따른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도 갈아 치웠다.

너무나 조심스러워요. 영화 준비단계부터 조심스럽고 무거웠어요. 저만 (개봉)전날 못 잔줄 알았는데 다른 분들도 못잤더라고요. 원래 스코어를 중요시 하지 않아요. 스코어에 예민하게 생각했다면 다양성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겠죠. 순수하게 영화가 너무 좋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선택합니다. 제가 즐겨야 관객들께도 메시지 전달이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상업영화와 다양성영화를 병행하는 것이죠. 군함도라는 섬이 유네스코에 등재가 됐는데 일본이 약속(강제 징용 명시)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일제의 만행을 알리자는 제일 마음을 움직였죠.

-체중을 많이 줄였다고 들었다.

지옥과 같은 촬영장을 매일 나가는데 아무리 얼굴이 작게 나오는 배우들도 다이어트에 돌입했어요. 식사차량이 두대였죠. 고단백에 저염식단 차량이 따로 있었는데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면이랑 치맥을 좋아해서 밤에 라면 사진 보면서 자고 그랬어요. 너무너무 힘들었죠. 제가 다이어트 제안을 드렸던 게 위안부 피해자들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끔찍한 일을 계속 당했기 때문에 제가 먼저 '저도 살을 빼는 게 어떨까요?'라고 물었죠. 노출신이 있으니까 갈비뼈가 보이면 어떻겠느냐고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마자 강혜정 대표님이 꽃등심을 사주신다고 해서 2~3인분은 먹은 것 같아요. 쌀밥에 된장찌개 말아먹고 난리가 났었죠.(웃음) 모든 배우가 '일본의 만행을 알리자'는 공통적인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6~7시간 정도, 하루 한 두컷 밖에 찍질 못했죠. 100명, 200명, 모든 배우들이 발연기 없이 다 연기를 잘했습니다. 스태프가 200명이었는데 분장팀은 5명 밖에 없었어요. 나중에는 서로 탄가루를 묻혀가면서 분장을 해줬죠.

-소지섭(최칠성 역)과 '츤데레'적 러브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소지섭 오빠는 진짜 칠성 그 자체였어요. 배우들 사이에서도 태도가 좋기로 유명한데 츤데레 매력이 있었죠. 저는 연기가 상호작용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분에 말년에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허설부터 잘 맞더라고요. 대부분 한 두 번만에 오케이가 났어요. 액션은 처음이었죠. 거대한 폭탄이 터지면서 무술팀이 피아노줄을 매달고 날아갈 잔비를 하는데 제 총은 길고 무거워서 휘청거릴 정도였어요. 남자배우들도 실수를 하곤 했죠. 화약이 터지지 않으면 세팅을 다시 해야했기에 현장에서 스트레스가 대단했어요. (소)지섭 오빠가 옆에서 계속 설명을 해줬어요. '첫째 장전한다, 둘째 움직인다' 등등 모든 배우가 하나처럼 움직였죠.

-소지섭의 중요 부위를 잡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묵직한 첫만남'이라는 평도 있다.

좀 야하네요.(웃음) 인사하고 한 첫 연기였죠. 그래서 죄송했어요.(웃음) 흔들리는 세트였는데 시간도 해가 져서 끝내야할 타임이었쬬. 감독님 주문이 급하게 많아졌는데 '더 쎄게'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다행이 한 번에 오케이였죠.

이정현은 조선인에게 속아 팔려갔다는 말년의 대사에 대해 말년이의 대사에는 허구가 없다고 표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현은 '조선인에게 속아 팔려갔다'는 말년의 대사에 대해 "말년이의 대사에는 허구가 없다"고 표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몸에 문신도 있었는데 누구 아이디어였나?

감독님과 저랑 상의를 했는데, 위안부 피해자는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예민했죠.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부터 고민했던 것 같아요. 유곽에서 칠성과 나눈 대사부터 너무 잔인하고 고통스러웠죠. 처음 대본 리딩 때 감정 그대로 리딩을 하니 울먹이는 배우가 있을 정도였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링크를 하나 보내주셔서 봤는데 북한에 계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증언하는 영상이었어요. 담배를 피우면서 아주 툭툭 던지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연기 톤을 던지기로 했죠. 현실적인 디렉션이라 감사했어요. 슬퍼했다면 다른 위안부 소재 영화와 다를 바가 없었을 텐데 말년 캐릭터를 생각하며 디렉션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실제로 일본군들이 바늘로 장난을 친 게 있더라고요. 바늘로 혀에 문신을 새기기도 했더라고요. 그런데 위안부 피해자가 총질을 하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극 중 말년의 대사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이 있다.

일본군이 만행을 저질렀지만 같은 조선인한테 속아서 간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특히 이장이나 면장이 일본군에 판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군 중에는 논에서 밭을 매고 있다가 끌고 간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저도 되게 불편했어요. 불편한 진실을 영화에 넣으셨기에 감독님의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요. 이런 시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년이 대사에는 허구가 없습니다. 일본군이 잡아갔고, 조선인들이 조선인을 속여 잡아갔고 그렇게 고문을 했죠. 말년이의 대사는 말년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록이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

배우로서는 큰 축제였어요. 현장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했죠. 제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자주 갔어요. 촬영이 끝난 배우들이 다 현장을 지켰어요. 촬영이 끝나면 파이팅이 넘쳤는데 다 불러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영화 얘기를 많이 했죠. 가족같이 지내며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건 황정민이란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현장이 좋았죠. 6개월동안 고생한 스태프들 덕분에 행복했어요. 몸이 다친건 샤워하다 알고 했어요. 크게 다친 배우는 없었지만 타박상이나 화상, 까짐이 있으면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였죠. 그만큼 어마어마하고 거대했습니다. 평생 그런 현장이 있을까요? 천국같은 곳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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