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택시운전사' 송강호, "머리 복잡해 드라마 출연은 불가"
입력: 2017.07.21 04:00 / 수정: 2017.07.21 04:00
드라마요? 영화하기도 바뻐요. 배우 송강호가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그 이유는 한 작품 하기에도 벅차다라고. /쇼박스 제공
"드라마요? 영화하기도 바뻐요." 배우 송강호가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그 이유는 "한 작품 하기에도 벅차다"라고. /쇼박스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1991년 연극 '동승'으로 데뷔한 올해 26년차 연기자 송강호(50)는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다. 단역이건 카메오건 단 한 번도 없다. 드라마 카메라에 스쳐 지나간 적도 없다. 소속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송강호가 출연하면 본방사수 할텐데'라며 송강호의 연기를 극장이 아닌 안방 TV를 통해 더욱 친밀하게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드라마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제가 많은 일을 한 번에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작품 수로 따지면 안하는 편에 속할 겁니다. 1년에 한 편 정도니까요. 1년에 한 번씩 인사를 드리는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체질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어떤 일을 해나가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죠. 그런 분들이 많이 있어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한 작품, 한 작품 하기에도 벅차더라고요. 영화에 충실하다보니 굳이 TV에 출연할 이유도 못 찾겠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거만 해도 머리 복잡해 죽겠으니까요. 하하."

그러면서 송강호는 "그렇다고 일부러 신비주의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제 일하는 체질이 다재다능한 탤런트적인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영화관에서 송강호를 볼 수 있으니 팬들은 마냥 좋을 뿐이다. 송강호는 다음 달 2일 개봉되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에서 택시운전사 김만섭을 연기했다. 항상 그랬듯 송강호는 바로 우리 옆에 있을 법한 소시민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만섭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잠입을 시도하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을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다음은 스스로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말하는 송강호와 나눈 일문일답.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송강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그분들께 마음의 빚이 없다고 하면 정상이 아닐 것이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쇼박스 제공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송강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그분들께 마음의 빚이 없다고 하면 정상이 아닐 것"이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쇼박스 제공

-영화를 본 소감부터.

기술 시사 때 처음 봤어요. 내부적으로 스태프들만 있으니까 자꾸 기술 시사로 보게 되더라고요. 하여튼 괜찮았습니다. 만족했죠.

-1980년을 실제로 기억을 하는지.

80년도에 실제로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이 있죠. (폭도들이 진압됐다는)보도를 듣고 안도하고 학교를 갔었죠. 그 때는 그런 내용에 안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은 암울한 시대였던 것이죠. 어찌됐건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너무나 처절하게 아프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어떤 열망이 있었을텐데 그분들의 희생과 고귀한 정신같은 것들이 점점 더 성숙돼 1987년의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 간의 모습들이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픈 역사를 딛고 조금씩 성숙한, 시민의식읠 발전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등이 지금 나름 평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한 게 그 분들이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 나이 50이라고 생각하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이에 있어 그분들에게 마음의 빚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정상이 아니겠죠.

-실제 인물인 김사복에 대해 조사한 게 있나?

김사복으로 알려진 그 분이 아직 살아 계신지, 아니면 돌아가셨는지는 모르지만 나이대는 대충 나옵니다. 택시에 있던 증명서에 38년생이라고 돼 있었다고 하니 올해 팔순이시죠. 제작진이 촬영 전 여러 각도로 그 분을 찾아봤다고 하는데 그런 분은 안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동명인 분들이 여럿 계셨는데 그 분들은 아니라고 하시고요. 그러니 가명을 썼을 거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나 그런 것 때문에 가명을 썼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제가 연기한 김만섭은 성격적으로는 창조된 인물이지만 마음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연달아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출연한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영화계라는 게 환경이 변할 때가 있거든요. 한 때는 현대물이 굉장히 많이 나오다가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 때 사극, 또는 역사극, 이런 식으로 흐름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에너지는 현대물에서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새롭게 인물을 창조하니까요. 그렇다고 일부러 시대극을 좋아하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거나, 새로운 시각에서 본 인물의 이야기에 힘이 있는데 현대물은 제한돼 있죠. 동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상상력이나 창의적인 측면에서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토마스 크레취만과 호흡이 좋았다.

