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덩케르크', 이보다 더 사실적인 전쟁영화는 없었다
입력: 2017.07.24 04:00 / 수정: 2017.07.24 04:00
수작 덩케르크가 지난 20일 개봉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퇴각 작전이라고 불리우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소재로 한다. /영화 덩케르크 포스터
수작 '덩케르크'가 지난 20일 개봉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퇴각 작전이라고 불리우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소재로 한다. /영화 '덩케르크'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1939년 9월 1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독일군은 그동안 없었던 전술인 전격전(blitzkrieg)을 개발, 탱크를 앞세워 폴란드를 침공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9월 3일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당시만 해도 영국과 프랑스는 서구 열강 중 대표국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자신들의 등 뒤인 소련(소비에트 연방)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터였기에 하나의 전선에만 신경쓰면 되는 상황이었다. 폴란드는 10일 만에 점령됐고, 믿었던 소련이 폴란드령으로 쳐들어오면서 독립 폴란드는 세계대전 발발 한 달 만에 소멸됐다.

수적으로 우세한 병력을 갖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윈스턴 처칠이 영국 수상에 임명된 후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연설하면서 단호한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독일 히틀러는 중립을 존중하기로 했던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3국에 기습적으로 침입, 프랑스의 마지노선이 끝나는 지점으로 돌입했다.

독일군은 솜 강 연안을 따라 바다로 향했고, 독일군이 파리로 남진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벨기에에 파견됐던 영국 파견군과 프랑스군은 고립됐다. 자신들을 둘러싼 포위망에서 가까스로 출구를 찾은 영국 파견군 사령관 고든 경은 연합군 최고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하고 영국으로 귀한하기 위해 덩케르크로 후퇴했다. 그리고 연합군은 덩케르크 외곽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여기까지가 영화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작 전까지의 상황이다. 덩케르크에는 영국, 프랑스 등 40만명의 연합군이 포위돼 있었다. 하늘에서는 '너희는 포위됐다. 투항하라'는 독일군의 전단이 쏟아지고 있었다.

놀란 감독은 당시 덩케르크를 '해변에서의 일주일' '바다 위 하루' '하늘에서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한 시간'으로 나뉘어 연출했다. '시간의 마술사'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연출이었다.

덩케르크에서 영국과 거리는 75㎞. 프랑스와 영국 사이 도버해협만이 집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었다. 영국은 덩케르크에 모인 40만여명의 연합군을 구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러 구축함을 보냈다가 독일군 항공부대의 공격을 받아 격침이라도 당하면 '그 다음' 독일의 목표지는 영국일 게 확실했다. 이에 영국군은 구축함을 한 대 씩만 보내 구출작전을 펼쳤다. 독일 항공부대에 구축함이 피해를 입자 영국은 공군 스핏파이어 3대를 보낸다. 그러나 리더가 추락하고, 막내 콜린스(잭 로던 분)는 임무 중 바다 위에 비상착륙한다.

콜린스의 선임 조종사 파리어(톰 하디 분)는 끝까지 살아남아 덩케르크로 가는 하늘의 길을 청소했다. 놀란 감독은 실제 스핏파이어 3대를 확보했고, 실사 촬영을 감행했다. 조종사 시점에는 IMAX 카메라가 놓여졌고 빈티지 스핏파이어 3대는 도버해협 상공을 진짜로 날았다.

덩케르크만큼 사실적인 전쟁영화는 없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또한 전쟁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를 받는데, 덩케르크 역시 그에 못지 않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덩케르크'만큼 사실적인 전쟁영화는 없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또한 전쟁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를 받는데, '덩케르크' 역시 그에 못지 않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바다에서의 하루'에는 덩케르크 작전 당시 만들어진 10여 척의 선박을 구했다. 어뢰제거선 3척, 병원선 1척, 100m에 달하는 프랑스 구축함을 영화에 출연시켰다. 영국 해군의 징발을 피해 직접 덩케르크로 향한 도슨(마크 라이런스 분)의 문스톤 호는 1939년 만든 12m 길이의 요트였다. 총 62척의 배 중 실제로 영국에서 덩케르크로 향한 선박들도 있었다. 이 선박들은 덩케르크 후퇴작전 이후 '덩케르크 소형선박 협회'가 관리했던 것으로, 작전 이후 77년 만에 다시 영화에 등장해 역사적인 여정을 재현했다.

'해안에서의 일주일'은 현실감과 지형의 독특함을 생각해 덩케르크에서 촬영됐다. 지금은 없어진 동쪽 잔교(연안의 수위가 낮았기 때문에 연합군이 퇴각하기 위해서는 바다까지 이어진 다리에서 구축함에 탑승해야 했다)도 복원됐다. 1300여명의 엑스트라들과 출연진을 위해 수 천 벌의 의상이 제작됐다.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를 역사적으로 재현했다. 역사상 영국 연합군 33만 8000여명이 구출됐지만 프랑스군 4만여명은 포로로 붙잡혔다. 극중 깁슨(아뉴린 바나드 분)은 영국군 복장을 입고 있었지만 후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아 스파이로 몰린다. 알고 보니 프랑스군이었던 것. 탈출에 필사적이었던 영국군들은 그런 깁슨에게 배에서 내릴 것을 요구한다. 잔교에서도 구축함에 탑승할 수 있는 군인은 영국군 뿐이었다.

100% 완벽하지 않았던 덩케르크 구출 작전에 대한 놀란 감독의 표현이었다. 철저한 고증이었다. 역사에서 철수에 성공한 군인들은 4년 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덩케르크 연출에 대해 "감독의 시각적 연출과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음향은 실제로 덩케르크에 있는 것만 같은 효과를 줬다"며, "IMAX에서 본다면 옆에서 놀라 몸을 피하는 관객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핀 화이트헤드, 톰 글린 카니, 잭 로던, 해리 스타일스, 아뉴린 바나드, 제임스 다시, 배리 케오간, 케네스 브래너, 킬리언 머피, 마크 라이런스, 톰 하디가 호흡을 맞춘 '덩케르크'는 지난 20일 개봉됐으며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러닝타임은 106분인데 체감상으로는 그 배에 가깝다. 진짜 전장에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극강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요즘 영화들에 비하면 106분은 짧은 편에 속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관객에게 투영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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