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된 빅뱅 탑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탑은 지난해 10월 서울 한남동 자신의 집에서 가수 연습생 21살 한 모 씨와 함께 대마초와 액상 형태의 대마 등을 네 차례 피운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세준 기자 |
[더팩트|권혁기 기자] 원래 대마초는 대한민국에서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1976년 고(故)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대마관리법을 제정, 대마초를 불법화하면서 처벌을 받기 시작했죠.
일부 법조계에서는 대마초에 한해 형사상 처벌을 받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보통 마약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고 하죠. 살인이나 폭행, 강도의 경우 피해자가 있지만 마약 범죄는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처벌하면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간통법 폐지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과거 '형사법은 처마 밑으로 들어가면 안된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사생활은 민사로 해결해야지 형사로 처벌하면 안 된다는 일부 의견인 것입니다.
음주를 예로 들어 볼까요? 술을 마신다고 처벌하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시고 폭행, 또는 운전을 했을 때 처벌합니다. 음주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는 대마를 합법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암스테르담에서만 합법, 미국 8개 주, 우루과이, 방글라데시 등이 대마를 자유롭게 재배하고 소비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그룹 빅뱅의 탑(30·본명 최승현)이 대마 흡연 2회, 전자액상 형태로 2회 등 위법 행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 2000원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빅뱅 탑이 집행유예에 추징금 1만 2000원을 선고받자 많은 네티즌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 화면 캡처 |
네티즌들은 "이게 나라냐?" "진짜 X같은 집행유예 이럴거면 기소는 왜 하나? 형 선고는 실형선고만 하고 집행유예라는 말도 안되는 제도 없애길" "검찰 돈 먹었니?" "죄짓고 반성하면 실형 안 사는구나. 반성하면 집유라니" "나 무단횡단으로 벌금 2만 8000원 받았는데 1만 2000원?" "치킨 한마리 값도 벌금이 안 되네" 등으로 비난했습니다.
과연 탑의 선고 내용은 적절한 수준일까요? 법무법인 태일 이조로 변호사는 필자에게 "초범이고 자백하며 반성하고 동종범죄의 전과가 없으면 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탑이 받은 선고 결과에 대해 "적절하다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보통 초범일 경우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다는 평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는 이조로 변호사는 "또 헤로인이나 강력한 마약류가 아닌 대마초의 경우, 본의가 아닌 권유로 했을 경우, 비자발적, 비계획적이면 형이 대폭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1만 2000원이란 추징금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변호사는 "과거에는 벌금형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추징만 하는 추세"라면서 "'몰수 추징'의 경우 사용된 도구 등이 몰수가 된다. 예컨대 살인에 사용된 칼은 몰수가 되지만 형태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그 가치에 따라 추징을 한다. 뇌물로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술집에서 향응을 받았다면 그 가격에 맞춰 추징을 받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대마초 한 대에 3000원으로 계산한 결과 1만 2000원을 추징한 것이고 일종의 상징성인 셈이죠. 또 추징금은 재산형인 벌금과 다른 개념입니다.
국가가 정한 법에 있어서 대마초는 불법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떠나 위법행위를 하면 안되죠. 탑을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번 선고 결과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좀 과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것을 가진 연예인이 저지른 범죄'라는 점이 네티즌들의 화를 돋운 것은 아닐까요?
'연예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잠깐 벗어나 본다면 적절한 법집행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마초와 달리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음주운전도 두 번까지는 벌금형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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