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군함도', 꽉 찬 132분…몰입 방해 요소는 없다
입력: 2017.07.25 04:00 / 수정: 2017.07.25 07:51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 26일 개봉.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석탄을 캐던 군함도가 배경이다. /영화 군함도 스틸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 26일 개봉.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석탄을 캐던 군함도가 배경이다. /영화 '군함도' 스틸

[더팩트|권혁기 기자] 132분,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필름케이)의 러닝타임이다. 120여분짜리 영화가 대세인 요즘 132분이면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군함도'는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26일 개봉될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옥(황정민 분)은 일본 고위 관리자의 아내를 사적으로 만났다가 스기야마(정만식 분) 경부로부터 한소리를 듣는다. 스기야마는 강옥에게서 큰 돈을 받으며 "일본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지?"라며 "일본 가서 큰 돈 벌어보라"는 제안을 한다.

딸 소희(김수안 분)와 악단 식구들을 데리고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한 강옥은, 그곳에서 스기야마가 써준 추천장을 보여주지만 거기 온 조선인 모두 그런 추천장을 들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간. 강옥과 식구들,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건달 최칠성(소지섭 분),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오말년(이정현 분) 등은 다시 배에 태워지고 어딘가로 향해진다. 그곳은 바로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 있는 무인도 하시마 섬이었다.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 해상 18.5㎞ 정도 떨어진 하시마 섬은 모습이 마치 군함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 군함도(군칸지마)로 불리는 곳이다. 남북으로 480m, 동서로 약 160m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군함도는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노동자를 강제 징용해 석탄을 캐던 곳으로 1890년부터 미쓰비시 재벌의 소유가 됐다. 현재는 나가사키 시의 소유지다.

가스 폭발 사고와 함께 노역하는 환경 자체가 열악한 해저 탄광 작업 때문에 감옥섬이나 지옥섬이라고도 불렸다. 군함도는 정말 지옥섬이었다. 남성들은 해저 1000m 깊이의 막장 속에서 12시간 이상 노역을 해야 했으며 여성들은 군함도의 유곽에서 손님을 받아야만 했다.

소희 역시 아빠 강옥과 떨어져 유곽으로 보내졌지만 그곳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 일본인 소장 시마자키 다이스케(김인우 분)의 눈에 들어 다행이 끔찍한 일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강옥은 딸을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에서 발휘한 수완을 부려 통조림이나 캬라멜을 구해 딸을 주거나 소희와 함께 생활하는 유곽 여성들에게 뇌물아닌 뇌물로 건넸다.

그러던 중 군함도에 못보던 얼굴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극비 임무를 받고 군함도로 잠입한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송중기 분).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을 지닌 박무영은 독립운동 주요인사인 윤학철(이경영 분)을 데리고 오라는 임무를 받는다.

무영은 군함도에서 구할 수 없는 게 없다는 강옥을 상대로 전보를 칠 수 있는 곳의 열쇠를 의뢰하고 어쩔 수 없이 윤학철 구출 작전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러자 강옥은 "나와 내 딸 소희를 데리고 나갈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다.

황정민 등 출연진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몇몇 배우들의 캐릭터가 전작들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영화 군함도 스틸
황정민 등 출연진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몇몇 배우들의 캐릭터가 전작들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영화 '군함도' 스틸

과거 조선인을 관리하는 조선인 경찰을 뒀던 일본인 만큼 막장 관리자 역시 조선인으로 채웠다. 일본인보다 더한 송종구(김민재 분)는 툭하면 조선인들에게 매질을 했다. 이를 보다못한 최칠성은 송종구를 제압한 후 노무계원이 돼 탄광 내 작업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미군이 엄청난 신형 폭탄을 개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미군이 오키나와를 점령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일본 본토에 대한 폭격이 가능해진 이 시점에 미군은 히로시마에 최초의 핵무기 '리틀 보이'를 투하했다. 전쟁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상대로 끔찍한 일을 계획한다.

'군함도'의 코드는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황정민과 김수안을 중심으로 부성애, 소지섭과 이정현의 '츤데레'적 사랑, 송중기와 허경영의 서스펜스이다. 김수안에 대한 황정민의 부성애는 감동과 함께 웃음을 선사한다. 속마음을 그렇지 않으면서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사랑을 연기한 소지섭과 이정현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송중기는 여전히 멋진 군인이었고 이경영은 '전작들의 이경영'(스포일러성 소개라 생략)이었다.

처음부터 일사불란하게 끝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는 매우 탄탄하지만, 스토리 안에 설정은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일본인보다 더한 조선인으로 인해 고통받는 조선인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류승완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지만 등장인물 개개인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각 배역마다 어디선가 본듯한 캐릭터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제시장'에서 파독 광부를 열연했던 황정민은 그 모습 그대로이고,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경영도 전작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연기력은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다른 결을 원했던 팬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지섭은 '소간지'라는 별명을 상기시킬만큼 멋지게 최칠성을 연기했다. 이정현 역시 말년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김수안은, 완벽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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