힘들었을 수 있는데 워낙 국제적인 영화를 많이 찍어서 인지 소통의 문제는 없었어요. 오히려 저희를 배려해주는 것 같았죠. 개인적으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도 많이 봤지만 '피아니스트'의 강령함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미국, 호주 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영화에 출연하죠. '택시운전사' 때도 호주서 3개월 촬영을 마치고 왔더라고요. 국제적인 감각이 있었죠. 그와는 한 3번 정도 술을 마셨는데 그 분 생일을 맞이해 식사를 한 번 했었고, 박찬욱 감독님이 '택시운전사' 현장에 오셨을 때 팬이라며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같이 술을 한 잔했죠. 아, 박찬욱 감독님과는 워낙 친하니까 서로 현장에 한 번씩은 방문을 합니다. 박 감독님이 존경하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 얘기, 그리고 '올드보이'로 칸에서 상을 받기 전에 그 분을 만났던 얘기가 화두가 됐죠.

-영화 속 엄태구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가 추천한 것은 아닙니다.(송강호는 엄태구와 '밀정'에서 호흡을 맞췄다.) 감독님이나 제작자분들께 ''밀정' 때 엄태구랑 같이 했는데 잘하더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하필 중사 역을 찾던 중이었던 거죠. 제 얘기를 듣고 불러 오디션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캐스팅한 케이스인데 저도 나중에 알게 됐어요. 반 추천인가요?(웃음) 토마스 크레취만이 현장에서 '누구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너무 잘한다고요. 아무래도 단역으로 본 것 같아요. 깜짝 놀라면서 '너무 잘한다'고 했는데 배우끼리는 언어는 달라도 아는 것이죠. 그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저 베스트 드라이버입니다. 영화에서 쓰인 택시들은 대부분 운전 가능한 것들이었다. 송강호는 제가 직접 운전했다며 제가 실제로 운전을 잘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쇼박스 제공
"저 베스트 드라이버입니다." 영화에서 쓰인 택시들은 대부분 운전 가능한 것들이었다. 송강호는 "제가 직접 운전했다"며 "제가 실제로 운전을 잘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쇼박스 제공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저도 딸이 있죠. 이제 열여덟인데 아버지의 마음은 누구나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아버지로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보는 내내 택시가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웃음)우리 신체가 그렇게 커졌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굉장히 좁고 불편했죠. 그래도 실제로 제가 다 운전하고 했습니다. 실제로 운전을 좀 잘합니다.(웃음) 후진 장면도 전부 저입니다.(웃음)

-'택시운전사' 출연을 고심했었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변호인' 때랑 비슷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 이 영화가 부끄럽지 않게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었죠. '변호인'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기리는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었는데 그런 게 없어도 이상하지 않나요?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하고 싶다는 열망의 싹이 커졌갔다는 것,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출연작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얘기도 있다. 그게 '변호인' 때문인데, 연달아 '택시운전사'를 하는데 고민이 되지는 않았나?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정치적인 환경 때문에 고민하지 않습니다. '자기 검열'이라고 표현한 적은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게 블랙리스트라는 점에서 대중들이 편견을 갖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면에서 검열이 들어간 거겠지만 촬영 당시에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습니다. 정치적인 두려움 보다는 내부적인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내년에 볼 수 있는 것인가?

공백기가 좀 짧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배우들은 바로바로 들어가던데 저는 기본적으로 6개월은 쉬게 되더라고요. 그게 작품을 만나는 운명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걸 굳이 좁힐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죠. 그냥 가벼운 등산이나 산책 등 운동하면서 혼자 즐기죠. 내년에는 '마약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은 내년 봄에 찍으면 그 해 겨울이나 연도를 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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