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소지섭 "'군함도', 시나리오 보기 전에 결정했죠"
입력: 2017.08.09 04:00 / 수정: 2017.08.09 04:00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님만 믿고 따라간 영화. 배우 소지섭이 영화 군함도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류승완 감독을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님만 믿고 따라간 영화." 배우 소지섭이 영화 '군함도'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류승완 감독을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소지섭(40)은 수영 선수 출신이다. 전국소년체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그러다 1995년 청바지 브랜드 스톰 전속모델이 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김철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뽐냈다. 특히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수많은 여성팬들에게 '소지섭앓이'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2008년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131만 11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오직 그대만'은 102만 7700여명에 그쳤다. 이듬해 '회사원'도 111만 500여명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624만 7600여명을 끌어들인 '사도'가 있지만 이땐 특별출연이었다. 그렇기에 지난달 26일 개봉된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필름케이)는 소지섭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영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 분)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분),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분),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군함도'는 8월 6일까지 607만 7100여명을 끌어들였다.

영화 개봉일에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군함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님이 제안을 하셨을 때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결정했어요.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인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고사를 하면 다시는 시나리오를 주지 않으실 것 같았죠.(웃음) 사실 영화계에서도 저한테 계속 시나리오를 주시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번에 못하면 다음이 진짜 없을 것 같았죠. 시나리오도 안 보고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소재이기도 했지만요. 감독님께 감사드리죠. 감독님만 믿고 따라갔습니다."

다음은 '군함도'에서 츤데레(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 매력을 발산한 소지섭과 나눈 일문일답.

영화에서 이정현과 인상적인 첫 만남을 보이는 소지섭은 모든 것을 이정현에게 맡겼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영화에서 이정현과 인상적인 첫 만남을 보이는 소지섭은 "모든 것을 이정현에게 맡겼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육중한 액션이었다.

감독님께서 호랑이에 비유해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되게 어색했죠. 저보다 상대 배우가 힘드셨을 거예요. 어려운 장면은 대역 배우가 대신했는데 잘 받아주셨죠. 저도 마음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이정현과 첫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요부위를 잡혔는데.

저는 그냥 가만이 있었죠. 그냥 (이)정현 씨가 알아서 다 하셨어요.(웃음) 촬영 전에는 '어떡해요'라고 하다가 슛 들어가자 단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았죠. 어쨌든 말년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 저도 좋아하는 신이죠.

-최칠성은 매우 남자다운 성격인데 실제 성격과 비교하자면?

칠성이는 생각이 많거나 고민하는 친구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행동이 먼저인 인물이죠. 저도 실제로 변명을 하거나 남들에게 피해주는 일은 싫어하죠. 앞에 나서지 않을거면 그냥 설명을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떤 오해를 해도 '내가 아니면 된다'는 그런 마인드죠.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결정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걱정이 되진 않았나?

시나리오를 보고 걱정은 했죠. '칠성이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역사적인 공간과 내용에 대해 고민이 됐어요.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실화가 주는 부담감 같은 것이죠. 저희가 촬영 때만 해도 온 국민이 다 아는 '군함도'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온 국민이 군함도를 알게 돼 좋은 것도 있었는데 부담감도 덩달아 커지더라고요. 역사를 왜곡하거나 상업영화임을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요. 감독님이 가장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멀티캐스팅은 이번이 처음인데 소감이 어땠는지?

처음에는 되게 좋게만 생각했죠. 기대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잠깐 좋았던 것 같아요. 멀티 캐스팅이라도 영화는 치밀해야 하니까요.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보니 결국에 힘든건 다 똑같더라고요. 좋았던 것은 한 작품 안에서 감독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 같아요. 멀티 캐스팅은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황정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아겠더라. 소지섭은 군함도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지섭에 따르면 황정민은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 연습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하나하나 챙겼다는 후문이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황정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아겠더라." 소지섭은 '군함도'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지섭에 따르면 황정민은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 연습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하나하나 챙겼다는 후문이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황정민과 호흡은 어땠나?

놀라울 따름이었죠. 왜 사람들이, 관객들이 좋아하고 스태프들이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연습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악기 연습, 대사 연습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스태프들을 도와주고 계시더라고요. 감독님과도 오래된 사이다보니 현장에서 대장 역할을 하셨어요. 배우들 챙기고, 스태프들 챙기면서 다 끌고 가시니까 선배님만 보고 갔던 셈이죠. 안 그랬으면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연기적인 훈계는 없었어요. 환경만 만들어주시더라고요.

-연기 외적으로 해외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 음원 발표도 그렇게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마켓 가서 사오는데 사무실에서 투자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참여할 때도 있죠. 아직은 발만 얹여 놓은 편이죠. 돈 욕심이 있다면 수입한 영화가 손해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죠. 음원도 손해만 안 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최근에는 '카페 소사이어티'가 좋은 평가를 받았네요. 모든 작품이 그렇듯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포스트 소지섭'이라고 할 수 있는 후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저 같은 배우가 나오면 안되죠.(웃음) (유)승호는 저처럼 힙합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후배들이 자기 색깔을 표출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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